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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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는 못 풀어 낼 답답한 심정을 동화의 형식에 의탁하여 쓴 글이라고 저자 박완서님이 말하였다. '미망''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등의 주옥같은 작품을 통해 붓을 마음껏 움직이는 달필의 소설가가 박완서님이다. 그런 그녀에게 미처 못 풀어낸 이야기 있다니 호기심이 생겼다.

표제작 '자전거 도둑' 과 다섯 편의 단편동화를 다 읽고 덮을 때, 이야기를 쓰기 전의 작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렇게 답답했었구나......' 읽고 난 후 내 가슴에도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 하였다. [자전거 도둑]中 보리밭에 부는 바람과 같이.

우리의 삶의 터전은 갈수록 산업화되고 문명화되어간다. 도시 속에서 아이를 키우며 안타까운 일이 있다면 아이들의 마음이 공허한 것들로 채워지는 일이다. 현재 도시의 주역인 어른에게는 어릴 적 뛰놀던 뒷동산이 있고, 냇가에서 송사리를 잡던 추억이 있다. 도시태생이라도 현재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 속에서 자랐을 것이다. 어른들은 삭막한 현대생활에서 그나마 마음이 안주할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셈이다. 요즘 아이들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흙의 감촉을 아는 아이는 드문 것 같다. 가상현실게임을 즐기고 사이버 상에서 친구를 만나며 점점 자연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한다. 그리고 그들이 보는 것은 무슨 사고가 터지면 집값이 똥값이 될까 걱정하고, 학군 따라서 이사하며 평수 큰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복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이들의 최고 가치관으로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가꾸는 일.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올바른 마음의 잣대를 가지는 일. 그리고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노랗게 꽃 피울 수 있는 [옥상의 민들레꽃]의 민들레처럼 진정한 용기를 배우기를 바라는 것이다. 투신자살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쇠창살이 아니라 한 줌도 안 되는 흙에서도 꽃을 피우는 민들레임을 깊이 공감한다. 여섯 편의 각기 다른 동화이지만 이야기마다 민들레가 피어있는 것을 나는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삶 속에서 민들레를 식별할 수 있는 맑은 눈을 뜨게 해 줄 것이다.

(초등 5~6학년, 중학생용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어른이라도 삶의 민들레를 발견하지 못해 답답한 사람이면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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