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럼독 밀리어네어>

지난주 토요일 이 영화를 보러 갔을땐 마침 모 여중 아이들이 단체로 이 영화를 보러와서 시끌벅적했다. 어인일인가 했더니. 한달에 두번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자신들은 영화 동아리인지라 영화관에 온 것이라고.

영화를 보기 전이었지만 그 영화 동아리 학생들은 참 행운녀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시절 보는 한편의 영화는 때론 가슴깊이 '추억'으로 각인될수도 있기에...내가 중학시절 처음본 영화는
한진희 정윤희 주연의 <사랑하는 사람아>였는데, 그 수준 차이라니....^^

아무튼, 이 영화 감동적이었다. 여중생들이 영화 홍보지를 전부 쓸어가 버려 예비 지식이 전혀 없는
가운데서 영화를 보며  영화 전반 모든 면이 완벽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빈민가 인도의 현실도
충분히 보여주었다 생각했고, 현재와 회상의 적절한 교차, 깔리는 음악, 무엇보다 세련되었던 음향 등등 남우주연,
여우주연(케이트 윈슬렛 받음을 사전인지)빼고 다 줘도 되지 않을까 나름 상상하며 .... 영화끝나고

소녀들이 팝콘과 함께 흘리고 간 영화홍보지를 주워 확인해본 순간 ,
'어머, 나 자리 깔아도 될까봐. ㅋㅋ'
정말이지 여우주연 남우주연 빼고는 다 받은듯~~~

그러나 참 묘한것이 영화를 보는 그 순간에는 세상에 완벽도 이런 완벽이 없다 생각했는데
극장문을 나올때 까지는 괜찮아도 집에 도착하니 더이상 영화가 복기되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어떤 영화는 볼때는 지루해도 지나고 나서 자꾸 생각나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볼때는 감독이 신의 손을
빌려서 만든 작품이 아닐까 싶었었는데 끝나고 나니 여운이 없었다. 참, 뭐라해야 할지...
게다가 그즈음 한겨레 21에서 영화는 영화일뿐 인도빈민의 삶은 여전히 암울하다는 기사와 사진을
접하자 더더욱 감동이 시큰둥으로 바뀌어 버렸다.

영화속 빈민가도 충분히 현실을 반영한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한겨레 21에서 본 사진은 그 보다 더 함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더러운 물도 아니고 완전 독극물같은 물이 들어있는 통에서 서너살 꼬마가 목욕을 하는지 노는지.....
안 가보았으니 알수가 있나.

아무튼, 우쨌거나, 그럼에도 <슬럼독...>은 좋은 영화였다. 내가 늙어서 봐서 그렇지 청소년들이 보면 그 여운이
오래 갈지도 모르겠다. 아니, 갈것이다.^^

2. <그랜 토리노> <더 리더>

클린트 감독의 마지막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광고 덕분에 기대를 하고 보았는데 음...클린트 행님은 역쉬 대단혀~~~ 내용이야 지극히 평범한 노년의 일상과 주변사람들과의 소소한 다툼의 나열이었으나....
그렇게 천천히 얽어가다 영화 후미 찐한 감동을 주었다.

마지막 노래는 누가 불렀는지 혹 클린트 행님이 부르신것은 아닌지 이글스의 조 웰시가 늙어서
더이상 기운이 없을때 마지막으로 기운을 차리고 노래를 부르면 그런 목소리가 날까...

무엇보다 관속에 미리 들어가 누워보다니... 고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만큼이나 평안하고 원없어 보였다.
아마, 세월 더 지나 클린트 행님은 꼭 그렇게 영화처럼 아름답게 가실것이다.
원래 마지막이라하면 또 다른 마지막이 남을수도 있는바, 아마 향후 한편 더 찍으시지는 않을까나..ㅎㅎ

찍기 힘든 영화 말고, 총도 무거우니 총도 들지 말고, 그저 좋은 경치 보면서, 농담따먹기나
하면서, 옛추억을 떠올리는, 첫사랑 같은 그런 영화 한편 더 만들어 주시면 안될까요?

.......

책읽어주는 남자는 케이트 윈슬렛을 다시 보게 만든 영화였다. <네버랜드를 찾아서>에서의
그녀도 좋았지만 이번은 그때보다 훨 멋있었다. 비록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그 주름마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반대로 랄프파인즈가 그렇게 늙어 버린것은 영 애석했다. ㅋㅋ..

언어가 독일어 였다면 훨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이 영국배우라 할수 없는가...

....
언급한 세 영화중 가장 기억에 남든 장면은 클린트 행님 총맞는 장면과 관속에 누워있는 장면.
더리더에서는 성당(성당 묘지?)으로 향하던 누런 들녘의 풍경과 넓은길, 그리고 죽은 한나의 묘지석을 손으로 쓸어
낙엽을 치우던 장면이 지금도 생각나... 이상. 3월에 본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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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3-3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윈슬렛 연기가 완전 물이 올랐더군요.
그랜토리노도 묵직하니 그러면서도 가볍게 치고 달아나는 듯~

폭설 2009-04-01 10:28   좋아요 0 | URL
그런 영화 한편 완성하고 나면 죽어도 원이 없을것 같아요.ㅋㅋ..
그리고 독일의 도시, 시골 풍경 넘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