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보하는 국어 대책은?
2002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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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불명의 외래어 간판이 거리에 즐비해 마치 외국에 온 착각마저 들 정도다.(중앙 포토)

 

퇴보하는 국어 대책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어 실력이 1백점 만점에 29.8점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은 34점, 중·고생은 31점이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초·중·고·대학생과 일반인 등 1천여명의 '어문 규범 능력 검사'를 한 결과다(본지 1월 18일자 2면 사설). 전체 평균 점수는 6년 전보다 40% 이상 떨어진 것이다. 국어 실력이 하락한 원인과 국어 사용 능력을 높이는 방안을 알아본다.


◇ 무너진 한글, 그 원인과 실태

한국인의 국어 실력은 해가 갈수록 퇴보해 '연도'와 '년도', '맞추다'와 '맞히다',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를 혼동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어문 규범 능력 검사'를 맡았던 서울대 민현식 교수(국어학)는 한국어 실력이 뒷걸음친 이유로 청소년층을 지배하는 인터넷 문명과 사회 전반의 한글 경시 풍조 등을 꼽았다.

인터넷 세대인 청소년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맞춤법을 파괴한 통신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규범 언어를 얕보게 되고, 이러한 반규범적 생각이 학습장애를 초래해 학력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 12일까지 8개월 동안 한말연구학회(회장 김승곤)에 의뢰해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사용하는 통신언어 2천3백50개를 찾아 분석한 결과 언어 현실을 왜곡한 신조어가 많아 일반인들은 통역이 있어야 할 정도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경제 논리에 밀려 국어를 홀대하는 풍조도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정부는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국어를 없애려고 한다. 상표와 광고, 간판·잡지 이름엔 국적 불명의 외국어 투성이다. 인기 가수의 이름과 그들이 부르는 노래말도 우리말과 영어가 뒤범벅돼 있다.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매체 또한 필요 이상으로 외국어를 사용한다.

언어는 인간만이 가진 의사소통의 도구이자 '정신의 집'이다. 그런데 우리글이 붕괴돼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가 통합과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공립학교 학생들의 읽고 쓰는 능력이 떨어지자 이 부문을 올해 최우선 교육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영국과 독일도 읽기·쓰기 등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본지 1월 15일자 10면, 1월 29일자 면).

이렇듯 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가 고민하는데 우리 정부의 노력은 미미한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영어만 써야 하는 구역(English Only Zone)을 늘리는 등 영어 교육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국어 교육 투자엔 별로 관심이 없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나눈 쪽지. 욕설과 통신언어가 뒤섞여 독해가 불가능할 정도다.(전주 송북초등학교 6학년 최유리 학생 제공).

◆ 활동 주제

① 우리 문자가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② 평소 자신이 써서 보낸 e-메일 가운데 10개를 골라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이나 우리말이 있는데도 외국어를 사용한 사례를 찾아 올바르게 고친다. 그 뒤 상대에게 자신이 어법에 맞지 않는 글을 사용했음을 고백하는 메일을 보낸다.

③ 학급 단위로 4~5명씩 모둠을 만들고 특정한 날짜의 신문을 하나 정한 다음 어법에 맞지 않는 단어나 표현을 찾는 시합을 한다. 또는 같은 TV 프로그램 한 편을 시청하면서 사회자의 말과 자막 등에서 맞춤법과 표준 발음에 어긋난 표현을 찾는 시합도 좋다. 평가는 모둠 단위로 한다.

④ 신문에서 외국어가 많이 섞인 광고를 찾아 '우리말 사랑'을 주제로 패러디 광고를 만들어 보자(☞광고 선정→홍보 내용 구상→내용 패러디).

⑤ 1990년부터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빠졌다. 한글의 위상을 바로잡으려면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경제단체는 생산 활동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내 의견은 어느 쪽인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도 들어본다.

⑥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런 느낌을 주기 위해 상점 간판과 상표에 외국어 표기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말을 사용한 간판과 상표로 성공한 사례도 많다. 성공 사례를 하나 골라 소재로 하고, 한글을 주인공으로 삼아 한글 경시 풍조에 대해 '한글의 항변'이란 제목의 글을 의인법으로 쓴다.

⑦ 통신언어가 한글을 파괴해 언어의 역사를 퇴보시킨다는 지적이 있지만 오히려 변화하는 언어의 속성에 주목해 새로운 어휘나 표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쪽 입장을 택해 모둠 토의를 한다(☞4~5명 한모둠 만들기→주제 탐구 및 신문에서 자료 찾기→주제 토의(협동학습)→모둠 의견 글로 정리해 주장하기).

⑧ 중앙일보 1월 9일자 10면엔 프랑스의 문호인 빅토르 위고의 탄생 2백주년(2월 26일)을 맞아 프랑스 정부가 교과목에 관계없이 올해 첫수업을 그의 작품 읽기로 시작할 것을 당부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내가 정부 당국자라면 국민의 모국어 사랑 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어떤 행사를 마련하겠는가?

 이태종 기자(ltaej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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