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비타민
송길원 지음 / 해피홈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간혹, 개그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럴 때 나는 그 사람이 위대해 보이기도 하지만 십중팔구는 갑갑증이 생겨서 도망치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TV나 영화를 거의 못 보는 내가 유일하게 챙겨서 보는 프로그램이 '웃기는'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내 하루를 돌아보면 소리내어 웃는 시간이 한 번도 없이 24시간을 버틴 적이 너무나 많다. 미소는 간간이 있을지라도 박장대소에, 눈물을 찔끔거리며, 뗄뗄 구르며 웃을 일은 어지간해서 잘 없다. 내가 그렇게 진지한 인간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웃찾땡이니 개그땡이니 하는 각종 개그 프로그램은 재방송이라도 찾아 보는 편이다. 무슨 비타민 챙겨 먹듯이 서너 개의 방송사가 만든 개그 프로그램을 섭렵하면서 웃는 내 형편이 이렇고 보니, 개그 프로그램이 경박하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위대할 수 밖에. 그 사람들은 다소 인위적이고 유치한 개그 따위를 보지 않고서도 웃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만약, 혼자만의 비법으로 웃음(또는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에게서 심한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사람이 어찌 곧이 곧대로, 바르고 고운 말만 쓰면서, 탈탈 털어 버릴 말은 하나도 없는 알곡 같은 말만 하고 살까. 그게 무슨 재민가?

예수쟁이.

예수쟁이라는 이미지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에 대해 나는 늘 불만이다. 교회 밖에서건 교회 안에서건 신실한 기독교인라면 진지하고 과묵하여 온몸이 약간의 '경직'의 경지까지 이른  모습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근엄함'은 유교적인 분위기이다. 유교가 기저에 깔린 우리나라 풍토에 기독교 문화가 접합되면서 예수쟁이가 웃는 건 경박하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 신실한 신앙인에게 그런 절제되고 진실한 면모가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렇다고 그에게서 웃음까지 빼앗는 건 가혹하다. 깔깔거리고 웃거나, 우스갯소리나 일삼는 것을 '거룩함'과 위배된다고 생각해선 안 될 일이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산다면 우리는 회개의 비통스런 눈물이나 진실한 기도의 모습과 비례하여 깃털보다 더 가볍고 종달새처럼 노래하며 들꽃보다 더 밝은 미소와 조잘거리는 시냇물의 기쁨과 호탕하게 파도치는 웃음이 일상 중에 나타날 것이다. 한마디로 기독교인들도 맘놓고 좀 웃어제껴야 한다는 말이다.

기독교 내에서 가정사역자로 명성을 날리는 송길원목사와 '웃음'에 대해 비스무레한 생각을 하는  내가 기특스럽다(ㅋ). 그는 건강을 위해 비타민제 복용을 강조하다가 문득 정신적인 행복을 위한 비타민을 발견하여- 마음의 비타민은 웃음이다- 이제 행복을 주는 웃음비타민의 홍보요원이 되었다.

이 책엔 여러가지 '웃기는'예화들이 짤막짤막하게 한 페이지 단위로 실려 있다(물론 이미 아는 이야기도 좀 있다). '거룩'이라는 낱말을  아직도 곡해하면서 '거룩 거룩' 하게 인상을 구기실 장로님들이 있다면, 당장 여기 있는 유머를 이용해보면 어떨까. 제 아무리 진실하고 깊이있는 메시지도 마음문이 닫힌 상태이거나, 조는 상태에서는 한 알도 그 밭에 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문을 열고 졸음을 쫒아 내는데는 행복 비타민이 꽤 효과있다. 일상 중에서도 행복비타민이 충분하면 그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수월해지고 분위기가 좋아진다.

예화 중에 하나, ㅋㅋ
영어를 배운 노부부가 일상 중에 영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외출에서 돌아온 할아버지가 '딩동~'벨을 울리자, 할머니가 영어로 묻는다.
할머니 : Who꼬?
할아버지 : Me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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