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초반부 출근길 지하철 씬...
출근길 지하철에서 정전이 발생해 온통 암흑이 되어버렸다. 순간 갑자기 약속이나 한듯 모든 승객들이 핸드폰을 꺼내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이 순간을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핸드폰 액정화면들이 마치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나비떼가 날아다니듯 다소는 환상적이고, 코믹스럽게 연출된 그 장면에서 주인공 설경구는 ‘나 결혼할래’라고 결심한다.
이러한 경험은 누구라도 있을 것이다. 갑자기 기분좋은 일이 생겼을 때, 흔히 있지 않을 특별한 경험을 했을 때, 자랑할 일이 있을 때, 혹은 무섭고, 외로울 때.. 누군가 곁에 있어주기는 커녕 전화로라도 알릴만한 상대가 없다는 허전함 오랜시간 땀흘려 정상에 오른 등산에서 기쁨을 만끽할 때, 그 감격을 혼자 겪기 아까워 주머니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던 그러한 경험 말이다.
   
매년 포근한 봄날이 되는 4~5월경이면 친구, 동료, 선후배, 친척들의 여러 결혼소식들이 이미 몇 달전부터 예고가 들어오기 시작한다.요즘들어선 계절을 따질 것도 없이 사계절 결혼식장의 주말스케쥴은 매진사례이니 연중내내 배아푼 심정을 감수하고 축하의 봉투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건 챙겨야 할 건이 하루에 겹치는 일이다. 본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점심 한그릇도 얻어먹지 못하는 결혼식에 온라인 계좌이체로라도 축의금을 보내는 심정을 헤아려 본적이 있는가?
그러나 절대로 혼돈하지 말라. 우리가 배아픈 이유는 결혼이 부러워서가 아니다. 단지 쌩돈 나가는 그 사실이 안타까울 뿐!
그리고, 너무 좌절하거나 비참해 하지도 말자. 우리는 당장 결혼에 목메이지 않을 뿐이지 언젠가는 더욱 멋진 상대와 더더욱 우아한 결혼을 치를 날이 있을 것이다. 빠짐없이 기억해두었다가 그때가 되면 당당하게 요구할 테니까 ^^
   
일년에 한번뿐인 날들.. 생일,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연중행사들이다. 괜한 설레임 또는 아쉬움에 혹시라도 우울함에 빠져본 적은 없는지..
누군가에게 뭔가 받아야 하고 주어야만 할 것 같은 주변 분위기에 공연히 마음만 들뜨기도 한다. 화려한 거리의 쇼케이스에는 눈을 유혹하는 상품들.. 여기저기 넘쳐나는 인터넷 쇼핑몰에선 무슨 기획전이 그리도 많은지.. 임자없는 이를 챙겨주는 세심한 친구나 가족이 있다고 해도 그 의미는 다소 거리가 있을지 모른다. 차라리 내 능력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 내 선물을 신경써 준비한다.
평소 탐내던 물건을 생일에 맞춰 장만해보자. 자 이건 나를 위해 내가 주는 선물이다… ^^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기분이 있을 것이다.
   
바쁘고 정신없이 보내는 하루하루, 빽빽하게 잡혀있던 스케쥴이 갑자기 취소됐다. 일에 열중하다 보니 평소 얼굴보기도 쉽지 않았던 친구들에게 혹시나 하여 연락을 해본다. 운좋게 한가한 친구가 있거나 우연히 시간이 맞아 떨이진 친구가 있다면, 큰 행운이지만 세상은 나 혼자만 바쁘게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이때 꼭 약속 없이도 부담없이 찾아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꼭 대수로운 이벤트나 건수가 아니어도.. 이유 없이도 만나고, 단순히 집에 함께 가고 바래다줄 수 있는 그러한 시간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상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내가 필요할 때만, 아쉬울 때만 만나도 되는 그런 상대는 없을까?
과연… 어쩌다가 생기는 그런 여유로 인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열중해야 하는 본격적인 연애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아침에 이를 닥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영화배우 이병헌이 낭송한 원태연님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라는 싯구절이다. 누군가를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소한 일상중 순간순간 마음속에서 절로 상기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사랑을 품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지 모른다.. 혹은 외사랑인 경우 특권이라기보단 고통일지도 모른다.
아침에 눈을 떠 처음 생각나는 사람, 그리고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 이 사소한 순간에 떠올려지는 사람이라면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가? 있지만 그 상대방도 당신처럼 지금 이순간 당신을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싱글을 포기하고 자신있게 다가갈 용기는 있는가? 당당한 싱글이라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경우 과감히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권리도 갖고 있을 것이다.
   
쟁반짜장, 부대찌개, 해물전골, 피자, 탕수육…
식당 메뉴판을 뒤지다보면 심심치 않게 발견하는 안내문구가 있다. ‘2인분 이상’ 또는 부연설명이 없더라도 주문하기 왠지 눈치 보이거나, 주문을 하더라도 푸짐한 맛이며 따끈한 맛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왜 일인분은 가스버너에 안 끓여주는데?
요즘은 세상이 변해서 싱글을 위한 배려가 많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시대에 뒤쳐진 이런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장이나 공연장 티켓을 예매할 때면 잔여석은 짝수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이 정도에 소심해질 우리 싱글족이 아니다. 그냥 2인분을 시켜 푸짐하고 따끈하게 먹자. 가끔 음식물 좀 남긴다고 해도 문제될 것 없고 홀짝수에 관계없이 당당하게 1장을 예매하여 관람에만 심취하자. 운 좋으면 옆자리가 비여 더 여유롭게 관람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욱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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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5-2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물만두 2005-05-2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해적오리 2005-05-2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 모드 돌입...

놀자 2005-05-25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제가 싱글들에게 우울모드로 만들어 버렸군요..
죄송...반성..i0i
싱글은 자..자유롭잖아요..즐겁게 생각하자구요....하하하..^^;;;;;;;;(뻘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