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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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외롭구나>
ⓒ 예담
완연한 봄이 되니 다들 난리다. 봄에는 나뭇가지에만 꽃이 피는 것이 아니다. 흙속에서만 새싹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들 난리다. 다들 팔뚝에 매화꽃 한 송이라도 피워 올리려는지 아프다고 난리다.

한 젊은 친구는 봄이 되니 뜬금없이 잊었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생각이 나서 못살겠다 하고, 새로이 직업전선에 나서게 된 친구는 업무가 너무 어려워 못살겠다 하고, 비혼의 선배 언니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봄날의 따스함이 너무 좋아서 환장을 하겠다 한다.

작은 언니는 봄이 되자 지난 겨울보다 더 열심히 매주 회비 만 원으로 족한 산악회에 소속되어 이산 저산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고, 노는 것이 가장 어려운 올케 언니는 죽어라 일 밖에 모른다. 봄맞이 사정은 다 달라도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들 '외롭다'는 것이다.

작은 언니가 산을 오르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산이 좋아서지만 속을 타보면 외로워서이다. 젊은 친구는 뜬금없이 옛사랑이 떠올라 못살겠다 하지만 사실은 외로워서 저 먼저 그 사랑을 떠올린 것이다.

김형태. 내게 있어 그의 가장 익숙한 수식은 '황신혜 밴드'이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황신혜 밴드의 이름은 들었어도 그들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또, 그들이 어떤 노래,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완전히 깜깜이다. 그럼에도 저자에겐 미안하나, 구체적으로 알고 싶지 않다.

<너, 외롭구나>의 김형태 이 분은 '너, 외롭구나', 이 한 문장의 의미를 곱씹음으로서만 '우선' 만나고 싶다. 그의 다른 이력에 대해서는 차후에 알고 싶다.

그가 가라사대,

인간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우주 한 귀퉁이에 덩그러니 던져진 조그만 별, 지구위에 살고 있는 인간은 참으로 외로운 존재입니다. 인구가 점점 많아져서 사람들은 점점 더 다양해지는데, 나와 주파수가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점점 더 희박해집니다.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거대해질수록 개인주의는 더욱 강조되어 동류의식을 찾기란 더욱 어렸습니다.

외로워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전화를 개설하고, 펜팔을 하고, 미팅을 하고,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도시를 건설하고, 나라와 민족을 강조하고, 전쟁을 하고, 조약을 맺고, 유엔에 가입하고,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더 빠른 자동차를 갖고 싶어 합니다. 외로워서 언어와 문자를 만들었습니다. 외로워서 이토록 복잡하고 거대한 문명사회를 건설하고야 만 것입니다. 그러나 외로움은 결코 해갈되지 않습니다.

외로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입니다. 외로움은 청춘의 쓰디쓴 자양분입니다. 알 껍질 속에서 날개가 혼자 자라듯이. 이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내 작은 방 안에서의 가슴 끓는 청춘의 외로움은 비상하는 날개가 돋으려는 아픔입니다. 그러므로 꿈이 있는 젊은이라면 기꺼이 외로워야 합니다..........외로움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은 창조적이며,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사람입니다. 외로움이란 ‘나와 세계의 관계에 대해서 혼자 깊이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은 나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이며 세상을 알고자 하는 갈증이며, 나와 타인과 세상을 조화롭게 연계시키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외로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효율적인 계획을 세우십시오. 외로움을 어떻게 경영했느냐가 당신의 경쟁력입니다. 청춘의 외로움의 에너지를 어떻게 운영했느냐에 따라서, 당신은 우아하고 능력 있고 매력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둡고 재미없고 시시껄렁한 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외로울 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깊이 생각하십시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십시오.............나의 외로움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을 위로하고세상의 외로움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그가 던져준 외로움의 운용에 대한 명제는 비단 청춘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어디선가 그가 젊은 벗들에게 대단한 카운슬링을 한다기에 가수가 어인?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해가 갔다.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그는 수많은 이 땅의 청춘들이 외로움을 핑계 대며 엉뚱한 곳들에 습관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하였다. '지발' 왜 외로운가. 제대로 정체를 확인하고 그 외로움에 바르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는 위의 명문은 마음 같아서는 복사해서 그 누구에라도 쫙 돌리고 싶다.

'정토회' 법륜 스님의 '결혼 주례사'를 결혼할 남녀들이라면 꼭 한 번 찾아서 읽기를 권하고 싶은데 위 김형태의 외로움에 대한 고찰 또한 나이를 불문하고 다들 한번씩 읽게 되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에는 '외로움'에 대한 처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에 대한 명쾌한 답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그의 가라사대를 보라.

....여행을 떠나라, 지리산도 좋고, 프랑스도 좋고, 소말리아도 좋다. 미술관도 좋고 , 소극장도 좋다. 어디를 가든 처음 만나는 또 다른 자신을 만나리라. 몸은 그렇게 땅을 여행하고 정신은 예술세계를 여행하게 하라. 불완전한 자아를 스스로 통제하고 안정적인 균형감각으로 사회적 질서에 우아한 템포로 맞추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자율적인 힘은 예술적 정서가 깊이 배어 있어야만 가능하다.....학교에서 미술시간, 음악 시간을 없애버리는 이 야만적이고 치졸하고 무식한 나라 안에서 우리는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서 붓을 꺾으면 안 된다. 거듭 말하거니와 예술에 대한 결사의지만이 이 총체적 난국의 대한민국에서 이 민족을 구원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예술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백 번 공감한다. 우리 교육도 예술성을 확보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실지는 그렇지 못하다. 획일화된 얄팍한 지식만이, 점수만이 살아 있다. 마음에 예술이 숨쉬고 있어야 저도 모르게 너그러워지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생기고, 하다 못해 다 먹은 자장면 그릇 하나를 내놓더라도 타인을 배려할 여유가 생길 것이다.

아무튼, 이 봄날에 대책 없이 외롭거나, 혹은, 갈등과 무기력, 방황 속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의 언설에 귀기울여 보길 권하고 싶다.
법륜 스님의 주례사는 상투적인 주례사가 아닌 감동과 교훈과 유머가 있는 주례사로 인터넷 검색에서 가볍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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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 - 아름다운 문화 속의 매력적인 삶
이희수 지음 / 일빛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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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엷은 보라색 라벤더 꽃이 만발한 넓은 평원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바다색을 말하는 '울트라 마린'과 남프랑스의 어떤 휴양지 혹은, 이탈리아 반도가 떠오른다.

이렇듯 막연히 프랑스 남쪽 혹은 이탈리아가 끼고 있는 바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지중해를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일빛)을 통해 눈비비고 다시 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지중해의 가장자리는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스페인이 감싸고 있었다.

저자는 이 지중해를 둘러싼 나라들을 하나하나 답사하여 그 각각의 아름다움을 청명한 사진과 함께 들려주고 보여주고 있다. 몇 줄 역사 지식으로 '지중해 문화의 찬란함'을 외웠던 것이 전부인 내게 그가 전해주는 지중해의 아름다움은 그 바다 빛깔만큼이나 신선했다.

저자는 먼저 터키를 언급했다. 터키는 대리석이 많이 나는 나라라서 거의 모든 유적들이 대리석으로 지어졌다고 하였는데 과연 그 위용이 대단하였다. '신전'과 '원형극장'들은 그리스나 로마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터키에도 존재했으며 재질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그 모습들이 깔끔하고도 장엄했다.

터키 지도를 가만히 보니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은 '지중해와 흑해가 만나는 지점이자 이스탄불과 터키 본토가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이희수 교수는 '북아프리카나 로마에서 실려 온 물품을 동방 상인들에게 건네는' 역할을 맡았던 이 지역의 빼어난 경관과 역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84번씩이나 방문하였다고. 아닌게아니라 사진에 실린 보스포러스의 경관을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거지만 튤립의 고향 또한 터키라고 한다. 튤립하면 당연히 네덜란드가 떠오르는데 사실은 '랄레'라고 불리는 튤립은 '오스만 제국 초기부터 왕실의 상징이었고 터키를 대표하는 꽃'이라고 한다.

'튤립이 유럽에 소개된 것은 16세기 이스탄불에 주재하던 오스트리아 대사 오기에르 뷔스베크가 그 종자를 몰래 오스트리아 궁정으로 갖고 가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찌된 게 터키가 유럽에서 튤립을 수입하는 주요국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한다.

한편, 이탈리아 피렌체의 '꽃의 성모 교회'라는 뜻의 '산타 마리아 델 피요레 두오모'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책으로 그 전체 위용을 보니 대단했다. 이 두오모에서 '신곡'의 작가 단테도 세례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 두오모 뿐만 아니라 피렌체는 도시 전체의 지붕이 붉은색이어서 화려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135개의 뾰족 첨탑이 있는 밀라노의 두오모'는 저자의 말대로 '하얀 대리석의 맑고 깨끗한 기개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인간의 역사는 따지고 보면 '건축의 역사'라고도 하던데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은 14세기 건축의 형태는 물론 거기에 담긴 종교적 분위기가 당시 역사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는 듯했다.

기타음악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기억된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은 이슬람의 역사와 영혼이 담긴 궁전이었다. 이슬람 '나스르 왕조'의 궁전이었던 알함브라는 이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보아 브딜'이 백성의 안전을 조건으로 '금화 3만 냥'과 함께 가톨릭 스페인에 바쳤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약속은 유기되고 그라나다의 주민들은 무참하게 학살당하고 추방당했다고 한다.

15세기의 어느 아랍시인은 그라나다와 알함브라를 일컫기를 '그라나다라는 에메랄드에 알함브라라는 빛나는 오리엔트 산 진주가 박혀있는 인류 최고의 보석'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알함브라를 차지한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은 알함브라에 푹 빠진 나머지 '내 생애보다 더 귀한 궁전'이라며 이슬람 모스크를 헐어 가톨릭 성당을 짓는 것 외에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려 애썼다고 한다.

레바논은 그 옛날 페니키아 해상제국의 영화가 서린 곳이었으며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잠언시의 시인 '칼릴 지브란'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는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하면서까지 나라를 지키려 했던 콧대 높은 클레오파트라의 본향이면서 알렉산더 대왕이 세웠던 수많은 알렉산드리아의 출발점이자 구심점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튀니지, 리비아, 모로코 쪽 지중해 문명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있다. 저자의 사진술이 뛰어난 건지 풍경이 좋아서인지 (아니 둘 다였으리라)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중해 문화의 화려함과 다양함을 에누리없이 설명해 주고 있다.

그는 '지중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고 했는데 왜 아니랴. 이 책을 읽고 나서 지중해를 생각하며 눈을 감으니 그 짙푸른 바다 빛과 함께 지중해의 여러 나라가 한 바퀴 빙 돌며 파노라마가 되어 흘렀으며 그대로 그리움이 되었다. (후유, 나는 언제 지중해를 한번 가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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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를 차버려라
서은규 지음 / 예문당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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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많은 시간 중, 나는 물론이고 내 주변 사람 중 소위 공식적으로 '연애'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어쩌다 한사람 '연애 중'이라는 친구를 만나면 부럽다기보다 자유를 차압당한 듯해 보여 홀가분한 나 자신에 새삼 만족하곤 했다.

다들 운명의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땅을 치긴 했어도 나름대로 희망은 있었다. 때 되면 나타나겠지. 내가 내 길을 열심히 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길과 내 길은 만나게 되어 우린 강물이 되어 흐르리라. 물론 지나고 보니 그 꿈은 말짱 '황'이었고 운명의 그 사람을 만나는데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튼 얼추 불혹인 우리 때는 그러했으나 요즘은 사뭇 다른 듯했다. 젊은 후배 하나는 연인이 없는 것을 한때 몹시 쓸쓸해 했다.

"연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네 삶의 굳건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아? 공식적인 연인이 없다 해도 짝사랑 상대를 여럿 두고 저울질해 보는 것도 재밌잖아."
"내 친구 다섯 중 나만 애인이 없는디?"
"물론 그렇다면 좀 울적해 질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연애 하나도 부러워할 것 없다. 그녀들은 나름대로 연애란 것을 하면서 남성을 탐구한다 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남자에 대한 탐구일 뿐이고, 연애가 길어지다 보면 탐구는 고사하고 길들여질 뿐이야. 한 남자에 길들여 지다니 세상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남자가 있는데."

"위로가 될 듯도 하지만 노인네들은 역시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몰라. '화이트 데이' 때 사탕 한 바구니 못 받고 지나치는 그 기분을 어찌 알겠어."
"물론 그 기분 모를 수도 있다만 한 남자를 알기 전에 어떤 종류의 남자들이 산재하는지 탐구해 보는 것이 우선 아닐까. 그런 다음 그 중 내 타입은 어떤 남자인가를 알아야 결정적인 순간에 낚시를 하지.(웃음)"

남자? 곳곳이 지뢰밭

젊은 날의 나는 실질적인 연애 대신 연애소설을 많이 읽었으며 그 단계가 지나자 소위 정신과 의사들이 쓴 남녀의 심리에 관한 책들을 눈에 띄는 대로 읽었다. <남자를 알아야 사랑이 자유롭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여자는 모른다>. 정말 우리 여자들은 남자를 너무 몰라. 남자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책들은 예나 지금이나 풍족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아무튼 남녀의 심리를 엿보는 과정에서 내가 느낀 것은 '연애'는 빛 좋은 개살구란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연애에 전부를 걸고 허덕이다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러한 결론도 과히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짝사랑도 벅찬 사람들에겐 나름대로 위로가 되기도.

서은규씨의 <그 남자를 차 버려라>(예문당)는 내가 그동안 봐왔던 연애지침서 혹은 남녀 심리를 다룬 책들 중 가장 '솔직'하고도 '직설적'이며 '설득력' 있는 책이었다. 사례에 나온 여성들과 비슷한 연령 때 혹은 선배라 할 수 있는 저자기에 마치 친한 친구나 언니가 충고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는 말 그대로 '차 버려야 할 남자들'의 목록이 풍부한 사례들과 함께 빽빽하게 들어있다.

군대 간 남자: 지극하게 기다리면 제대한 그가 날 차고, 내가 차버리면 군 생활 내내 그가 운다. 왜 그럴까? 그러니 어떡해야 할까.

돈 안 쓰는 남자: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장 생활하는 여자친구에게 빈대 붙어서 뜯어 먹을 대로 뜯어 먹으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다. 이런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뜯겨야 하나. 저도 졸업하고 취직하면 보답해 주겠지? 천만에.

잠수 타는 남자: 너 없이는 못산다며 졸졸 따라다니던 남자가 있어, '그래 좋다, 사귀자' 허락하면 얼마 안 가 시들시들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 결국 연락 두절? 아니 저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내 마음 다 흔들어 놓고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인지.

이 책에 의하면 이런 남자들,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 여자들은 이유를 모른 채 인내하며 기다리거나 눈물로 하 세월을 보내는데 저자는 그럴 필요 없는 이유를 직설적으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해준다.

그런가 하면 절대 만남을 지속해서는 안 될 악질적인 남자들도 있었으니.

성실하지 못한 남자: 옛날 남자들에게 있어 구제불능 중독이라 하면 흔히 술과 도박이 주였으나 요즘은 그것 못지않게 '게임중독'도 한 몫을 하는 듯하다. 게임중독 자녀를 두었을 경우 전문가들은 우선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해보며 대화를 하면서 차차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애인일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위의 방법으로 접근해볼 필요는 있겠으나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데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다고 이 책은 말한다. 물론, 술 도박은 말할 필요도 없이 아웃이다.

폭력적인 남자: '모든 것을 떠나서, 두 번째 폭력에는 이별을 고하라.' 폭력적인 남자에 대한 서은규씨의 주문이다. 연인 사이에 폭력이라니. 나로선 금시초문이다. 게다가 분명 상습적 폭력임에도 폭력 후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다정이 넘치는 것에 속아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여성들이 많다니 놀랄 노자로다.

약자를 향한 폭력은 '재발'하기 쉽고 그 정도가 '가중'되기 쉬우므로 성질난다고 '탁자를 세차게 내리치거나 팔목을 확 잡아당기는' 남자를 연인으로 두고 있는 여성이 있다면 그의 거친 모습에 빠져들지 말고 싹수가 노란 것임을 알아차려야 하리라.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차버려야 할 남자들을 굴비처럼 엮어놓았다. 무뚝뚝한 남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무심한 남자', 효자라 착각하기 쉬운 '마마보이', 전 애인과 연락하는 남자, 성적으로 문제 있는 남자, 지극한 사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의처증' 등 사랑의 길에는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그렇다고 아니 갈 수도 없고. 요는 극단적인 지뢰밭만 피하면 단점이 있더라도 서로의 장점으로 감싸면 행복해 질 수 있을 터. 저자가 연애에 빠진 여성들이 지뢰인가 아닌가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사례들을 통해 손쉽게 예시해 주므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아하! 하고 '지뢰성' 남자를 저절로 '콕' 짚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깔끔하게 헤어지는 법'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았는데 간단했다. 구구 절절 설명하지 말고 간단하게 '우리 이제 헤어지자' 단 한 줄만 얘기하라고. 상대가 그래도 뭔가 아쉬워한다면 경우에 따라 '이제까지 당신을 사랑했던 마음은 진심이야.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정도의 서비스를 보태라고.

물론 이 책을 다 읽고 난 남성들은 차버릴 남자들만 예시해주고 차버릴 여자에 대한 정보가 없음에 답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저자의 다음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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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남자를 차버려라
    from 도서출판 예문당 2009-10-31 13:47 
    서은규의 여자만을 위한 통쾌한 연애지침서일에는 칼이면서 남자에겐 물같은 여자똑똑한 여자의 당당한 이별 통보!서은규 지음출간일 : 초판 1쇄 발행 2006년 2월 18일ISBN-10 : 8970015140 | ISBN-13 : 9788970015149쪽수 : 374쪽 | 무게 : 548g | 크기 : 152 * 225mm구매하기 : 인터파크(미리보기 제공) | 도서11번가 | YES24 | 알라딘 | 반디앤루니스책 소개이 책은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2006-04-14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폭설 2006-04-10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님.......마음껏 퍼가세요.^^ 되려 고맙습니다. 좋은 사월 보내세요.^^

kleinsusun 2006-04-2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설님,안녕하세요!^^ 님 리뷰 보고 이 책 읽었는데 재미있네요.
글이 정말 솔직해요. 좀 거칠고 과격할 정도로 솔직하네요.ㅎㅎㅎ
또, 사례들도 외국 작가들이 쓴 책들과 달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 공감이 되네요. 덕분에 이 책 알게되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앞으로 자주 놀러 올께요.폭설님^^

폭설 2006-05-06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이 없는 것이 허전하여 늦어지만 댓글을 답니다. ^^ 이책 많이 선전해 주세요.
글구, 이세상에는 왜 남자와 여자만 있는지 ...ㅋㅋ
그리고 그 두부류는 왜 서로들 좋아하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인지..
어자피 만나야 될 운명이라면 상대방을 좀 알고 시작하는게 여러모로
현명하겠지요.^^

예문당 2009-10-3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예문당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희 블로그에 님의 글을 소개하였습니다.
저희 블로그에 놀러오세요. ^^
 
남극 탐험의 꿈 - 장순근 박사가 쓴 남극 탐험의 역사와 세종 기지 이야기 자연과 인간 2
장순근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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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극'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펭귄'이다. 그 펭귄은 한때 펭귄으로 분했던 개그맨 심형래씨의 뒤뚱거림과 오버랩되면서 녀석들을 생각할 때면 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곤 하였다. 아, 다리가 짧아서 슬픈 짐승이여.

그런데 일전에 영화 '펭귄' 예고편에서 보니 펭귄의 뒤뚱거림은 육지에서만 그럴 뿐이지 바닷물에 들어가는 순간 그 날개로 훠이훠이 노를 저으며 쌩쌩 달리는 것이 아닌가. 어머, 펭귄이 물속에서는 저렇게 날렵한 것이었네.

펭귄 다음으로 '남극'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킹 조지 섬'에 있다는 '세종기지'다.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이 외로움과 싸우며 세종기지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음은 가끔 남극일기 형식으로 소개되는 글들에서 보았기에 세종기지를 떠올리면 먼저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그 세종기지에서의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과, 남극이라는 눈과 얼음의 나라를 고향으로 하는 다양한 바다 생물들의 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다름 아닌 장순근 박사의 <남극탐험의 꿈>(사이언스 북스)이다.

남극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리나

세종기지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한번 남극으로 가면 2,3년은 지나야 나올 수 있다는 얘기에 그곳이 감옥도 아닐진대 왜 그럴까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즉, 남극으로 한번 가는데 시간과 돈 그리고 육체적 피로가 만만찮았다.

우리나라에서 남극을 가자면 우선 서울에서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혹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까지 간다. 그런 다음 그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칠레의 산티아고를 경유해 '푼타아레나스' 아니면,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까지 가야 한다.

'푼타아레나스'나 '우수아이아'에서부터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사우스셰틀랜드 군도의 킹 조지 섬으로 가야하는데 이게 만만치가 않았다. 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배 두 가지가 있는데 비행기는 세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으나 기상이변 등으로 회항하거나 불시착 등 위험요소가 많아 배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그런데 이 배로 가는 것도 장난이 아니었다. 날씨가 순조로울 경우 '푼타아레나스'에서는 70시간 '우수아이아'에서는 50시간 정도면 킹 조지 섬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날씨가 나쁘면 100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배를 타고 100시간이라. 100나누기 24. 즉 날씨가 좋지 않으면 '4박5일' 자나깨나 배를 타고 가야 남극에 도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완전한 뱃사람이 아니고 보통사람이 4박5일 동안 배를 타면 어떻게 되는가. 장순근 박사는 1994년 106시간 걸려 킹 조지 섬에서 '푼타아레나스'로 나온 적이 있는데 그 106시간 동안 멀미로 인해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튼 남극에 한번 가자면 이처럼 경제적 육체적으로 힘들기에 쉽게 나오지 못하고 간 김에 꼬박 몇 년씩 고생해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세종기지를 건설하고 남극 연구를 시작했다. 이 책에는 그 세종기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진이 풍성해 사진만으로도 남극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 위에 섬처럼 떠있는 빙하며, 순례의 길을 떠나는 듯 길게 늘어서서 행군하는 펭귄 떼의 행렬이며, 얼음물 속에 들어가 해양생물의 표본을 채집하는 과학자의 보기만 해도 살 떨리는 모습 등 남극은 동토였지만 그 속의 군상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잘 살고 있었다.

바야흐로 황사가 '난리 부르스'를 출 모양인데 깨끗한 공기가 그리워진다면 책 속에서나마 남극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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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꾸 보고 싶은 세계 명작 동화
삐아제어린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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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처음으로 책이란 것을 읽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졸업을 앞둔 무렵이었다. 요즘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하여 1살, 2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단계별로 별의별 책을 다 선물받지만 내 어린 날 책 구경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시점이었기에 여남은 권 읽자 더 이상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면 뭔가 아쉬워지면서 중학교 들어가서도 학교 도서관을 찾고 해야 될 텐데 그러지 못했다. 동화책을 처음 접해 짧은 시간에 여남은 권을 읽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마이 묵었다'는 만족감이 일었었다, 참내.

그때 우리들이 주로 읽었던 책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 <검은말 이야기> <소공녀> <소공자> <왕자와 거지> <빨간 머리 앤>등이었다. 요즘 견지에서 보면 '약이 되기보다 독이 되기' 쉬운 동화들일수도 있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류의 책들이 어느 정도 내 심리에 영향을 미친것도 같다, 물론 '독' 까지는 아니겠으나.

그런 빈약한 어린 날을 보냈던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니. 그 때 그 '결핍'이 뒤늦게 '욕구'가 되어 빛을 발하다니 인생의 진행 경로는 알 수가 없어라. 또, 배꼽 잡을 증세는 뜬금없이 그 옛날에 못 읽었던 세계명작 동화나 위인전 시리즈를 내 나이 마흔 즈음에 불현듯
한꺼번에 왕창 쌓아두고 읽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이미 인생의 불혹이니 약이니 독이니 따질 필요도 없을 터이고, 다만 너무 궁금해 미치겠는 것이다. 제목은 알되 읽어보지 못한 동화가 너무 많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그 동화들을 구할까 궁리중이다.

내 돈으로 사기보다 아이를 중학생으로 올려 보내는 집을 수소문해 헐값에 왕창 처분해줍쇼 청을 넣고 싶은데 잘 만나질지 의문이다.

겸사겸사 '자리끼'로 아이에게 해주던 이야기가 바닥이 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초등생이 되는 첫째아이는, 어릴 때는 하나의 얘기로 수십 번 우려먹어도 재미있다고 했는데 요새는 서너 번 들으면 이미 다 아는 얘기라며 새로운 것을 주문한다.

해서 도랑치고 가재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한번 읽어보고 싶은 것이다. 물론 아이에게 얘기해 줄때는 나름의 상상력으로 각색하여 전혀 다른 얘기가 될 터이지만.

'아무튼 위인전과 명작동화여, 조만간 당신들을 만나러 갑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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