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생전 가야 날릴 일 없는 무뚝뚝 男의 뻐꾸기
로맨틱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순정’이 있다. 당신을 만난 게 21세기 최고의 대박이에요(솔직담백진솔). 내가 오늘 나오기 전에 어머니에게 얘기했어. / 뭐라고 얘기했는데? / 응, 앞으로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될 여자 만나러 간다고(머릿속에 ‘사랑하면 결혼한다’라는 등식 성립). 나 내년에 입주할 아파트 있어. 나랑 결혼해(단도직입적이다. -_-).
B 일반 男이 어쩌다 진심으로 날리는 뻐꾸기
평소와 달리 연애 男으로 환생하고 하는 첫 경험이라 속살이 연한 멘트들이다. 간지럽다. 창의력이 발휘된다. 너무 깜찍해서 잘 접어서 우리 집으로 데려가고 싶다. 어떻게 잘 접으면 내 주머니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자, 조금만 연습해보자(이 정도로 얘기해주는 남자라면 히말라야산 밑의 요가 수련원이라도 당장 다녀야겠다). 매일 밤 10시 4분에 전화해야겠어. / 응, 왜? 모닝콜도 아니고? / 네가 나의 천사잖아. 천사에게 보내는 호출이야(말하고도 쑥스러워하는, 훗날 당사자에게 얘기하면 얼굴 붉힐 것이다). 너에게 말하기 위해 ‘보고 싶다’라는 말을 배웠던 것 같아(이 순간만큼은 진실이다).
C 안에 여자가 수십 명 들어앉은 男의 뻐꾸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만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다. 한마디가 아니라 피드백을 계산한 토크식의 시나리오. 너의 코가 너무 예뻐. / 블랙헤드가 심각한데? / 아냐, 그런 건 하나도 안 보여. 너, 전지현 닮았다는 얘기 안 들어봤어?(컴플렉스를 오히려 칭찬해주는 선수의 센스!) 천국에서 인원점검 해야겠어요. / 무슨 소리예요? / 분명 천사가 하나 사라졌을 테니까요(얼굴이 두꺼운 남자들이 구사한다). 길 좀 알려주시겠어요? / 어떤 길이요? / 당신 마음으로 가는 길이요(위의 관용어구의 응용 사례).
A+B 응급처치 할 줄 알아? / 잘 모르는데, 무슨 일 있어? / 네가 내 심장을 멎게 했거든.
A+C 나 되게 아픈 것 같아. 지금은 위급 상황이야. / 무슨 얘기야? / 마음이 내 의지대로 주체가 안 돼. EMERGENCY야. 당신이 고쳐줘야 해.
B+C 처음에 당신에게 어떤 빛이 나서 금광인 줄 알고 파기 시작했는데 들어가 보니 엄청난 사파이어와 루비와 에메랄드 가지각색의 보석인 거야.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A+B+C 나의 요정, 나의 천사, 나의 사랑. 어디에 있다가 이제 왔니? 이 세상에서 나한테는 너만이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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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날린 뻐꾸기, 새끼까지 쳤다 VS 그가 날린 건 잡새였다 |
그의 차 안에서 헤어지려는 순간, 그가 날 빤히 보면서 말했다. “그냥 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나에게는 이제 너를 바라보는 게 일인 것 같아. 이대로 그냥 보고만 있어도 하나도 배 안 고플 것 같아”라고. 왠지 분위기상 감동이었다. -우현선, 25세, 공무원
드라마 <패션 70’s>가 막 인기를 끌 무렵, 그와 소개팅으로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친구들이 저더러 거기 나오는 현영이랑 닮았다고 하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솔직히 닮았다는 말 들어서 기분 좋은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에게 이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털털한 여자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정색을 하고 하는 말. “전혀 아닌데요? 오히려 이요원을 훨씬 더 많이 닮았는데 무슨 현영?”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잘 만나고 있다. -신미나, 26세, 무역회사 |
만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만 얘기하게 되는 분위기였다. 그날은 휴일이었는데 저녁 때 회의가 소집되어 회사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남자친구는 회사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내가 내리려 할 때쯤 너무나 아쉬워하는 얼굴로 “내가 저 건물을 폭파시키면 당신 일 안해도 되지 않을까? 그냥 나한테 시집 와서 빨래나 해.” 헉, 잘 나가다가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란 말인가. 그럴 바에야 세탁기랑 결혼하시지 왜! -김주은, 29세, 웹기획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그가 전화로 “너 왠지 캔디 닮은 거 같아”라고 했다. “응? 왜? 캔디는 별로 안 예쁘잖아.” “그러니까 더 닮았단 거지.” 아니, 기본적으로 캔디가 여자들이 닮고 싶어하는 캐릭터냐고. ‘그럼 넌 호빵맨 닮았어라고 하면 기분이 좋겠냐?’ 속으로만 읊조리고 겉으로는 그냥 “그럼 자기가 안소니 해야겠네”라고 완곡하게 말해주었다. -한주희, 27세, 카피라이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