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결핵


오후 두시의 미열 속으로

노오란 해바라기가 기운다.

그 씨앗이 붉다

십년 전에 받은 편지처럼

허공에 자국을 남기며 나비는

흰 날개를 접고

오후 두 시의 들뜬 희망 속으로

누가 다녀갔다.


나는 남몰래 폐 속에

나비 한 마리를 키웠다.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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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류시화님의 시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지만 제일 먼저 가슴으로 만난 시가 '폐결핵'이다. 그 후로는  이 분의 모든 시를 보면 가슴 밑바닥에 짠한 느낌이 배경음악처럼 깔리는 것 같았다. 시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어린왕자에서의 여우의 말처럼 '길들여진 관계'에서는 예사롭게 보이않고 도드라지게 보인다는 것. 류시화님에게는 오후 두시에 찾아갔던 그 나비가 내겐 오전 11시나 아니면 12쯤에 찾아왔더라는.......

/2004.9. 오늘 몇일이지?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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