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마감을 끝내고나면 한 2박3일 어디 유배지나 독방에 있다가 온 거 같다. 인터넷을 접속하면 그야말로 '뉴스'가 눈에 들어온다. 

이 나라에 법이란 것이 얼마나 웃긴 것인지(또는 슬픈 것인지), 다름 아닌 법치를 목놓아 외치는 이 정권이 얼마나 법을 희롱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두 개의 뉴스가 눈에 들어온다.

우선 이건희가 사면됐다. 그것도 단 한 명 사면 심사를 거쳐 이명박이 사면했다고 한다. 과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누가 감히 삼성 총수를 사면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희 스스로 사면장을 썼고(거기에 조중동이 약간 거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명박은 그저 도장을 꾹 찍었을 뿐이다.  예전에도 이렇게 단 한 명의 사면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기억 나는 건 고종황제가 김구를 사면했다는 이야기. 이번과 다른 건 황제가 사면한 게 아니라, 황제를 사면해드렸다는 사실... 

장례식장에서 소란을 피우면... 민폐다. 다음 날 좀 쪽팔리고 그렇다. 요절한 사람의 장례식장에서는 흔히 고성이 오가고 주먹이 오가고 상이 뒤엎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누가 누구를 고소하고 고발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죄하라고 소리친 국회의원이 장례식방해죄로 기소되었다고 한다. 그 국회의원은 상주 중 한 명이었다. 상주가 장례식을 방해하다니... 병원 영안실마다 범죄자들이 숱한데 검찰과 경찰은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2009년만큼 '법치'란 말을 많이 들었던 때가 없었던 거 같다. (잠시 노태우 때 '범죄와의 전쟁'이 떠오른다.) 용산참사부터 해서 쌍용자동차 파업, 철도노조 파업, 미네르바, 정연주, 미디어법... 어느 것 하나 법을 둘러싼 전쟁이 아니었나. 그런데 그 가운데 힘없고 약한 사람들만 나자빠졌다.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그 사이 '법'도 나자빠졌나보다. 그 대미를 위에 두 가지 사건이 장식한 건 아닌가.  

'법치'가 옆에 있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고, '법'이 옆에 있다면 힘들었지, 하며 술 한잔 따라주고 싶은 연말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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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끔 들르는 파란여우 님 블로그 대문에 걸린 사진입니다. 
인자하면서도 유머스러울 것 같은 오웰의 표정... 
그의 작품 속의 낙관주의가 스며든 것 같은...

 



 

제가 좋아하는 오웰의 사진입니다. 
표정은 안 웃긴데 머리스타일이^^
담배 물고 글쓰기는 너무 부럽죠.
저도 몇 해 전만 해도 이렇게 물고 썼는데..
요즘 사무실도, 집도 다 금연이라... 작업실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어떤 사람이 "요즘은 담배 끊는 사람보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더 독하다"고 합디다.
담배 하면...
화양연화에서 양조위가 담배 물고 저렇게 타이프를 하는 장면이 떠올라요.
담배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주윤발하고 양조위인데 저는 양조위가 더 좋거든요.
무간도에서도 그렇고.
또 김수영 시인의 담배 사진도 좋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타깝게 담배를 문 김수영의 사진은 복사가 안 되어서....
-> 링크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fabiano&folder=29&list_id=8877629&page=1

그러고 보니 오웰과 김수영과 양조위가 서로 닮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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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 마, 형사절차! - 민변 변호사들이 쓴 수사·재판 완전정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지음 / 사람생각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망년회에서 변호사 친구를 만난 의사가 애로사항을 털어놓는다. 명절이면 친인척들이 자꾸 건강상담을 하는데 무료로 계속 상담을 해줘야 하나? 변호사는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고 우편으로 청구서를 보내면 편해질 거라고 코치를 해줬다. 그리고 며칠 뒤 의사는 변호사 친구가 보낸 청구서를 받게 되었다.

#2.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유머다. 이야기의 무대는 미국인데 거기서는 변호사가 한국에서의 국회의원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변호사의 수를 늘리자고 했더니 어떤 이들은 미국 사례를 들며 망국론을 펴기도 했단다. 물론 모든 변호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다수가 아니라 소수라는 점이다.

#3.
그런 소수를 이른바 '인권변호사'라고 부른다. 사실 법대로 하자면 모든 변호사는 인권변호사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있는지도 모르고 변호사들은 알고 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 '변호사법'의 제1조는 변호사의 사명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충복인 정치인을 만나기 힘들고, 머슴노릇하는 공무원을 만날 수 없듯이 이 사명에 충실한 변호사도 그렇다. 그래서 인권변호사라는 말이 생겼다. 지지난 정부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생겼고, 지난 정부에서는'인권경찰'이라는 말이 생길 뻔 했지만 인권변호사의 역사는 꽤나 유서깊다. 인권변호사들의 모임이 이 책을 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변이다.

#4.
작년 촛불집회에서였다. 시청광장 주변에서 후진을 하던 전경버스가 한 시민을 치었고 흥분한 시민들은 전경버스를 애워싸고 마구 흔들었다. 주변에는 버스를 구출하러 출동 대기 중인 전경들이 모여들었다. 그 가운데, 그 안에 타고 있던 경찰간부와 시민들 사이에 민변 변호사들이 있었다. 저 뒤쪽에서 또 다른 웅성거림이 들렸다. 한 정보과 형사가 시민들에게 붙잡혀 무전기를 빼았겼다. 시민들은 형사의 신분증을 요구했지만 형사는 막무가내였다. 전경버스 주변에 있던 한 변호사가 비집고 들어 소속과 이름을 받아적고 나서야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5. 
촛불집회에서 그들이 했던 일은 사실 변호사의 업무와는 좀 거리가 있는 일이었다. 사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변호사가 할 일이 딱히 있어보이지도 않는다. 대한민국 거리에서는 경찰이 곧 법이니까. 그런 답답함과 아쉬움도 이 책을 내게 하는데 한몫했을 성 싶다. 길을 가다 검문을 받았을 때, 경찰로부터 동행을 요구받았을 때, 갑작스럽게 연행이 되어 경찰서에서 '조서'라는 것을 '꾸미게' 되었을 때... 등등의 그야 말로 실전에서의 쓸모있는 요령들이 적혀있다. 목차만 봐도 꽤나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좀더 알기 쉬운 용어와 말랑한 문체가 아쉽지만 전자제품 사용설명서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그런데로 쓸만하다.

#6. 
어떤 이로부터 한 철거민 아주머니를 인터뷰하다가 그 분이 도시개발법을 줄줄 외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세금을 한번 뜯겨보면 주택임차보호법의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법은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강자에게 주어진 면죄부 같은 것인지 모른다. 그 망할놈의 법 때문에 억울함을 달래기 보다는 더 억울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는 게 별 도움이 되지도 힘이 되지도 못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저 그럴듯한 '사명'을 외면하고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는 대다수 변호사들보다, 허구헌날 불법집회 운운하는 경찰간부보다, 경찰청 보도자료 배끼는 사이비 기자들보다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진짜 법, 현장에서 무시되고 천대받지만 진짜 집행되어야 할 법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7.
대부분의 자기개발서가 궁극적으로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는 부속품을 재생산해내는 것이라면 이 책은 민주사회를 위한, 민주시민의 자기개발서라 할만 하다. 형사절차, 경찰과 국가를 상대로 자기개발을, 그것도 내 돈 만원을 주고 해야 하는 게 서글프기는 하지만 여타의 자기개발서에 비하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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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로거가 바라본 앰네스티와 인권 (12월4째주)
    from Amnesty HumanLog (Beta) 2009-12-21 14:40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주 한 주도 씩씩하게 시작하셨나요?    개인적으로 전 요즘 얼마남지 않은 12월 달력을 볼 때마다  매 시간을 고이 접어두고 싶답니다.    얼마 남지 않은 12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 한주도 파이팅이고요.   그리고 이번년도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도 좋다고 하니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과 함께 예쁜 추억들 많이 만드세요 !!    12월 셋째주 한 주동안 블로고스...
 
 
 

우리에게 광장이란 무엇일까.  
그건 최인훈의 소설 광장처럼 공간을 넘어서 그 무엇이 아니었나.
우리는 한 번이라도 온전히 광장을 가져본 적이 있는 걸까.
어제 처음으로 '광화문 광장'을 거닐며 든 생각이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서야 읽은 경향신문의 칼럼이 무릅을 탁 치게 했다. 광장조례을 잘 만들자는 서명운동을 독려하는 글인데, 나도 서명을 했지만 이런 서명으로 광장이 우리에게 올 거 같지는 않다(내가 너무 패배적인 걸까). 그래도 하도 성질이 나 추운 길을 가다 말고 또박또박... 


[문화와 세상]스노보드, 세종대왕, 광장 알박기 
 반이정 미술평론가


“이건 또 뭐냐!” 13일 폐막한 ‘서울 스노우잼’ 가설무대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주, 우연히 무대 뒤편을 지나던 내 입에서 튀어나온 탄식이다.

이번 행사와 무대 설치에 쏟아진 비난 여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교통체증 유발, 주변 조망권 침해, 지방선거용 전시행정, 안전 불감증의 산물. 야당의 공식 비난논평도 비슷하며, ‘광화문 광장은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뼈있는 유행어를 남긴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까지 국가적 상징성과 역사적 문화성을 훼손시켰다며 문제삼았다. 이쯤 되면 내가 가설무대에서 받은 불쾌감은 대략 정당화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 글의 목적은 이 전례 없는 이벤트가 과연 그토록 욕먹어 마땅한지 되묻는 데 있다. 그럼 가설무대로 일그러진 나의 인상(혹은 시민의 보편적 불쾌감)은 어찌 해명될 것인고? 일단 요 몇 년 사이 도심 경관 위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아시바 올리고 공구리 치기’로 시민사회가 느끼는 공사 피로증이 작용했을 게다. 한편 토목사업으로 정치적 재미를 본 전직 시장이 대통령이 되고 보여준 독단과 무능에 실망한 국민이, 그와 유사한 노정을 되밟는 현직 시장에게 ‘무얼 하든 꼴 보기 싫다’며 완고히 마음을 닫았으리라. 반사 불이익!

하지만 냉정히 보자. 광화문 일대는 항시 과도하게 엄숙한 공간이었다. 광장 뒤편으론 조선시대 궁궐이, 그 뒤론 어느 시대건 국민 절반의 신임도 못 얻은 정치지도자의 관저가 있다. 광장 좌우로 비천상을 부조로 새긴 과도하게 웅대한 세종문화회관과 맞은편엔 항시 경찰이 대기 중인 금단의 땅, 미 대사관이 놓였다. 그 사이에서 도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가 펼쳐졌다. 광화문의 경관이 조장한 육중한 공기 위로 가볍게 솟아오른 스노보더의 묘기가 그 어떤 역사성을 훼손한단 말인가?

나는 오세훈 시장이 그간 감행한 관제 행사 가운데, 스노우잼 행사가 ‘본의 아니게’ 제일 실험적 시도였으리라 추정한다. 고스란히 드러난 철근구조를 흉하다며 욕하지만 엉터리 민화 이미지 따위로 가림막을 두르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또 역사성 훼손 운운하는 건 낯간지럽고 손쉬운 비난 같다. 우리 국민은 역사와 전통 앞에선 대체로 약하다(사극에 열광하는 국민성!). 정작 역사 왜곡의 오용 사례로 따지면 비난의 경중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고작 3일짜리 이벤트에 분개하면서, 왜 영구적으로 광화문 한복판에 ‘알 박은’ 황금빛 세종대왕 좌상 제막엔 관대할까? 민족이 낳은 위인이어서? 성공한 무신 동상 뒤로 군인 정치가 박정희가 자신의 과오를 은폐했듯, 성군 세종 동상 뒤에서 철 지난 정치적 실익을 계산하는 이는 없을까? 세종의 업적을 후대가 기리는 예우로, 고작 시대착오적 미감의 육중한(20t) 키치풍 동상 제막만이 능사는 아닐진대.

나는 황금빛 세종 좌상을 볼 때마다 만수대의 조악한 황금빛 김일성 입상이 연상된다. 광화문 광장을 거대한 영묘(靈廟)처럼 꾸민 것이 스노우잼 가설무대보다 위험한 발상은 아닐까? 역사적으로 광장은 교활한 위정자에겐 대중 동원과 정치선전의 장이었다. 그래서 광장을 홀로 장악하길 원했고, 군중이 자율로 모이는 건 저지했다. 변형된 광장공포증이요, 저 혼자 알 박겠다는 심보다. 광화문과는 사정이 다르나 알 박기 문제는 시장 허가로만 행사가 열리는 서울광장이 가장 심각하다. 서울시장의 광장공포증을 치유할 ‘서울광장 사용 조례개정운동(openseoul.org)’이 진행 중인데, 추가 서명인이 시급히 필요하단다. 괜히 한시적 스노쇼 무대에 열 받지 말고, 광장을 영구히 빼앗는 몰상식에 분개하자(필자도 서명했다).

<반이정 미술평론가>

  200907062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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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10분.   
술한잔 걸치고
1차에서  2차로 옮길 즈음 
생활이 시인을 반역하거나 
시가 생활을 반역는  그 무렵... 


1968년 6월 15일 밤 11시 10분경 귀가길에 구수동 집 근처에서 버스에 치어 머리를 다치다. 의식을 잃은 채 적십자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치 못한 채로 다음날 16일 아침 8시 50분에 숨지다.     - 김수영 전집(민음사) 연보에서 


거미 (1954.10.5)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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