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재까지 알려진 바 일곱 명의 여성을 살해, 암매장한 강호순의 뉴스가 연일 나온다. 현장검증을 나온 그는 모자 두 개나 쓰고 입까지 올라오는 점프로 얼굴은 거의 다 가렸다. 흉악범의 인권보호를 위해 얼굴을 가리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피해자의 고통 보다 그 따위 흉악범의 인권이 대수냐며 얼굴을 공개하라는 분노가 거세어지면서 마침내 인터넷과 티비 뉴스에서 얼굴이 공개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에는 사형제가 있지만 문민정부 이후 10년 이상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적으로는 사형제가 사라진 나라에 든다는 뉴스를 작년 연초에 들었다. 온 나라를 경악케 하는 이런 흉악범 뉴스가 보도되자 범죄자의 인권과 함께 흉악범에 대한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도 다시 논란거리로 들썩인다. 찬반은 여전히 갈리고 있다. 영화로도 나왔으며, 내가 가진 책 2007년 2월 5일에 이미 초판 161쇄를 찍어 낸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을 읽으며 사형제 존립과 폐지에 대해 또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짐승보다 무섭고 잔인한 희대의 살인마들을 살려둘 가치가 있느냐는 사형제를 지지하는 쪽의 의견을  이 책 중에서 '서울구치소소장'이라는 사람이 대표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형제 폐지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중략)....저로서는, 좀 그렇습니다. 그러면 우선 교도소 예산 문제가 생겨요. 사형수 일인당 일계호인데, 그럼 교도관들 더 늘려야 해요. 그 비용을 누가 다 감당합니까? 그리고 이건 극단적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그사건의 피해자들, 결국 자기네 세금 내서 자기네 가족 죽인 놈들 먹여살리란 말밖에 더 됩니까?"-p253

 
   

이렇게 다분히 이기적인 잣대로 과연 인간이 인간을 죽일 권리란 있는 것일까.  


소설로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을 풀어 씀으로써, 죄 지은 것들은 무조건 죽여야 돼!,를 외치는 목소리 대신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케 하는 시도가 무척 좋았다. 그리고 공지영 작가의 미덕인 '쉽고, 빨려 들어가는 글쓰기'도 좋았다. 작가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취재하고 탈고하기까지 숱한 밤을 새었겠지만 이 책을 들고 이삼일을 골머리 앓았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흡입력 있다. 나는 현학적이거나 화려한 문체보다는 쉽게 쓸 수 있는 재주가 더 비상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눈물 한 됫박씩 흘리는 최루성 장치가 눈물 마를만 하면 나타나곤 하기 때문에 책 다 읽고 나면 왠지 가슴이 후련해지는 소득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으면 뭔가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을 느낀다. 사건을 엮어나가는 얽개가 촘촘하지 못하다. 이 책에서 정윤수의 블루노트와 문유정의 이야기를 병행하는 구성은 신선했지만 이야기 구성은 영화도 못 보고 책 내용 소문도 전혀 들은 바 없는 나일지라도 이야기 초입에 벌써 어떻게 전개되고 절정- 위기- 결말의 코스를 밟을지 뻔히 보였다고 할까. 제발이지 나를 영악한 독자로 만들지 말란 말이다 ㅠㅠ  

 
소설마다 반드시 반전이 있으란 법은 없지만 틀에 박힌 듯, 진부한, 식상한...따위의 소감은 비록 내가 질금질금 눈물은 수없이 훔쳤지만 어쩔 수없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걸러지지 않은 편견도 마음에 안 든다. 종교에 대한 편견들. 사람마다 편견은 다 있다 치자. 그러면, 다 아우를 수없다면, 최소한 작중 인물들을 내세워 작가가 하는 그런 대사들이 작가의 편견만은 아니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실력을 더 돋우든가 해야 할 것이다. (별 두 개 주고 싶지만 울었던 걸 생각해서 세 개) 

2009.2.ㅂㅊㅁ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9-02-0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리뷰 잘 읽었어요. 전 재밌게 읽고 감동도 받았고 울기도 했지만, 그래서 별 다섯 개 주었지만, 그래도 두 번 읽을 마음은 별로 안 생겨요. 그게 딱 공작가님께 제가 느끼는 애정의 크기인 것 같아요.
근데요, 마지막에 날짜 다음에 오는 이니셜은 뭐예요? 진주님 이름의 첫글자인가요? 늘 그게 궁금했어요!

진주 2009-02-05 20:40   좋아요 0 | URL
배.춘.몽.
모르셨어요? ㅎㅎㅎ


(((((제 이름은 박찬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