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쓴 일기 - 1학년 한 반 아이들이 쓴 일기 모음 보리 어린이 7
윤태규 / 보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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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배워 '읽기'와 '받아쓰기'가 되면 일기쓰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보통 그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만의 세계가 형성되고 자기 생각이 뚜렷해 진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일기쓰기 지도가 힘들다. 글자나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과 일기쓰기를 가르치는 일은 사실은 근본적인 출발선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일기장을 통해 글자지도, 문법지도, 표현력 등 글쓰기 차원에서 지도하는 것을 본다. 일기는 글쓰기가 아니다. 물론 일기를 쓰면 글쓰기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일기는 내면의 세계를 비춰보는 거울이다. 누구의 간섭도 없는 가운데 그 작업이 이루어져야 함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의 일기-더구나 이제 막 일기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의 일기를 어머니나 선생님이 지도한다는 명목 아래 공개되어 진다. 이렇게 학습지도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면 인격적인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 가운데서 지도하신 윤태규 선생님을 보니-선생님이 보지 말았으면 싶은 일기는 풀로 붙여 놓으라고 하신 대목을 보니 이 분이 초등학교1학년 제자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맞춤법이나 문장력보다는 일기를 쓰는 자세를 먼저 가르쳤으면 좋겠다. 이 책의 아이들의 일기를 보면 그 점이 잘 지도가 된 것 같다. 솔직하게 정직하게 쓴 흔적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입말과 사투리(대구 금포초등학교)가 그대도 쓰였다. 이것은 일기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줄인 것이다. 구어체와 문어체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인데 초등학교1학년이라면 상당히 힘든 부분이다. 여태 써 온 사투리를 표준말로 번역(?)까지 하려니 일기 한 편 쓰기가 얼마나 더딘가? 자기 생각을 솔직히 글로 표현하는 일- 이것이 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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