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뽀뽀는 딱 한번만! 비룡소의 그림동화 92
토미 웅거러 글.그림,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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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꾸러기 고양이 <발톱이>가 있었다. 발톱이는 초와 분과 시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 자명종 시계를 죄다 뜯어 버리는 호기심 많은 아이(고양이?)이며, 학교에서도 장난치는데는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장난꾸러기이다. 그런 발톱이와 엄마 사이에 심각한 분쟁이 일어났다. 발톱이 엄마는 자식사랑이 지극해서 언제 어디서건 <뽀뽀>세례를 마구 퍼 붓는데 발톱이는 그게 그렇게 싫다.

엄마가 애정공세를 싫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발톱이는 자의식이 강한 아이이다. 이 책은 아이를(특히 남자아이) 키우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을 재미있게 잘 그린 수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유는 심각한 주제를 전혀 심각하지 않게 그려내었다. 엄마와 자식간의 애정표시와 갈등을 다룬 분위기가 심상찮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문장을 옮겨 읽을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이의 편에서는 시원하게 자신을 대변해준 고양이 발톱이에게서 대리만족의 쾌감을 느낄 것이다. (우리 아이들 스트레스 너무 많다. 책 읽기는 즐거워야 한다. 깔깔거리며 웃게 만드는 책은 능력있는 책이다). 부모편(특히 익애적태도의 엄마)에서는 한 번쯤 자신을 거울에 비춰 보아야 한다. 아이는 날로날로 자라는데 여전히 "아기"취급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앗! 그러고 보니 나도 영이를 아직도 <겸둥이 우리 아기 흐흐>하며 흐물대는 애정표현을 자주 한닷..)

작가 토미 웅거러는 아주 매력적인 작가이다. 손수 그림도 그렸다.  부러운 사람이다. 동화(그림책)작가에게 삽화는 지대한 영향을 도구이다. 삽화로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한층 빛난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원하는 대로 그릴 수 있다는 건 몇 몇 사람에게만 허락된 달란트이다. 행운의 달란트를 소유한 사람이 바로 토미 웅거러이다.  나는 고양이를 싫어해서 고양이 주인공은 별로 탐탁잖게 생각했는데, 이 책의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다. 생동감있는 표정, 섬세하면서 유머넘치는 터치. 글을 잘 살린-멋진 그림이다. 고양이는 싫어도 토미 웅거러의 고양이 그림은 귀엽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선 그닥 큰 인기를 못 얻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두드러지는 것은 문화적 차이라고 생각한다. 토미 웅거러의 프랑스적 문제의식은 우리나라와 똑같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 느낌든다. 우리나라사람만큼 <피부접촉>을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복잡한 전철에서 "Sorry!"를 외쳐대는 예의반듯한(?) 외국인에 비해 우린 어깨나 팔이 좀 스친다고 특별히 기분나빠 하지 않는다. 그러니 엄마의 뽀뽀세례를 기피하는 발톱이에게서 공감대를 찾기 좀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이국적인 생활도 속에서 우리 한국 엄마들은 중요한 걸 놓치지 않고 배워야 한다. 즉, 익애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사랑이면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사랑이란 이름 속에 아이들을 묶어 놓고 몸만 자라고 정신은 언제까지나 유아기에서 머물게 할 정신없는 엄마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아이들을 마마보이로 만들지 말자. 사랑은 나(엄마)의 유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자식)의 유익을 위한 것이다.

ㅂㅊㅁ050524

꼬랑지 : 이 책 굉장히 재미있다. 너무 많이 웃었다. /대상 연령: 초등학교 저학년~자의식이 자라나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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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5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05-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는 능력이니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