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전화박스 아이북클럽 7
도다 가즈요 글, 다카스 가즈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학년 모둠에서 이 책을 교재로 사용했던 적 있다. 그 때 여자아이 한 명이 한 달 동안 무려 30여번을 읽어 나를 놀라게 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읽었니?"라는 나의 물음에 물론 재미있어서 그렇게 재독을 한 것이겠지만, 그 아이의 대답은 이러하다. 속상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이 책을 읽으면서 실컷 우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는 것이다. 우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는 슬픈 일이 없어도 매일 읽고 싶어졌고 읽을 때 마다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한달 내내 울며 지낸다는 것이 걱정이 될 정도였다.

마지막 시간에 독후감상문을 편지형식으로 쓰게 하였다. 그 아이의 글 속에는 순하디 순하게 정화된 마음이 밑바닥이 들여다 보이는 잔잔한 옹달샘을 보는 듯 투명하게 비쳐졌다. 너무 감상에 빠진게 아닐까 우려했던 나의 기우는 말끔이 가셨다. 역시 책은 대단하다. 책은 사람을 감화시키는 힘이 가장 강한 매체일 것이다.

동화의 기능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가르치기 보다는 감동을 주어서 스스로 느끼고 깨닫게 하는 것.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게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것을 깊은 감동으로 가슴에 박히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화에서는 현실을 초월한 상상의 세계가 자주 동원된다. 이 책에서도 아기 여우를 잃은 엄마여우와 읽은 이가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는 세계가 열리고 무생물 전화기 조차도 따뜻한 세상을 위해 한 몫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참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일본에서 수상하는 안델센상이라고 불리는 "히로스케"동화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빼어난 동화이다. 감상적인 부분이 조금 지나치다 싶기도 하지만 가슴이 따뜻한 아이가 되길 원한다면 초등학교 저학년(1,2)때 읽히면 좋을 것 같다. 이 책 표지만 봐도 나는 한 달 동안 책 한 권에 빠져 내내 울던 아이의 그 촉촉하던 눈망울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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