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10분.
술한잔 걸치고
1차에서 2차로 옮길 즈음
생활이 시인을 반역하거나
시가 생활을 반역는 그 무렵...
1968년 6월 15일 밤 11시 10분경 귀가길에 구수동 집 근처에서 버스에 치어 머리를 다치다. 의식을 잃은 채 적십자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치 못한 채로 다음날 16일 아침 8시 50분에 숨지다. - 김수영 전집(민음사) 연보에서
거미 (1954.10.5)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