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B가 앙코르와트에 가자고 했다.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에겐 바쁜 일들이 지났고 소멸된 것인줄 알았던 기억을 C가 복원했다. C가 추진하여 B가 완성했고 C의 친구가 합류했다. 열흘만에 이뤄진 여행이었다. 그사이 앙코르 관련 서적을 읽고 또 읽고. 친구들과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 기대는 없었다. 친구들과 떠나는 해외여행이란 말도 돌아온 후에야 완성했다. 쓰나미처럼 불어닥친 내 신상의 어떤 일로 인해 병원 출입이 잦아 조금 걱정은 되었다. 아프면 어떡하지. 출발하던 날 아침, 병원에 들러 주사를 맞고 남편이 쥐어준 돈까지 환전하고나서 실감이 났다.
아무런 기대는 없었다.

캄보디아 시엠립에 도착. 앙코르 기행이 시작되었다.
저 멀리 보이는 앙코르와트. 앙코르는 '왕도' 를 뜻하고 와트는 '사원'을 뜻한다.
해자(연못)에 둘러싸여 침묵하고 있는 앙코르와트.
해자에는 악어가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다.
앙코르와트에는 90%의 한국인 관광객과 물건을 내밀며 그에 걸맞는 돈을 요구하는 캄보디아 어린이가 있을 뿐이다. 맨발에 어린이들이 구사하는 한국어는 너무 슬펐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오싹함과 설렘이 교차한다.

캄보디아 예비부부.
가운데가 커플이고 양 옆이 둘러리다.
웨딩 촬영하는 커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함박웃음짓는 여자들.
누구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앞에서 웨딩촬영을 하는고나!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진 뱀신 '나가' 가 앙코르와트를 지키고 있다.
나가의 꼬리에도 뱀의 머리가...... 오싹.

캄보디아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야한다.
어쩐다. 모르고 찍어버렸네. 저기에 나는 없지만.

앙상한 갈비뼈의 말.

더위에 지쳐 7대 불가사의 창턱에 누워계신 개님.

날씨는 좋았다.
하루에 한번 스콜을 만나는 일이야 낯설지도 않다.
수면에 어린 앙코르와트 사원. 완벽한 데깔꼬마니.

화양연화를 한번 더 봤어야 했다.
대략 여기쯤이 아닐까 하고 상상한다.
양조위와 장만옥이 재회하던 그곳.



앙코르의 실내 부조들.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거친 부조들.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해.
힌두신화를 부조로 꾸민 앙코르 사람들.
12세기 중반 건축된 앙코르와트.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순 틀렸다.
이 벽화를 새긴 사람들의 이름은 남아있지 않다.
남은건 이야기들이다.
앙코르에선 이야기에 질식할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떠돈다.


손으로 만져보았다. 두드러진 입체감, 살아있는 표정, 역동적인 자세들. 각기 다른 포즈들.
아.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어떻게...

한 프랑스인이 이 기둥을 (창살?) 유심하게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문이 달려 있지 않건만, 뛰쳐나갈 문이 여럿이건만, 이 기둥앞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스스로를 갇혀있다 생각하게 만들고, 창밖의 푸른 초원을 무상하게 만들어버리는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