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 언니 - 반양장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가난하며 소외되고 하찮은 것에 대해 언제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시던, 얼마 전에(그러고보니 벌써 재작년이다. 2007년에)별세한 권정생 선생님의 수작인 『몽실언니 』를 작가는 권두언에서 '아주 조그만 이야기'라고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이 작품의 의의는 참으로 크다. 특히, 동화로 씌여져서 어린이들에게 우리나라 아픈 역사  한 부분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니 더욱 값진 것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사변-내 세대는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달력을 보거나 숫자를 셀 때 '이찌 니 산 시 고 로쿠 시찌 하찌 쿠 쥬'라고 소리내며 손가락을 접으시는 할아버지 모습도 기억난다. 우리 할아버지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양파는 다마네기로, 도시락은 벤또, 단무지는 다꽝으로 말씀하셨다. 할배는 왜 이렇게 일본말을 잘 해? 라고 궁금해서 물었더니 엄마는 그게 다 일제 식민치하의 잔재라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현재 6.25전쟁 참전용사로서 국가유공자 대우를 받으신다. 지하철 삯은 무료이고 기차삯은 반값이며 보훈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으시고 적지 않은 연금을 나라에서 달마다 꼬박꼬박 입금시켜 주니 웬만한 효자보다 낫다. 이렇듯 간접적으로나마 일제시대와 육이오전쟁에 대해 들은 나와는 달리 우리 아이들 세대는 그것조차 까마득한 '옛날'일로 무감각하다.  

 

아이들이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역사적인 사실을 머리로 인식했다면, 문학은 그 역사적인 사실을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몽실언니 등의 작품을 읽으며 전쟁의 비참함을 느낀 것만으로도 책은 사명을 다 감당했을 것이다. 이 책은 주로 6.25전쟁이 배경이지만 앞머리에 몽실이의 부모가 '만주거지'로 환영받지 못한 부분을 밝히면서 일제시대의 끄트머리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먹고 쓸거리가 넘쳐나는 이 시대, 평안한 가운데(그러니까.. 사회적인 여러가지 문제는 있지만 국가존립의 위기는 아닌, 일단은 겉보기에 평안한)사는 오늘 날과 또 미래의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몽실언니를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9.2.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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