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재미있어도 다시는 못 할 거라고 했던 심즈마을 놀이를 다시 하게 되었다. 테트리스와 겔라그 이후로 처음으로 짜릿한 재미를 맛 봐서 손이 근질근질한 차에 애들이 "엄마, 심즈마을 하실래요?"하면서 꼬시는 거다. 이럴 땐 못 이기는 척하면서 "뭐,심심한데 그래볼까?"하면서 아닥모드로 후딱 덤벼들어야 한다.

 

 

꼬불꼬불 어렵사리 로그인해서 들어가보니 심 마을 '나'의 집은 평화로웠다. 나는 부지런히 청소하고 텃밭을 가꾸는가 하면 밤낮으로 글쓰기 실력을 연마하며 지난 번에 청탁받은 드라마 대본을 열심히 쓰고 있었다. 20대로 급 회춘한 옆지기도 성실히 살고 있었다. 아무 기술이 없어서 커피 판매원으로 적은 돈을 받지만 꼬박꼬박 제 시간에 출근했다간 칼퇴근해서는 가정을 돌보았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곤 달걀 삶기와 라면 끓이기밖에 못하는 현실의 옆지기한테 한이 맺혀서 심 옆지기에겐 요리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요리책을 읽게 하고 요리 전담시키기 ㅋㅋ

 

 

 

슈 이야기-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귀엽게 생겼지만 멍청한 강아지 슈는 여전히 말썽 부렸다. 걸핏하면 개 벼룩이 생기고, 언제 또 가구를 씹을지 몰라 개껌을 비롯한 애완견 장난감 상자를 사줘야 했다. 우리는 신혼부부로 가진 돈도 적고 돈 버는 기술도 낮아서 무쟈게 아끼고 살아야 하는데.

 

 

나 : 강아지 따위에게 돈을 써야 한다니~

 

아들들 : 엄마는 역시 동물을 안 좋아하나봐요.....애완견한테 쓰는 돈이 아깝다니.......에휴....."

 

 

아이들 말이 맞긴 맞았다. 실제로 개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놀이하면서도 잘 안아주지도 않고 놀아주지도 않았더니 결국 슈가 사라져 버렸다! 사랑을 받지 못하면 실종된다고 한다. 그것은 충격이었고 아이들은 나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그..그러게..나도..이렇게까지 될 줄은 모..몰랐지...어버버. 희안하지, 원래 개도 안 좋아하는데다 멍청한 슈가 걸리적거리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없으니까 마음 한 귀탱이가 쒱~하니 찬바람이 불었다. 큰놈이 마우스를 뺏아가더니(이때부터 엄마한테 이 집을 다 맡기기엔 불안하다고 두 아들 녀석이 감 놔라 배 놔라-끼어들었다) '동물보호소'를 뒤졌다. 거기에 우리 슈가 있었다. 얼마나 반가운지 셋은 동시에 '야호'를 외쳤다. 그러나 재입양은 거절 당하고 말았다. 동물 보살펴주는 능력이 모자라서 안 된다니, 허걱이다. 슈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길냥이에게 음식도 주고 지나가는 개도 쓰다듬어 주는 노력도 불사했건만 끝내 슈는 데려오지 못했다. 겨우 입양할 능력이 되었을 땐, 다른 사람이 이미 슈를 입양해 가버리고 없었기 때문.  아흑~. '나'와 '옆지기'도 한동안은 계속 슈를 생각하며 울부짖었다. 그들의 울부짖음과 우리 아이들의 타박을 들으며 동물을 사랑을 대하지 못한 걸 오늘만큼 후회한 적이 없었다.

 

 

 

 

부부 이야기-친해지기

 

 

 

작은 집이지만 집도 예쁘고 정원도 딸렸고 날씬하고 젊은 두 부부는 바지런히 살고 있지만 무언가가 허전하다는 걸 우리 셋은 동시에 느꼈다.

 

아들들 : 삶이 너무 무미건조해요!

 

인간의 기본 욕구-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에너지가 고갈되면 자야하고, 씻어야 하고, 싸야하는-그것만 해내는 것도 벅찬데 가난뱅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내 의사가 크게 반영되어 눈만 뜨면 돈 버는 부부였다. 여기서 예상치 않게 나와 큰 아이는 의견 차이가 났다.

 

 

나 : 좀 재미없긴 하지만 잔고가 바닥이니까 지금은 열심히 종자돈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큰아들 : 행복하지 못한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내일만 중요한게 아니라 오늘도 중요하다구요~

 

 

지금껏 나는 내 말대로 살아왔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하루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는데.....듣고 보니 가상세계에서는 아들 말대로 현재를 즐긴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폭신한 쇼파와 바보상자 TV도 들여 놓았다. 일 하는 시간을 줄이는가 하면 집이 어느 정도 지지분해도 눈 감아두고  "씨리얼"같은 간단한 음식을 먹게 하여 요리하는데 드는 시간을 줄여 부부가 함께 즐기는 시간을 만들어 냈다. 손 잡기, 데이트하기, 꽃 선물하기, 즐겁게 해주기, 이야기 나누기 등등. 그랬더니 두 사람 행복지수는 높아지고 친밀도도 급격히 좋아졌다. 그전엔 두 사람 싸이클이 달라서 각자 따로 자고 따로 놀았다. 심지어 밥을 같은 시간에 먹게 되었는데도 한 사람은 컴퓨터 앞에서 먹고 한 사람은 식탁에서 먹는 걸 보고 헉겁을 떼었는데-알고보니 둘이 친밀감이 없어서 모래처럼 서걱거렸던 것이다.

 

 

"옆지기"가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엔 둘을 수영장으로 데이트하게 보냈다. 물에서 맘껏 놀라고 두고 우리 셋은 귤을 까먹었다. 우리끼리 이야기하다가 모니터를 보니, 헐, 이것들이 알몸으로 수영을 하는게 아닌가!  물론 알몸에 자체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으니 놀라진 마시라. 심(이 놀이에서 사람을 '심'이라고 부른다-참 일찍도 설명한다ㅋ)에게 다음 행동을 지시하지 않으면 본능대로 움직인다고 한다. 아니, 그럼 홀딱 벗는게 본능이라구? 그래 맞긴 맞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물이 얼마나 몸을 부드럽게 감싸안아주는지 촉감을 기억할 것이다. 한겹 수영복마저 다 벗어던지면 더 자유롭겠지. 

 

 

그런데, 어쩌다가 "아기갖기 위해 노력하기"라는 주문이 떴다. 아직 아기가 없는 신혼부부니까 그런가보다. 게임이라면 안 해봐도 '척 보면 압니다'라는 아들 녀석들도 그건 몰랐다. 슈도 없어 가뜩이나 적적하고 어차피 아이들과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 사는- 조선인님 표현에 의하면 '철학적'인 이야기도 나누게 되니까 가상세계에서도 아기가 생기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과정에서 혹시나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면 어쩔까하는 걱정 조금,  '아, 내가 지금 뭔 걱정이야? 얘네들이 아는 성지식이 나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는데, 부모와 함께 하는 건전한 성교육도 필요해.'하며 어거지로 안심하기가 반. 그러나 이 놀이가 '15세 이상 이용가'이므로 민망할 일 전혀 없었다. 우리나라 70년대 영화처럼 둘이서 이불 폭 덮어쓰고 위에 하트표시 뿅뿅~^^*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무려 3시간만에 놀이를 접었다.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아직 며칠 남았으니 이야기가 더 펼쳐질 것이다(서재에 더 올린다는 말은 아니다.그건 모른다). 나중에라도 애들이 시간이 나면 간간이 함께 놀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이런 형식으로 나누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다음 이야기는 아기가 태어나서 정신없을 두 부부 이야기가 될 건 안 봐도 비디오. 20120219ㅇ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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