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삼디기 - 웅진 푸른교실 2 웅진 푸른교실 2
원유순 글, 이현미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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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적을 떠올려 본다. 1부터 10까지 쓸 수있고, 내 이름 석자와 보모님 성함을 삐뚤빼뚤 그릴 수 있는 만으로도 입학할 자격이 있다고 대견해 하시던 부모님이 계셨고, 부푼 꿈에 달력에 표시 된 입학식만 손꼽아 기다리던 것이 생각난다. 그 때는 유치원 다닌 아이도 극소수였기에 입학한 후 한 달 동안은 동요와 율동으로 마냥 즐겁게 보내었으며 '전봇대, 전깃줄'이라고 외우며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글자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신통하고 즐거웠던지 지금도 그 느낌이 생생하다.

그런데 요즘은 어떠한가? 돌만 지나면 한글 공부가 시작되어 한글 가르치는 선생님이 투입되기도 하는 등-그러한 엄마의 등살에 요즘 아이들은 5,6살만 되면 책을 줄줄 읽을 수 있으며,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받아쓰기를 미리 예습할 실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니까 입학 전에 한글은 이미 뗀 상태이다. 그래서 요즘 1학년 교실에서는 한글의 자.모음을 익히는 단계는 아주 짧다. 필순을 가르치는 정도로 끝난다. 대부분 5월부터는 받아쓰기에 들어가는데 간단한 낱말을 묻는 문제는 없다. 겹받침을 다룬 문제나 연음법칙에 의해 발음이 다르게 나더라고 또박또박 분철하여 표기할 줄 아느냐를 묻는다. 여기서 한글을 어느 정도 읽고 적을 수 있는 아이라 할 지라도 힘써 공부하지 않으면 받아쓰기가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요즘 아이라고 해서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예전에 없던 결손가정의 아이가 늘어나고 부모님이 안 계셔서 할머니와 지내는 아이 등..... 여러가지 이유로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가정도 많다. 삼디기가 그러하다. 가난하고 까막눈인 할머니의 손에 길려진 삼디기가 입학 전에 한글 교육도 못 받았으며 학교 밖 사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 그러니 2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읽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삼디기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친 것은 동급생 연보라이다.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권해주면서 글자를 읽고 싶은 동기를 만들어 주고 끝까지 용기를 심어준 아이다. 어른도 못하는 일을 해낸 것이 기특하다. (물론 연보라의 설정이 다소 억측스러울 수 있다.-아직 어린 2학년 아이가 동급생에게 글을 깨우치게 해야한다는 생각을 한 것도 어울리지 않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보라처럼 어른스러운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전제가 다소 억지스러워 현실감이 떨어진다)

부디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무조건 친구를 왕따시키는 일은 없길 바란다. 뒤처지고 어리석다고 해서 왕따를 시킬 것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도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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