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해서는 참 할 말이 많다. 누구는 그런다. "돈 우습게 보지 마라, 돈 100만원 때문에 사람도 죽이는 세상이다." 맞는 말이다. 이 세상을 살며 어떻게 돈을 우습게 볼 수 있나. 오히려 살 수록 참 무서운 게 돈이다. 그리고 다들 잘 아는 것 같지만 한편 다들 잘 모르는 게 돈인 것 같다. <녹색평론>은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도 돈과 은행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가 보통 돈이라고 생각하는 금속화폐나 지폐는 실제로 조폐창이라고 하는 연방정부기관에 의해 생산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돈은 조폐창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은행이라고 하는 사기업에 의해 매일 막대한 규모로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예금자가 맡긴 돈을 은행이 대출해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실은, 은행은 자신이 번 돈이나 예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돈을 빌리는 사람의 상환 서약을 근거로 한 대출을 통해서 돈을 만들어낸다. 대출서류에 표시된 차금인(借金人)의 서명은 대출 원금에 이자를 덧붙인 금액을 나중에 은행에 갚거나, 아니면 집이나 자동차 혹은 담보물로 잡힌 자산을 내놓겠다는 서약이다. 이것은 돈을 빌리는 사람으로서 하지 않을 수 없는 매우 부담스러운 약속이다. 그런데 이 서명이 은행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은행은 차금인의 계좌에 금액을 써놓는 행위만으로 마술처럼 그 액수의 돈을 생산한다. 터무니없는 일처럼 들리는가? 하지만 이건 사실이다. (중략) 

은행은 자신이 갖고 있지도 않은 돈을 빌려준다는 사실이 기묘하게 생각된다면, 이것은 어떠한가. 최근 몇십년 동안 은행들의 집요한 로비활동의 결과로 각국의 중앙은행에 예치금을 두어야 한다는 규칙은 몇몇 나라에서 거의 사라져버렸고, 실제 준비율은 9:1보다 훨씬더 높아졌다. 계좌 유형에 따라 20:1 혹은 30:1이 흔한 경우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출수수료를 이용함으로써 은행들은 이제 준비율이라는 제약을 완전히 우회하는 길을 발견하였다.   
- '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녹색평론> 113호 2010.7.8 
 


내 경우에는 얼마 전에 은행에 적금했던 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일이 있다. 연 이자 7%. 속이 쓰리다. 그래도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하나? 은행 영업시간이 지난 뒤에 돈을 인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수료를 내는 것도 참 아깝다. 어떤 은행은 1억원 이상인 계좌를 갖고 있으면 인출은 물론 이체 등 모든 수수료가 면제라고 하니 배알이 꼴리기도 한다.  
 

   
 

한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이자놀이(usury)라고 하였고, 그것은 엄한 처벌 ― 심지어 사형 ― 을 받았다. 모든 주요 종교는 이자놀이를 금지하였다. 이자놀이를 반대하는 대부분의 논리는 도덕적인 것이었다. 돈의 유일한 정당한 목적은 실제의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소유하고 있는 돈으로 돈을 증식한다는 것은 어떤 형태이든 기생적인 행위 혹은 도둑질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와서는) 우리가 민주주의와 자유라고 믿어온 것은, 실제로는, 교묘한 그리고 보이지 않는 형태의 경제적 독재체제이다. 우리의 사회 전체가 통화공급 때문에 은행에 전적으로 의존해있는 한, 은행가들은 누가 돈을 가지거나, 가지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 위의 글에서

 
   

이 쯤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떠오른다. 요즘은 '더블 딥'이란 말도 많이 나온다. 한국은 부동산 거품이 없어지면서 일본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장기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래는  얼마전 <르몽드디플로마크> 한국어 판에서 봤던 글이다.   

   
  1996년 봄, 첫 임기를 간신히 마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재선 유세를 준비하고 있었다. 돈이 필요했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해냈다.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커피를 한잔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민주당의 잠재적 후원자들은 무리지어 백악관을 방문해 기업 활동 규제를 담당하는 미 행정부 관리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클린턴의 대변인이던 래니 데이비스는 이 만남에 대해 “기업 활동 규제를 담당하는 직원이 해당 산업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그럴싸하게 해명했다.(2) 그 뒤 전세계 경제가 수조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치르고, 국가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노동자 수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은 이 ‘커피 타임’과 무관하지 않다.  

1996년 5월 13일, 미국의 주요 은행 대표들이 백악관에 초대돼 1시간30분간 미 행정부 주요 관리들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해 로버트 루빈 재무부 장관, 통화정책 담당 존 호크, 은행규제 담당 유진 루드위그가 참석했다. 민주당 자금 담당 마빈 로즌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우연이라고 하기엔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유진 루드위그의 대변인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은행가들은 향후 입법 사안에 대해 토론했다. 그중에는 은행과 기타 금융기관을 분리하는 장벽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됐다”. - '은행가에 의한, 은행가를 위한, 은행가의 정부' <르몽드 디플로마크> 6월호 

 
   

  
청와대는 7월 8일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은행장들과 대기업 총수들을 만난 게 무슨 잘못이냐고 반문했다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뷰스앤뉴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삼성경제연구소가 만들었다는 사실에서처럼 한국은 이 부문에서 미국보다 훨씬 선진(?)적이다.  

위의 기사는 모든 사람은 투표권 한 장을 가질 수 있지만 정치자금은 부자들만이 낼 수 있기 때문에 금융자본에 눈치보는 정치권, 금융자본에 종속되는 정치를 거스리기는 힘들다고 진단하고 있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보듯 그 폐해를 고스란히 서민들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이제, 우리는 돈이란 단지 하나의 아이디어라는 것을 알았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무엇이든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에 매우 단순한 대안적 화폐개념이 있다. 이 모델은 과거에 영국과 미국에서 실제로 잘 기능하고 있었지만, 금세공사―은행가들과 부분준비제도 때문에 파괴된 시스템에 토대를 둔 것이다.

항구적이고, 이자 없는 돈에 기초한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돈은 정부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야 한다. 바람직스럽기는, 그 돈은 도로, 철도, 교량, 항만, 공설시장 등 경제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내구성을 가진 하부구조에 사용되어야 한다. 그 돈은 부채로서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돈의 사용처 ― 그게 무엇이든 ― 그 자체가 가진 가치로서 창조될 것이다.
- '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녹색평론> 113호 2010.7.8  
 
   


<녹색평론>은 대안화폐, 사회신용론을 제시하는 것 같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기본소득 운동'을 제안하는 사람들도 많다. 무엇이 되었든, 우리 삶과 생활에 기초한 새로운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   

   
 

화폐는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이다. 화폐가 오래된 노예제와 다른 점은 그것이 비인격적이라는 사실, 즉 주인과 노예 사이에 아무런 인간적 관계가 없다는 사실에 있을 뿐이다. ― 톨스토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인천대교 추락사고 사상자 명단... 이름 옆에 숫자는 나이를 말한다. 64, 68도 있지만 18, 12. 4라는 숫자도 보인다.

누구는 앞선 사고차량이 삼각대만 세웠더라라면 하고 누구는 버스 운전기사가 전방 주의 의무만 잘 지켰더라도 란다.

난 인천대교만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 그곳에서 몇 해 전인가 몇 십중 추돌사고가 난 적이 있다. 그 사고 전후 태안을 내려갈 일이 있어 서해안고속도로를 탔다. 오전 9시쯤이었는데 정말 몇 미터 앞도 안 보이는 짙은 안개에 시속 30킬로미터로 비상등에 상향등까지 켜고 운전을 했다.

내가 아무리 천천히 주의해서 가고 있다지만 어떤 차가 뒤에서 시속 백킬로로 달려오다 나를 받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인천대교를 건너는 동안 손에서 진땀이 흘렀다.

이번 사고에서 관련 차량 운전수를 모두 형사처벌한다고 한다. 물론 그들도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과연 그들만의 잘못인가. 나는 왠지 이 사건이 인간의 오만이 부른 재앙이란 생각이 든다.

도대체 바다 한 가운데 그런 다리를 짓자는 생각은 누가 생각해낸 걸까. 4대강도 마찬가지다. 4대강이 개발되면 거리로 구경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것을 통해 먹고사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아무리 무섭고 그래도 인천대교를 이용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액 무료로 상영되는 '인권영화제'에서 3천원짜리 팜플렛을 사라고 하니 (한 손에 5천원짜리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든 사람들이) "너무 비싸요!" 하더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어제 우연히 <사회평론>이란 잡지를 봤다.  이제는 안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지금도 나오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낸 출판사와 같은 곳일 거다. 나중에 아마도 <길>이란 좌파 잡지와 합쳐서 <사회평론 길>이 되었고 <말>지와 쌍벽을 이루던 진보적인 잡지였던 걸로 기억한다.

어제 본 것은 1991년 잡지였는데 눈길을 끈 것은 지금 청와대에 들어가있는 박형준, 청와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손학규 같은 이들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격세지감이랄까, 기분이 쫌 그랬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20년 전 <사회평론> 가격이 4천원이었다! 

내가 만드는 잡지는 6천원이다. <녹색평론>은 얼마 전에 가격을 인상했는데 8천원한다. 녹평이랑 비교해보면 20년동안 딱 두배 오른 셈이다. 그 동안 종이값은 얼마나 올랐으며 인건비는 또 어떤가.

영화나 음반과 비교해볼 때, 아니 담뱃값이나 술값이랑 비교해볼 때 (엄밀한 비교가 아니라 그냥 심정적인 비교^^) 이 나라 책값은 참 착하다. 사실 지난해부터 시작해서 종이값이 감당하기 곤란할만큼 뛰고 있는데... 책을 내는 일이 갈수록 쉽지 않는데... 참... 너무 착하다. 착하게 살면 안 되는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10-07-0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너무 싸다고 생각합니다.
 

 

 

 

 

 

 

 


딸내미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대단한 건 아닙니다. 며칠 전 둘째를 가진 아내와 정밀초음파를 보러 산부인과에 갔는데 자기도 동생을 보겠다며 따라나선 딸내미는 병원에서 또래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난 다섯 살이야. 넌 몇 살이야?” 하고 물으니 딸내미는 천연덕스레 “응, 나는 여섯 살이야” 그럽니다. 우리 아이와 그 아이 모두 네 살이란 걸 이미 알고 있던 아내와 나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습니다.


30여 년에 걸쳐 거짓말에 대한 연구를 한 끝에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 한다』란 책을 펴낸 로버트 펠드먼 박사는 처음 만나는 성인은 10분 동안 평균 세 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옷이 예쁘다거나 요즘 괜찮다거나 하는 악의 없는 인사치례가 대부분이지만 소위 어른들의 세계에서 얼마나 거짓말이 넘쳐나며 우리가 거짓말에 얼마나 무감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거짓말하면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열사의 죽음과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사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워터게이트 사건이 떠오릅니다. 솔직히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사태야말로 금융자본의 온갖 거짓말과 그 거짓말을 알고도 속아준 관료들의 합작품, 금권사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거짓말은 생리(生理)입니다.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이 정부의 거짓말은 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이 성적표를 조작하듯 획을 더해 상황일지 숫자를 조작하지 않나, 애초에 없다던 사건 동영상이 자꾸만 튀어나오지 않나, 북한 어뢰의 설계도면이 실렸다는 소책자는 있다가도 없어지니 천안함 사건에서 국방부는 그야말로 입만 열면 거짓말입니다.


경찰의 거짓말도 가관입니다. 아동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자 피해 아동의 가족이 보도를 원치 않는다는 거짓말로 자신들의 실책을 덮으려 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고문사실을 밝혔음에도 해당 경찰서장이 스스로 나서 사실무근이라며 기자회견을 엽니다. 더 나아가 경찰 수뇌부는 당사자가 부인한 것을 가지고 은폐라 말하기는 곤란하다 우기니 말문이 막히고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아마도 이들은 당장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만 모면하고 코앞에 닥친 곤경만 벗어난다면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를 가리키는 권력을 손에 쥐었으니 거짓과 진실을 모호하게 할 수도 있고, 거짓을 진실로 바꾸고 진실을 거짓으로 가릴 수도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게지요.


반면 구술생애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힘을 빼앗기고 억눌린 사람들의 거짓말에 주목합니다. 거짓말에도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떤 사람의 증언 가운데 무엇이 거짓이며 무엇이 사실인지를 가려내는 일보다 왜 그 사람은 그것을 사실로 믿게 되었는지, 혹은 왜 사실을 감추고 때로는 침묵하며 거짓을 말하는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하며 그것이 결국 진실에 다가가는 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거짓말로 치자면 대한민국 헌법이나 세계인권선언만한 것도 없습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대한민국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말은 현실에서는 죄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말, 모든 사람은 의료와 주거, 노동과 교육의 권리를 가진다는 말도 거기에 담긴 염원과 열망, 지향과는 달리 이 사회에서는 모두 터무니없는 소리일 뿐이지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국가의 주인은커녕 잠재적 범죄자, 불순분자, 테러리스트가 되어 권력기관의 사찰 대상이 되기 십상입니다. 인간이기를 선언하고 인간답게 살기로 작정하는 순간 그나마 아등바등 하던 일터와 삶터에서 내쫓기는 것을 각오해야 하고 갖은 모멸과 냉대, 그리고 법을 빙자한 폭력과 마주해야 합니다. 그러니 인권이라는 것은 법조문과 선언문에 적힌 글 나부랭이가 온통 거짓임을 폭로하고 그 거짓이 진실이 되게끔 만들어가는 지점에서 비로소 생겨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동발달 이론에 따르면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타인을 인식하고 다른 이의 마음이 작용하는 방법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는 능력을 배워가면서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또한 아이들은 3~4살부터 상상력이 풍부해지면서 없는 것을 있는 것이라 여길 수 있게 되며 이것이 거짓말을 만드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타인과 교감하지 못하고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며 현실을 부정하거나 새로움을 상상하지 못한다면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니 우리는 아이들의 거짓말로부터 참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이번 <사람>에서는 청소년 스스로가 말하는 청소년과 학교의 문제를 다뤘습니다. 한국사회에서 학교는 그 자체로 거대한 거짓말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에서, 학교 밖에서, 사회 구석구석에서 거짓과 맞닥뜨리고 있을 그들에게 한 편의 시를 전하며 건투를 빕니다. 

 

찍소리  
- 송경동  

찍소리 내고 얻어터진 적 세 번 있다

코 끝이 늘 토마토던 초등학교 담임이  
깨스! 하곤 찍소리만 내봐라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찍!

두 번짼 중3 시절 늦은 밤 자율학습시간 
학생과장 고스터가 찍소리도 내지 마 했을 때
슬리퍼소리 사라지기 기다려 히히 찍!
어떤 개새끼가 찍소리 냈어
마루장 무너지던 소리 온 밤을 터졌다

세 번짼 고3 시절
학력고사도 끝나 널널한데
하루는 게슈타포가 말 같잖은 말을 했다
예를 들면, 찍소리 내지 말고 공부해! 와 같은 말
참을 수 없어 큰소리로 찌이익! 해버렸다
12년간 주눅든 어떤 것으로부터 설움과
해방감 나른히 몰려오던 한낮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학교를 떠나고 말았다

그 뒤로 십여 년 더 지난 오늘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자라오며 그 찍소리 몇 번이나 더 해 보았나
똥 누다 말고 찌익! 해 본다
누구도 이젠 나를 치지 않는데
마음에 찡하니 젖어오는 슬픔 한 줄기  

 

 

 

 

 

 

 

  

 

---------------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7-8월호에 쓴 글입니다.  
청소년들을 만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제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솔직히 제 아이는 '찍소리' 안 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만 찍소리도 못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rch 2010-07-04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움을 상상하지 못한다면 거짓말도 할 수 없다니. 판에 박힌 거짓말만 하는 저로선 아이들의 거짓말이 부러워요.
'찍소리'란 시는 참 좋으네요.

나무처럼 2010-07-05 11:3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자꾸 하면 늘지 않을까 하는^^ 사소한 물음에 답함이란 시집 얼마전에 봤는데 정말 좋은 시가 많더라구요.

Arch 2010-07-0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모해놨어요.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꼭 읽어보겠어요.
 

용산투쟁으로 쫌더 유명해진 인권활동가 박래군을 팔아서(?) 인권재단 사람도 알리고 잡지 <사람>도 알리는 자리를 만들어보자고 술자리에서 기획된 행사다. 애초에는 '박래군의 토크쇼' 형태였는데 며칠 뒤 다시 만나니 영 부담스러워했다. 환갑도 안 된 나이에 무슨 자서전 출판기념회도 아니고...
 
얼떨결에 1부 사회를 맡게 되었는데 진행이 매끄럽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용산싸움과 420일 동안의 수배생활. 순천향병원, 명동성당, 서울구치소를 전전하며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고민했을지 사람들은 궁금해할까?
 
그는 구치소에서 나와 자신의 이야기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생각인지를 궁금해했다. 사실 나도 박래군보다 나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지가 더 궁금하다.^^ 
 

 
 
막걸리 한잔합시다
- 420일간의 불복종과 세상살이
 
용산참사 500일.
그 한복판에 있었던 인권운동가에게 듣는 420일간의 불복종 이야기.
돈 때문에 싸우고 돈으로 위로받고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에서
자본에 복종하지 않는 삶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
제2의 용산이라 불리는 홍대 앞 두리반에서 막걸리 잔 기울이며
술이 익어가듯 술술술 사는 이야기를 풀어봅시다.
 
때와 곳; 2010년 6월 24일(목) 19시 두리반(2호선 홍대입구역 4번출구)
 
 
 
첫째 판 “420일간의 불복종”
이야기 꺼리:  박래군, 용산을 만나다
                   탈주를 꿈꾸다 
                   용산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불복종이 남긴 것
이야기 손님:   박래군, 이종회, 안종녀 
  
인디밴드 공연
 
둘째 판 “돈 없으면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 인권운동가의 주머니 사정”
이야기 꺼리:   요즘 뭐 부쳐 먹고 사시나요? 
                    빈대떡 신사들의 쩐의 전쟁
                    생계와 활동, 이중생활의 곤란 혹은 비결
                    불복종과 재단의 수상한 만남
이야기 손님:    박래군, 김배균, 박옥순  
 
 
※ 이 행사는 인권재단 사람에서 진행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