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다뿐이었겄냐. 신작로를 지나고 산길을 들어서도 굽이굽이 돌아온 그 몹쓸 발자국들에
아직도 도란도란 저 아그의 목소리나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듯만 싶었제.
산비둘기만 푸르륵 날아가도 저 아그 넋이 새가 되어 다시 돌아오는 듯 놀라지고.
나무들이 눈을 쓰고 서 있는 것만 보아도 뒤에서 금세 저 아그 모습이 뛰어나올 것만 싶었지야.
하다 보니 나는 굽이굽이 외지기만 한 그 산길을 저 아그 발자국만 따라 밟고 왔더니라.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너하고 나하고 둘이 온 길을
이제는 이 몹쓸 늙은 것 혼자서 너를 보내고 돌아가고 있구나!
<눈길, 중에서... 이청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