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이런 시집 - 이오덕씨 시집 '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
2주기 앞두고 미발표 유고시 56편 엮어 펴내
이오덕씨 시집 '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
양장본 172쪽 / 한길사 / 9,000원
서울=연합뉴스 / 조선닷컴
입력 : 2005.08.23 10:13 00'
우리말글 살리기에 평생을 바쳤던 아동문학가 이오덕(1925-2003) 씨의 미발표 유고시집 ’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한길사)가 출간됐다.
오는 25일 두 번째 기일을 앞두고 출간된 이 시집은 이씨가 남겨놓은 시창작 노트 5권에서 가려뽑은 56편으로 엮었다. 이씨의 미발표 유고시들은 지난해 시전문지 ’시경’을 통해 12편을 처음 공개했고, 올해 4월 실천문학사에서 ’고든박골 가는 길’이란 제목의 시집으로 출간된 바 있다.
이번 시집에는 1990년대 이후 충주 무너미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친화적 삶을 살았던 이씨의 생활상이 담겼다. 소박하고 간소한 생활의 자세,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우리의 말과 글을 아끼는 정성, 아이와 같은 순진함이 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나는 올해가 일흔이 꽉 찬 나이인데도/아직도 어린애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간다/산속에 가서 한 포기 풀같이 살아가는 꿈/산속에 가서 한 마리 새같이 살아가는 꿈”(’나의 꿈’ 중)이라거나 “팥죽을 한 솥 쒀 놓고/멀리 있는 친구도 불러와/촛불을 켜 놓고/옛날이야기 하면서/같이 먹고/이웃에도 나눠주고/그리고는/팥죽 노래 부르고 팥죽 춤추고/팥죽 세상 만들어야지!”(’팥죽 2’ 중)라는 시에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어려운 말 하는 사람 믿지 않고/유식한 글 쓰는 사람 따르지 않고/쉬운 말 우리 말로 살아가는 사람/ 바르고 깨끗하고 아름다워라”(’우리 말 우리 얼’ 중)라는 시에는 우리말글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40여 년 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손수 집안일을 해왔다는 이씨는 요리나 바느질 등 여성스러움 속에 깃든 생활의 기쁨을 노래한 시들도 남겼다.
“조그만 오지솥그릇에/찌개를 끓인다./된장을 풀어 넣고/풋고추 한 개 썰어 넣고”로 시작하는 이 시는 “보글자글 보글자글/된장찌개 소리로/하루를 시작하는 기쁨을/세상의 남자들은 모르고 살았지/여자들에게 빼앗겨 있었지/바보 같은 남자들…”(’찌개 끓이기’ 중)로 끝난다.
“바느질이 하고 싶어/그만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한 땀 한 땀 꿰매는 재미가 글쓰기보다 낫다./이런 행복을 몰랐으니 참 내가 지금까지/얼마나 바보로 살았나/세상의 여자들이 어째서 남자보다/더 끈질기게 더 오래 사는가 했더니/그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바느질’ 중)라고 노래한 시도 실려 있다.
생전에 이씨의 절친한 벗이었던 아동문학가 권정생 씨는 머리글에서 “마지막 남기신 이 쓸쓸한 노래는 기존 시단에서는 홀대를 받겠지만 고달프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겐 위안이 될 것”이라고 적어놓았다.
지은 책으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우리 글 바로 쓰기>,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 <개구리 울던 마을>, <일하는 아이들>, <문학의 길 교육의 길>, <어린이책 이야기>, <고든박골 가는 길>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