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영화를 보면 저절로 눈물이 흐르게 되는데 그 순간이 참 좋다. 어떤 영화는 실컷 기다리게 했다가 마지막에 '짜안' 짧은 순간이지만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또 어떤 영화들은 영화 내내 가슴이 미어지게 하기도 한다.

 

최근 본 <의형제>의 경우 영화 끝나고 나서 코를 횡 풀며 한바탕 울었다. 잘생긴 강동원과 달리 현실의 북한 사람들 처지를 생각하자니 남한 사람들은, 남한 정부는, 정말이지 너무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어 슬펐다.

 

김대중 대통령이 생전에 하도 사람들이 퍼준다 퍼준다 하니 너무도 답답해 좀더 쉽게 설득하기 위하여 얼마나 퍼줬는지 통계를 냈다. 하여, '그동안 북한에 퍼준 것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한 사람 당 5천 원 꼴'이라고 말씀하셨다는데 <의형제>를 보니 그 얘기가 생각났다.

 

체제가 다르고 서로 안 맞다 하더라도 일단 굶주림만은 면하도록 갖은 지혜를 동원해야 하는 게 같은 민족으로서 당연한 의무이거늘. 무엇보다 북한을 돕는 일은 남한사회 내부구성원들의 성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을 돕는데 1인당 5천 원이 아닌 5만 원도 기꺼이 낼 수 있는 마음이 된다면 남한 사회를 복지사회로 전환하는 데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엄마들이 꼭 봐야 할 영화
ⓒ (주) JK FILM
하모니

 

아무튼, <의형제>는 재미있는 영화였으나 북한의 현실이 겹쳐져 눈물이 났다. 그에 비해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하모니>는 대놓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분위기라 별 기대 없이 봤다. 평소 남들 웃을 때 웃고, 울 때 울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남들 웃을 때는 하품이 나고 남들 졸 때는 진한 감동이 밀려와 벅차곤 했기에 내 눈에 눈물? '없다'였다.

 
그래도 눈물이 나오면 어떡하나 살짝 걱정도 되었으나 뭐 설마?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하모니>는 제목 그대로 이런 저런 취향의 사람들을 모두 한 묶음으로 엮어 훌쩍이게 만들었다.(설마는 항상 사람을 잡아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아닌 청주여자 교도소. 언젠가 청주 여자 교도소를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기에 영화가 더 실감이 났다. 당시 다큐멘터리에서도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던 엄마 재소자가 18개월이면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이별의 시간을 앞두고 힘들어 했었다. 그러한 것을 영화는 모자이크 처리 없이 애타는 어미의 심정을 그대로 다 보여 주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함께 영화를 본 언니. 힘든 결혼생활을 이어가다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며 보따리를 샀고, 친정식구 모두 찬성하였으나 아이들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며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정말 마지막 한 번의 기회라며 형부에게 다짐을 받았고, 온몸이 '뽀사지게' 열심히 살았다. 이미 오랜 과거임에도 그 옛날 두 갈래 길에서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언니는 눈물이 주르르, 주르르, 심장이 떨려, 떨려….

 

다행히 이제 서른 이쪽저쪽인 두 남매는 모두 잘 자라서 '그때 엄마가 우리를 버리고 가지 않아서 너무 고맙다'며 말과 행동 또는 물질로 고마움을 표하기에 여전히 조금 부족한 살림살이지만 언니는 만족하며 살고 있다. 있는데… 영화가 옛날 자신의 인생 고비를 반추해 주어서 새삼 눈물의 푸닥거리를 하게 된 것이었다.

 

재소자에 대한 음악교육 현실이 될 수는?

 



영화 속 사연은 가지가지다. 임신한 자신을 폭행하는 남편을 죽이고 들어온 정혜(김윤진분), 믿었던 제자와 남편의 배신으로 한 순간 잘못을 저지르고 자식들로부터 외면 받던 문옥(나문희분).

 

의붓아버지의 성폭행을 견디다 못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된 성악도 유미(강예원분), 알토란 같은 아이들이 커가는 것도 못 보고 감옥살이 하는 밤무대 가수 출신 화자(정수영분) 등 서로 다른 사연을 가졌으나 '한 가지 공통점' 때문에 그녀들은 함께 살게 되었다.

 

감옥이라는 토양이 토양이다 보니 그녀들은 툭하면 육탄전부터 벌이며 싸웠다. 그러나 합창단을 꾸리면서 그들은 변해갔다. 남미 베네수엘라는 마약과 폭력에 길든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6주 동안 하루 4시간씩 음악교육을 받도록 하고 악기와 교육비를 무상지원해서 세계적인 음악가를 배출한 것은 물론 빈민가 아이들의 삶마저 바꾸었다던데.

 

우리네 재소자들에게 목공이나 미용 등도 물론 배우게 해야겠지만  영화가 현실이 되어 거기다 음악을 추가하면 어떨까. 아니, 음악(악기)은 필수로 꼭 한가지씩 이수하게 하고, 나아가 미술, 문학, 무용 등 예술 전반을 각 재소자의 적성에 맞게 하나씩 추가로 골라서 배우게 하면 어떨까.

 

인간의 품위는 무엇보다 선업(善業)과 예술에서 나온다고 믿는 바. 악기 하나와 자신에 맞는 예술 한 가지를 더 선택해서 배움을, 죄사함의 한 방편으로 인정해 준다면 교도소 담장 안이 훨씬 평화롭지 않을까.

 

꿈같은 얘기인지 모르나 어쨌건 이 영화를 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개봉 한 사형 집행을 다룬 영화 <집행자>가 생각이 났다. <하모니>의 경우 사형이 영화의 한 부분이지만 <집행자>는 사형이 주제다.

 

이 때문에 <하모니>하나만 보면 눈물의 의미가 단순 신파로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망각이 엄습할 것이나 <집행자>까지 보고 생각을 고른다면 훨씬 의미 있는 영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이 연사 힘주어 외칩니다.(^^)

 

하여간, <하모니>의 후유증인가. 하룻밤 자고 났는데도 여전히 눈알이 새콤하고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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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2-19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모니 보며 눈물이 주루룩 했어요.
설마,했는데 말에요.
그런데 전 '내사랑 내곁에'는 하나도 눈물나지 않았어요.ㅋ
아시는 그 언니분, 정말 그 선택이 정말 옳았던 것이겠지요.
정말 하모니의 그 여자들 남자를 죽였네요, 모두.
사연도 가지가지..

폭설 2010-02-20 10:21   좋아요 0 | URL
언니는 친언니랍니다.^^ 영화재미있었다고 하도 나팔을 불어
조카가 자기 엄마 즐겁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답례문자도 하고 그랬어요. ㅎㅎ.

저도 내사랑 내곁에는 하나도 눈물이 안났어요.
그래서 미안한 마음마져... 김명민씨 고생많이 했는데..

한살 더 먹는 것이 그냥 먹는 것이 아닌지 어제는 영화보러가서
내내 졸았어요. 저는 추우면 '아 춥다' 하며 좀 떨고 나면
이내 기력이 빠져 눈이 감기고 졸리는데 그 증상이 나타난거죠.
해서 공자를 보긴 했는데 내용이 어떻게 전개 되었는지는 몰라요.

그나마 마지막에는 정신을 차려서 윤발아재가 혼신의 힘을 다했구나 하는
것은 느꼈어요. 이리 저리 피난을, 유랑을 다니면서도 대나무 두루마리에
글을 새긴게 경이로왔어요.

유교사상이 울나라에선 제사로 남아 공자님을 한때 싫어했었는데
사실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이야 무슨 죄가 있겠어요. 그들을 이용하는
인간들이 나쁘고 그 뜻을 잘못해석하고 이상하게 실천하는 인간들이 나쁘지...^^

아무튼, 하모니는 여자들의 영화네요.
대한민국 여자들 다 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