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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 장난스럽게 공길을 덥석 안는다.
공길, 장생을 뿌리치다 휘청하더니 한데 엉켜 언덕 아래로 구른다.
한참을 엉킨 채 구르던 공길과 장생, 몸이 멈추자 대자로 눕는다.
하늘이 높고 맑다.

장생, 얼굴 옆에서 풀을 뜯어 풀피리를 분다.
풀피리를 불다 허리춤에서 남녀 손 인형을 꺼내 공길에게 건넨다.
공길, 손 인형을 보고 반색을 하며 기뻐한다. 손에 낀다.
장생의 풀피리 소리 구슬프면서도 아름답다.
공길, 누운 채 손 인형을 움직이며 복화술을 한다.

공길 : (여자 인형을 움직이며 여자 목소리로) 가지 마시와요.
(남자 인형을 움직이며)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떠도는 인생, 날 붙잡지 마오.
(여자 인형) 안돼요. 가긴 어디로 가신단 말씀입니까?
장생 풀피리 불던 걸 멈추고,
장생 : (과장되게 굵은 목소리로) 대장부 가는 길을 막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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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이봐!”하고 누군가 부른다.
떡장수가 고개를 돌린 사이 재빨리 떡을 한줌 쥐어 주머니 속에 넣는 장생.
길가에 자리를 깔고 앉은 점쟁이가 공길을 쳐다보고 있다.

장생 : (태연스럽게) 저요?
점쟁이 : (장생을 보다 공길을 보며) 너 말고. 그래, 네 놈 말이야.

공길 머뭇거리는데,
장생, 공길을 끌고 점쟁이에게 간다.
공길과 장생, 점쟁이 앞에 쪼그려 앉으려는 순간,
점쟁이가 주저앉는 공길의 불알을 덥석 쥔다.

장생 : (점쟁이의 손을 뿌리치며) 뭔 짓이요?
점쟁이 : 삼신할매가 불알을 엄한데 달았어. 쯧쯧쯧...

장생 : 이 늙은이가 뭘 잘못 먹었나?
점쟁이 : 이것만 안 달고 났으면 왕하고도 붙어먹었을 팔잔데.
장생 : (공길을 바라보다) 헛소리 말고 나 좀 봐주쇼. 내 팔자는 어떤가?
점쟁이 : 복채는?
장생 : (머뭇하다 아랫춤을 내밀며) 자, 내 것도 만지고 봐주쇼.
점쟁이 : (어이없어 허허 웃더니) 어디 보자.
점쟁이, 장생의 얼굴을 쳐다보다 공길과 장생을 번갈아 본다.
장생 : 왜요? 내 불알도 잘못 달렸소?
장생이요, 내 이름이. 장~생.
이름대로 오래 살겠는 가 찬찬히 잘 좀 봐주쇼.
점쟁이 : 네 놈들, 갈라 서!
공길과 장생 마주 본다.
장생 : 우리가 부부요, 갈라서고 말고 하게?

그 때 저 만치서 흥겨운 풍악소리 들려온다.
점쟁이 무슨 말인가 하려는데,
장생이 이끌리듯 일어나 공길의 손을 잡고 달려간다.
점쟁이 걱정스런 눈길로 공길과 장생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 궁 연산 처소-밤

공길, 머리를 깊숙이 묻고 굳은 듯이 서있다.
연산, 고개를 좌우로 조금씩 움직여 가며 공길을 유심히 살펴본다.
딱딱하던 표정이 호기심에 찬 아이 같은 표정으로 이내 다시 밝은 표정으로 바뀐다.
연산 : 놀자.
공길 : (한참 머뭇거리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예?
연산 : 계속 놀잔 말이다.
공길 : 아뢰옵기 망극하오나...
연산, 잔뜩 긴장하고 있는 공길이 귀엽다.
연산, 뭐가 그리 웃긴지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인형을 사이에 두고 그런 연산을 웃으며 바라보던 공길, 연산의 웃음이 계속되자 표정이 굳어진다.
연산, 그런 공길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더니 공길을 바라본다.
공길, 연산의 시선에 사로잡히기라도 한 듯 고개를 숙이지 못한다.
연산, 공길을 바라본다. 한동안. 뚫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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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수의 잔뜩 부은 얼굴이 면경에 비친다.
홍내관 헐레벌떡 들어온다.

녹수 : 왜 아직 안 납시느냐? 왜? 대체 밤마다 뭘 하신단 말이냐?
홍내관 : 희락원 광대 공길을 불러 함께 계시옵니다.
녹수 : 그년과 무얼 하고 있더냐?
홍내관 : 놈입니다요.
녹수 : (짜증스럽게) 하는 짓이 계집 같아 헷갈려 죽겠어. 하여간!
홍내관 : 그게... 그러니까.
녹수 : 어서 말하지 못할까?




#희락원 내실-밤

공길, 장생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온다.
장생, 거칠게 문을 닫는다.

공길 :(장생의 손을 뿌리치며) 놔, 나도 몰랐어.
장생 : (다짜고짜) 나가는 거야.

공길, 장생의 말을 못들은 척 외면한다.

장생 : 못 봤어? 왕은 미쳤어.
공길 : 아니야.
장생 : (안 믿기는 듯) 뭐?
공길 : (잠시 망설이다) 미친 게 아니라구.
장생 :지 아버지의 여인들을 죽였어.
지 할머니까지 죽였는데 그게 제정신이야?
공길 : (간곡하게) 장생아, 아니야. 미쳐서 그런 게 아니야. 난 알아.
장생 : (말없이 공길을 노려보다) 알아? 뭘? 어떻게 알았는데? 뭘 알았는데?
장생, 말없이 공길을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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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길, 이부자리 쪽으로 가는데 장생이 다시 잡아 돌려 세운다.
장생 : 지체 높으신 분이 이런 누추한 곳에서 주무시면 되나.
왕이 별궁은 안 내줬나 보지?
궁녀가 성은을 입으면 별궁을 내주는...
공길 : (차마 듣지 못하고) 이러지마!

육갑 칠득 팔복, 어색한 분위기에 서둘러 방을 나간다.

공길 : 장생아, 제발 이러지마.
장생 : 집어 쳐!
차라리 양반한테 몸이나 팔게 놔두는 거였어.

공길, 장생의 말이 믿기지 않는 듯 굳는다.

공길 : (차갑게) 난 구해달라고 한 적 없어.

장생, 분노와 절망이 섞인 표정으로 공길을 바라보다 들고 있던 술병을 내던지고 나간다.
공길, 장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멍하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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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 잠시 문 쪽을 보고 섰다가 돌아선다.
돌아 서 있는 공길에게 다가와 어깨를 감싸려 한다.

공길 : (연산의 손길이 닿자 격하게 몸을 빼며) 놔요, 이거.

연산, 사뭇 놀란다.

연산 : (달래듯) 공길아.
공길 : 날 내버려 둬요. 제발.

연산, 공길에게 달려들 듯 다가와 인형을 찾기 위해 공길의 몸을 뒤진다.
공길, 연산을 밀친다.
연산, 뒤로 나자빠진다. 분노에 찬 표정으로 공길을 바라본다.
공길, 연산을 외면한다.
연산, 공길을 한동안 바라보다 뭔가를 조르는 아이 같은 표정이 된다.

연산 : 공길아, 놀자. 큰 연회를 열까?
그래, 널 위한 연회를 열자.

공길, 연산을 돌아보다 무릎이 꺾이며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공길 : 놔주세요. 절 놔주세요. 돌아갈래요.
연산 : 어디로?

연산, 처연한 눈빛으로 공길을 바라본다.
공길, 피하지 않고 연산을 본다.

연산 : 안돼. 이제 니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냐.

연산, 공길 앞에 무릎을 꿇으며 무너진다.
공길, 슬픈 눈으로 고개 숙인 연산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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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처선 : 가라. 이제 놀이판은 끝났어.

장생, 선뜻 가지 못하고 김처선 너머 궁 안을 본다.

김처선 : 공길이를 버려.
공길이는 왕의 남자야.
장생 : 공길인 왕의 남자가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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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2006-02-19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 꼭 사야지!!!

하늘바람 2006-02-19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에는 다 나오나요?

모1 2006-02-1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 플레이어가 없어서..후후..

놀자 2006-02-1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DVD는 무삭제판이라고 하더군요..^^
모1님// 컴터에도 안 되나요?

내맘이쥐 2006-02-19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로도 봐야 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