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이가 5살 되던 생일에 사준 책이다. 손 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이 책은 지금도 우리 아이가 제일 사랑하는 책이다. 아이가 학교 간 뒤, 책장에 꽂힌 이 책을 꺼내들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 해 생일을 기억하곤 한다. 어린 녀석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제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을 알면서도 얼마나 바빴던지 생일 당일에는 그만 잊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는 과로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병실에 누워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이의 생일이 지나갔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때의 미안함과 죄책감이란! 언제나 바쁜 엄마이기에 아이를 제대로 못 보살펴 주었는데 생일마저 못 챙겨주었으니......힘겨운 내 삶에 대한 회의가 느끼지기 조차 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퇴원하면서 뒤늦었지만 생일을 챙겨주자 아이는 방글방글 웃으며 좋아해서 내 마음이 환하게 되었다. 케익과 함께 선물했던 책이 바로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이다.서점에서 이 책을 골랐을 때 그렇게 눈물이 날 수 없었다.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나 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환자복을 입고 초췌한 얼굴에 눈물을 닦아 내며 계산을 할 때 의아해 하는 서점 주인에게 '우리 애 생일 선물로 주려구요......'했던 기억도 난다. 엄마의 안쓰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는지 아이는 이 책을 굉장히 좋아했다. 밤마다 두어번은 읽어 달라고 해서 나중엔 아이도 나도 책을 통채로 외울 지경이 되었다. 엄마의 끝없는 사랑을 느끼게 해주어 고마운 책이다. 아이가 평온하게 잠든 얼굴을 보며 나도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