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 - 아름다운 문화 속의 매력적인 삶
이희수 지음 / 일빛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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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엷은 보라색 라벤더 꽃이 만발한 넓은 평원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바다색을 말하는 '울트라 마린'과 남프랑스의 어떤 휴양지 혹은, 이탈리아 반도가 떠오른다.

이렇듯 막연히 프랑스 남쪽 혹은 이탈리아가 끼고 있는 바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지중해를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일빛)을 통해 눈비비고 다시 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지중해의 가장자리는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스페인이 감싸고 있었다.

저자는 이 지중해를 둘러싼 나라들을 하나하나 답사하여 그 각각의 아름다움을 청명한 사진과 함께 들려주고 보여주고 있다. 몇 줄 역사 지식으로 '지중해 문화의 찬란함'을 외웠던 것이 전부인 내게 그가 전해주는 지중해의 아름다움은 그 바다 빛깔만큼이나 신선했다.

저자는 먼저 터키를 언급했다. 터키는 대리석이 많이 나는 나라라서 거의 모든 유적들이 대리석으로 지어졌다고 하였는데 과연 그 위용이 대단하였다. '신전'과 '원형극장'들은 그리스나 로마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터키에도 존재했으며 재질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그 모습들이 깔끔하고도 장엄했다.

터키 지도를 가만히 보니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은 '지중해와 흑해가 만나는 지점이자 이스탄불과 터키 본토가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이희수 교수는 '북아프리카나 로마에서 실려 온 물품을 동방 상인들에게 건네는' 역할을 맡았던 이 지역의 빼어난 경관과 역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84번씩이나 방문하였다고. 아닌게아니라 사진에 실린 보스포러스의 경관을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거지만 튤립의 고향 또한 터키라고 한다. 튤립하면 당연히 네덜란드가 떠오르는데 사실은 '랄레'라고 불리는 튤립은 '오스만 제국 초기부터 왕실의 상징이었고 터키를 대표하는 꽃'이라고 한다.

'튤립이 유럽에 소개된 것은 16세기 이스탄불에 주재하던 오스트리아 대사 오기에르 뷔스베크가 그 종자를 몰래 오스트리아 궁정으로 갖고 가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찌된 게 터키가 유럽에서 튤립을 수입하는 주요국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한다.

한편, 이탈리아 피렌체의 '꽃의 성모 교회'라는 뜻의 '산타 마리아 델 피요레 두오모'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책으로 그 전체 위용을 보니 대단했다. 이 두오모에서 '신곡'의 작가 단테도 세례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 두오모 뿐만 아니라 피렌체는 도시 전체의 지붕이 붉은색이어서 화려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135개의 뾰족 첨탑이 있는 밀라노의 두오모'는 저자의 말대로 '하얀 대리석의 맑고 깨끗한 기개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인간의 역사는 따지고 보면 '건축의 역사'라고도 하던데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은 14세기 건축의 형태는 물론 거기에 담긴 종교적 분위기가 당시 역사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는 듯했다.

기타음악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기억된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은 이슬람의 역사와 영혼이 담긴 궁전이었다. 이슬람 '나스르 왕조'의 궁전이었던 알함브라는 이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보아 브딜'이 백성의 안전을 조건으로 '금화 3만 냥'과 함께 가톨릭 스페인에 바쳤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약속은 유기되고 그라나다의 주민들은 무참하게 학살당하고 추방당했다고 한다.

15세기의 어느 아랍시인은 그라나다와 알함브라를 일컫기를 '그라나다라는 에메랄드에 알함브라라는 빛나는 오리엔트 산 진주가 박혀있는 인류 최고의 보석'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알함브라를 차지한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은 알함브라에 푹 빠진 나머지 '내 생애보다 더 귀한 궁전'이라며 이슬람 모스크를 헐어 가톨릭 성당을 짓는 것 외에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려 애썼다고 한다.

레바논은 그 옛날 페니키아 해상제국의 영화가 서린 곳이었으며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잠언시의 시인 '칼릴 지브란'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는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하면서까지 나라를 지키려 했던 콧대 높은 클레오파트라의 본향이면서 알렉산더 대왕이 세웠던 수많은 알렉산드리아의 출발점이자 구심점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튀니지, 리비아, 모로코 쪽 지중해 문명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있다. 저자의 사진술이 뛰어난 건지 풍경이 좋아서인지 (아니 둘 다였으리라)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중해 문화의 화려함과 다양함을 에누리없이 설명해 주고 있다.

그는 '지중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고 했는데 왜 아니랴. 이 책을 읽고 나서 지중해를 생각하며 눈을 감으니 그 짙푸른 바다 빛과 함께 지중해의 여러 나라가 한 바퀴 빙 돌며 파노라마가 되어 흘렀으며 그대로 그리움이 되었다. (후유, 나는 언제 지중해를 한번 가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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