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4번이 앞으로 나와 선생님이 건넨 안대를 쓰고 검은 색 상자 두 개에 양 손을 각각 집어 넣었다.

“무슨 느낌이지?” “오른손은 손난로처럼 뜨겁고 왼손은 얼음처럼 차가워요.”

선생님이 상자 안에서 꺼낸 것은 정말로 손난로와 얼음팩이었다. “선생님이 왜 이런 걸 준비했을까?” 아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이 집에서 보는 신문 있죠? 신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진, 기사, 광고, 이야기, 만화, 날씨, 그림 등의 답이 터져나왔다.

“맞아요. 신문에는 어제 일어났던 여러가지 일들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신문은 아까 만진 손난로와 얼음팩처럼 분류할 수도 있어요.” 선생님은 ‘따뜻한’과 ‘추운’이라고 적힌 파랑 빨강 종이를 칠판에 붙였다.

“신문 기사도 추운 기사와 따뜻한 기사로 나눌 수 있어요. ‘추운’이란 말을 더 잘 알기 위해 이런 말을 붙여볼게요.” ‘슬픈’, ‘우울한’, ‘딱딱한’ 이란 단어가 아래에 붙었다.

“지금 선생님이 신문을 나눠줄게요. 신문 기사를 보면서 추운 기사에는 빨강 스티커를, 따뜻한 기사에는 파랑 스티커를 붙여보세요. 스티커를 잘 붙이려면 신문을 꼼꼼히 읽어봐야겠죠?”

아이들이 선생님이 정해준 6, 7, 24쪽을 읽기 시작했다. “이건 진짜 따뜻하다.” “야 왜 여기에 빨간 스티커 붙이냐? 틀렸잖아.” 아이들은 대체로 ‘장애 날린 희망의 샷’, ‘34년 꿈에 그린 어머니 꼭 찾고 싶어’에는 파랑, ‘부안주민 한밤까지 격렬시위’, ‘체임 외국인 노동자 이중고’에는 빨강을 붙였다. ‘영남 음주 교통사고율 최고’에 파랑을 붙인 아이도 있었다. ‘사교육비 교육예산 절반 넘어’란 기사에는 어떤 색을 붙여야 할지 망설이는 아이들이 많았다.

“자 다 붙였나요? 이번에는 따뜻한 기사와 추운 기사의 중요한 낱말이나 그림, 제목을 종이에 오려 붙이고 왜 그렇게 생각했나 알맞은 까닭을 아래에 적어보세요.” 큰 제목을 조각조각 자르는 아이, 작은 제목을 오리는 아이, 사진이나 그래픽을 붙이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이 대충 마치자 용휘가 나와서 발표를 했다. 용휘는 따뜻한 기사에 ‘대한민국을 빛내는 사람’, ‘모국 갈증’, ‘최고’ 등의 단어를 붙였는데 이 기사들을 읽었더니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슬프고 나쁜 느낌이 들어 추운 기사로 ‘새벽 강남 주택가 침입’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문활용교육, NIE(Newspaper In Education)를 진행한 서울 선사초등학교 2학년 2반 김은강 교사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일상을 담고 있는 신문을 통해 교과서에 부족한 현장감을 보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형제자매가 적어 개인주의로 흐르기 쉬운데, 신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을 접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생각해 보고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의 자세를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NIE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이들이 신문의 모든 요소를 접하기는 어려워요. 처음에는 만화나 광고, 사진을 가지고 하다가 차차 사진에 설명달기, 짧은 기사 읽기에 도전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도록 해보세요. 그러다보면 생각의 주머니가 커집니다.”

고학년이 되면 독자코너에 글을 쓴다는 생각으로 관련되는 자료를 검색하도록 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토론능력도 향상된다. 단 너무 욕심을 내서 어른과 같은 논리를 요구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 어른들의 난폭하거나 우울한 모습이 담긴 기사를 접할 때는 이야기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글=윤지희기자 
(2003.11.2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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