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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외롭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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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담 | 완연한 봄이 되니 다들 난리다. 봄에는 나뭇가지에만 꽃이 피는 것이 아니다. 흙속에서만 새싹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들 난리다. 다들 팔뚝에 매화꽃 한 송이라도 피워 올리려는지 아프다고 난리다.
한 젊은 친구는 봄이 되니 뜬금없이 잊었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생각이 나서 못살겠다 하고, 새로이 직업전선에 나서게 된 친구는 업무가 너무 어려워 못살겠다 하고, 비혼의 선배 언니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봄날의 따스함이 너무 좋아서 환장을 하겠다 한다.
작은 언니는 봄이 되자 지난 겨울보다 더 열심히 매주 회비 만 원으로 족한 산악회에 소속되어 이산 저산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고, 노는 것이 가장 어려운 올케 언니는 죽어라 일 밖에 모른다. 봄맞이 사정은 다 달라도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들 '외롭다'는 것이다.
작은 언니가 산을 오르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산이 좋아서지만 속을 타보면 외로워서이다. 젊은 친구는 뜬금없이 옛사랑이 떠올라 못살겠다 하지만 사실은 외로워서 저 먼저 그 사랑을 떠올린 것이다.
김형태. 내게 있어 그의 가장 익숙한 수식은 '황신혜 밴드'이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황신혜 밴드의 이름은 들었어도 그들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또, 그들이 어떤 노래,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완전히 깜깜이다. 그럼에도 저자에겐 미안하나, 구체적으로 알고 싶지 않다.
<너, 외롭구나>의 김형태 이 분은 '너, 외롭구나', 이 한 문장의 의미를 곱씹음으로서만 '우선' 만나고 싶다. 그의 다른 이력에 대해서는 차후에 알고 싶다.
그가 가라사대,
인간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우주 한 귀퉁이에 덩그러니 던져진 조그만 별, 지구위에 살고 있는 인간은 참으로 외로운 존재입니다. 인구가 점점 많아져서 사람들은 점점 더 다양해지는데, 나와 주파수가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점점 더 희박해집니다.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거대해질수록 개인주의는 더욱 강조되어 동류의식을 찾기란 더욱 어렸습니다.
외로워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전화를 개설하고, 펜팔을 하고, 미팅을 하고,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도시를 건설하고, 나라와 민족을 강조하고, 전쟁을 하고, 조약을 맺고, 유엔에 가입하고,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더 빠른 자동차를 갖고 싶어 합니다. 외로워서 언어와 문자를 만들었습니다. 외로워서 이토록 복잡하고 거대한 문명사회를 건설하고야 만 것입니다. 그러나 외로움은 결코 해갈되지 않습니다.
외로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입니다. 외로움은 청춘의 쓰디쓴 자양분입니다. 알 껍질 속에서 날개가 혼자 자라듯이. 이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내 작은 방 안에서의 가슴 끓는 청춘의 외로움은 비상하는 날개가 돋으려는 아픔입니다. 그러므로 꿈이 있는 젊은이라면 기꺼이 외로워야 합니다..........외로움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은 창조적이며,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사람입니다. 외로움이란 ‘나와 세계의 관계에 대해서 혼자 깊이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은 나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이며 세상을 알고자 하는 갈증이며, 나와 타인과 세상을 조화롭게 연계시키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외로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효율적인 계획을 세우십시오. 외로움을 어떻게 경영했느냐가 당신의 경쟁력입니다. 청춘의 외로움의 에너지를 어떻게 운영했느냐에 따라서, 당신은 우아하고 능력 있고 매력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둡고 재미없고 시시껄렁한 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외로울 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깊이 생각하십시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십시오.............나의 외로움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을 위로하고세상의 외로움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그가 던져준 외로움의 운용에 대한 명제는 비단 청춘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어디선가 그가 젊은 벗들에게 대단한 카운슬링을 한다기에 가수가 어인?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해가 갔다.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그는 수많은 이 땅의 청춘들이 외로움을 핑계 대며 엉뚱한 곳들에 습관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하였다. '지발' 왜 외로운가. 제대로 정체를 확인하고 그 외로움에 바르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는 위의 명문은 마음 같아서는 복사해서 그 누구에라도 쫙 돌리고 싶다.
'정토회' 법륜 스님의 '결혼 주례사'를 결혼할 남녀들이라면 꼭 한 번 찾아서 읽기를 권하고 싶은데 위 김형태의 외로움에 대한 고찰 또한 나이를 불문하고 다들 한번씩 읽게 되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에는 '외로움'에 대한 처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에 대한 명쾌한 답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그의 가라사대를 보라.
....여행을 떠나라, 지리산도 좋고, 프랑스도 좋고, 소말리아도 좋다. 미술관도 좋고 , 소극장도 좋다. 어디를 가든 처음 만나는 또 다른 자신을 만나리라. 몸은 그렇게 땅을 여행하고 정신은 예술세계를 여행하게 하라. 불완전한 자아를 스스로 통제하고 안정적인 균형감각으로 사회적 질서에 우아한 템포로 맞추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자율적인 힘은 예술적 정서가 깊이 배어 있어야만 가능하다.....학교에서 미술시간, 음악 시간을 없애버리는 이 야만적이고 치졸하고 무식한 나라 안에서 우리는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서 붓을 꺾으면 안 된다. 거듭 말하거니와 예술에 대한 결사의지만이 이 총체적 난국의 대한민국에서 이 민족을 구원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예술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백 번 공감한다. 우리 교육도 예술성을 확보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실지는 그렇지 못하다. 획일화된 얄팍한 지식만이, 점수만이 살아 있다. 마음에 예술이 숨쉬고 있어야 저도 모르게 너그러워지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생기고, 하다 못해 다 먹은 자장면 그릇 하나를 내놓더라도 타인을 배려할 여유가 생길 것이다.
아무튼, 이 봄날에 대책 없이 외롭거나, 혹은, 갈등과 무기력, 방황 속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의 언설에 귀기울여 보길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