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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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금 33개월 된 큰 딸이 태어났을 때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 맞아. 애를 닦달하지말고...' 막연하면서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며 재미있게만(?) 읽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큰애는 남에게 맡기고 대강의 육아를 하다가 둘째를 낳고  집에서 애를 자알 키우보겠다고 결심했다. 잘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이 넘쳤지만, 이내 '나는 육아에 소질이 없는 사람인가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들을 방치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그로 인한 우울함. 그리고 무기력감... 모든 것이 고리로 연결되어 사는 게 뭔지... 이렇게 나는 멍청해져 가는 건가 등등.. 나는 점점 더 어둠 속으로 추락해 가고, 큰 애는 심심하고 외로워 하고 있었다. 갓 태어난 애도 자기의 불편함에 대해 보상 받지 못하고 방치 되어 있었고.

 그러다가, 외갓집에 큰 애를 맡기기 시작했다. 학원차 운전을 하시는 아버지께서 낮에 잠깐 잠깐 큰 애를 봐주셨다. 나는 잠깐 생긴 틈을 타 집안일도 하고, 간간히 책도 읽었다. 그러다가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책을 다시 읽기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맞아 맞아 우리 애도 다른 애들이랑 비슷하군. 혹은 직장생활한다는 이유로 큰 딸에게 내가 얼마나 사랑을 주지 못했는가 자책도 하면서 읽었다. 그러면서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신의진 선생님의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읽은 그녀의 두번째 책.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이란 책을 읽으면서 번역된 책이 참 어렵구나. 싶었었는데 비슷한 내용을 참 쉽게도 설명해 놓았다. 애를 먼저 키워 본 친한 옆집 엄마로 부터 정곡을 찌르는 조언을 듣는 기분이다.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상담 예와 아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아이 둘을 키우면서 느꼈던 것 적용했던 것을 아주 쉽게 적어놓았다.

 읽으면서 아이들의 특징을 설명할 때는 맞아, 그래 우리 애도 그래. 그러면서 맞장구를 쳤고, 아 이럴 때 이렇게 응대를 해야되는 구나 하면서 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끝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울었다.

끝부분에 파울로 코엘류가 쓴 우화 이야기가 인용되어나온다. 하나님이 당신이 만든 어머니의 견본을 천사에게 보여주고 수정에 수정을 한다. 마지막에 하나님은 보통의 여자의 모습으로 어머니 형상을 만들고 어머니에게 강한 의지를 주었다. "그래야 그녀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다 해낼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어머니 견본에서 새는 물.. 눈물. 기쁨과 슬픔, 실망, 고통, 사랑, 열정을 표현할 때 쓰는 거라고...눈물은 하나님이 만드신 게 아니라 조각을 맞추다 보니 저절로 생긴거라고.

 직장에 다니 건, 전업주부 건 아이에게 항상 빚진 것 같이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가끔은 아이를 보며 안쓰러워 하고, 가끔은 아이에게 소리 지르면서 나의 짜증을 아이 탓으로 돌리고... 또 돌아서서 내가 아이에게 잘 해주지 못했던 과거에 집착하고..이제 나는 이런 것들을 다 던져버릴테다 .

지금 현재에 내 아이를 더 예뻐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 더 너그럽게 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만 나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만에 멋진 책을 읽고, 기분이 너무 흥분되어 글이 엉망이지만 그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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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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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리뷰도 읽어 보지 못하고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처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연애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어쩌고 저쩌고... 약간은 불행한 듯한 느낌의 제목이었다.

처음 몇장은 뭔지 모를 블루노트라는 타이틀에 남자 화자가 어린 시절 얘기를 하다가, 또 다음에는 어떤 여자 화자가 자살을 시도하다가 도대체 무슨 일인지 재미도 없어 보이고 책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용을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남을 살해한 사람(?)과 나를 살해하려고 한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은 매주 목요일 3시간동안 진짜 이야기를 통해 이루어 진다. 강간한 사촌 오빠보다도, 그 사실을 알렸을 때 '다 큰 게 어떻게 꼬리를 쳤길래.'하며 딸의 아픔을 감싸지 못했던 엄마를 더 미워했던. 그래서 그 날 이후 모든 것이 꼬일대로 꼬여버린 그녀. 집 나간 엄마와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오직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오기로, 살기가 오른 그.

 '유진과 유진' 이라는 동화책도 생각났고, 막연히 남을 죽인 사형수들은 그 죄값을 치뤄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을, 과연 티 한 점 없이 순결하다고 할 수 없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보게도 되었다.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갔는데 뭔가 정리 되지 않는 내 생각때문에 다 읽고난 지금 머리가 복잡하다.

그리고 하나 더. 나는 과연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나만의 진짜 얘기는 무얼까?, 그리고 누구와 함께 그 진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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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 숫자 여행 아기 물고기 하양이 시리즈 2
기도 반 게네흐텐 글.그림, 서남희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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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어디 있어요?'는 스카치테잎 자국에 너덜너덜, 새로 사야할 정도로 보았다. 눈에 확 뛰는 선명한 색깔에 크로 단순한 그림이 어린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모양이다.

꼭꼭 숨어라는 31개월된 큰 딸이 이제서야 숫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사주게 된 책이다. 

 마트에서 혼자 뛰어다니다가 잃어 버릴 뻔한 이후로는 우리집 (아파트) 주소 몇 동 몇호, 그리고 우리 집 14층, 외할머니집 8층. 우리 집 전화번호는 ... 이런 것들을 말로 해 주었다. 금방 따라 외우는 게 신기했다. 물론 그 때가 두돌 정도 됐으니까 당연하겠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엘리베이터의 숫자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뭐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 때다 싶어 한번 대박을 터트린 경험이 있는 하양이 시리즈의 '꼭꼭 숨어라'를 얼른 신청했다.

도착한 날. 딸내미 하양이를 알아본다. 그리고 플랩북을 하나하나 넘겨가며 그 자리에서 10번 가까이 읽어달라고 졸랐다. 책을 사서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거의 처음이다. 역시 제때에 사줘야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는가 보다. 큰 애는 숫자도 좋아하지만 제일 뒷부분 숨어있는 하양이를 찾는 부분을 제일 좋아한다.

 단,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종이가 얇아서 어린 아이들이 넘기다가 찢기 쉽다는 것. 뭐 두 돌 정도되면 넘기다가 찢어지는 일은 줄어드니 괜찮을 수도 있고.

또 하나는 '달팽이 하나에서 올챙이 넷'까지만 나온다는 것. 나는 다른 동물들이 열 될 때까지 줄줄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것도 달팽이 하나, 성게 둘, 물벼룩 셋, 올챙이 넷 해서 모두 열마리를 줄지어 놓고 하나 부터 열까지 세는 장면이 있으니 큰 상관은 없을 듯 하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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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먼드의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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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에 대한 추억으로 읽기 시작한 앤시리즈. 드디어 3권을 다 읽었다. 1,2권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지만 마지막 레드먼드 대학에 다니는 앤의 이야기는 더 잘 넘어간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길버트가 언제 청혼하려나, 언제 앤이 길버트를 사랑하는 걸 깨달으려나... 답답하고 가슴 졸였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결혼을 하고 애 둘을 낳아 키우면서 젊은 남녀의 연애 드라마를 봐도 이젠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했었는데 100년전에 소설을 보며 가슴 설레하다니 '나 아줌마 맞아?'

길버트랑 결혼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앤과 길버트에게 각자의 사람과 만남을 가지는 장면이 왜 그렇게 안타깝던지.

 3권을 다 읽고 내려놓는 순간 10권짜리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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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클레어 지퍼트.조디 리 그림,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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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어릴 때 봤던 만화에 대한 향수가 많은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런 이유에서 앤을 읽게 된 것이지만.

나는 배경 설명이 길게 주절주절 적힌 내용보다는 대화가 많은 글을 더 좋아했는데, '빨간 머리 앤'은 초록지붕 집 주변의 눈의 여왕이나 연인의 오솔길, 자작나무 길 그리고 해질녘의 모습 등을 묘사하는  부분이 너무 아름답다. 어릴 때는 상상력이 풍부한 앤을 닮고 싶었고, 지금은 내 딸들이 앤처럼 상상력이 풍부하게 (그렇다고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는 않고...) 컸으면 하고 바란다.

 내가 빨간 머리 앤이 좋은 이유는 뭘까?

거의 모든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악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린드아주머니는 앤에게 나쁜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잔소리는 린드아주머니의 성격인 것. 사실 큰 악의는 없는 듯하다. 앤의 옷도 예쁘게 만들어 주시고, 앤이 잘 된 일에는 아낌없이 칭찬해 주셨으니까. 그리고 앤이 실수는 많이 하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끼치지 않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는 아이라는 점이다. 또 한가지는 앤은 빨간머리에 주근깨, 빼빼마른 몸에 대한 컴플렉스도 있고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감싸는 것이 아니라 조시파이처럼 약간 미워하는 아이도 있는, 상상력만 조금 더 있는 평범한 아이란 점에서 더 마음에 든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어쨌든 빨간 머리 앤을 읽고 나면 누구를 미워할 필요도 없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나도 앤처럼 지는 해를 보며, 아침에 이슬 맺힌 나팔꽃을 보며 감상적인 말을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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