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시내로 나와 점심을 먹었다. 얼추 오후 1시가 넘어있었다. 부지런하게 움직인 탓에 많은 걸 보았지만 그때 그때 감상을 따로 메모해두지 못했다. 그래도 사진을 보고 있으니 그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식당 옆, 어느 집이다. 저 창살과 누릿한 네 짝의 미닫이문.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 있던 가겟집과 너무나 흡사하지만, 저긴 그냥 주거용인 것 같다. 부여에는 아직도 저런 가옥들이 많다. 리폼, 리모델링 같은 말들이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낡은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대신 부여에 와서 보면 참 좋겠다. 부여국립박물관 앞 ^^ 사진빨에는 역시 붉은 색! ㅎㅎ일부러 시선을 돌린 게 아니라 눈이 부셔서 정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정면을 바라본 사진에는 왠 찌질한 애가 하나 있어서 도저히 공개할 수 없다~! 박물관에서 금동대향로 진품을 보고 너무나 놀라웠다. 감시가 소홀하지 않아 사진 촬영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이건 정말 당연한건데, 왠지 아쉽다 ㅎㅎ
부여의 가로등은 참 단아하고 멋스럽기도 하지~ 서동요 오픈세트장 플랭카드가 엄청나게 많이 붙어있다. 달리고 달려 도착한 세트장에는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어디가나 등장인물이 입던 옷 입고 사진 촬영하는 건 꼭 있다. 민속촌과 다름 없는 세트장 분위기. 마지막으로 무량사에 들렀다. 무량사 앞에서 표고버섯을 사왔는데 좀 깎았더니 아저씨가 "아가씨 깍쟁이 같이 잘도 깎는다"며 내 흥정 솜씨에 항복했다. 언제부터인지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은 물건만 보면 조금이라도 깎고 싶어진다. 아줌마 근성이 아니라 연륜 탓인 것 같다. 깎아주세요, 하면 깎아준다는 걸 뒤늦게 터득...ㅎㅎ
극락전에 들러 삼배하고 시주했다. 무량사는 매월당 김시습이 세상을 피해 있다가 생을 마친 곳이라고 한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막혀 돌아오는 길에 좀 힘들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행운의 여행 덕에, 친절한 부여가이드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