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빨간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클레어 지퍼트.조디 리 그림,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모두들 어릴 때 봤던 만화에 대한 향수가 많은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런 이유에서 앤을 읽게 된 것이지만.
나는 배경 설명이 길게 주절주절 적힌 내용보다는 대화가 많은 글을 더 좋아했는데, '빨간 머리 앤'은 초록지붕 집 주변의 눈의 여왕이나 연인의 오솔길, 자작나무 길 그리고 해질녘의 모습 등을 묘사하는 부분이 너무 아름답다. 어릴 때는 상상력이 풍부한 앤을 닮고 싶었고, 지금은 내 딸들이 앤처럼 상상력이 풍부하게 (그렇다고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는 않고...) 컸으면 하고 바란다.
내가 빨간 머리 앤이 좋은 이유는 뭘까?
거의 모든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악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린드아주머니는 앤에게 나쁜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잔소리는 린드아주머니의 성격인 것. 사실 큰 악의는 없는 듯하다. 앤의 옷도 예쁘게 만들어 주시고, 앤이 잘 된 일에는 아낌없이 칭찬해 주셨으니까. 그리고 앤이 실수는 많이 하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끼치지 않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는 아이라는 점이다. 또 한가지는 앤은 빨간머리에 주근깨, 빼빼마른 몸에 대한 컴플렉스도 있고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감싸는 것이 아니라 조시파이처럼 약간 미워하는 아이도 있는, 상상력만 조금 더 있는 평범한 아이란 점에서 더 마음에 든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어쨌든 빨간 머리 앤을 읽고 나면 누구를 미워할 필요도 없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나도 앤처럼 지는 해를 보며, 아침에 이슬 맺힌 나팔꽃을 보며 감상적인 말을 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