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어서 슬펐니?
김미경 외 열 명의 엄마들 지음 / 이프(if)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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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 티를 벗고 갓 세상에 눈뜨기 시작하던 시절 몇몇의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공언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갓 사촌 동생을 출산하신 작은 어머니도 계셨던걸로 기억한다. '나는 절대 아이를 낳지 않을거야. 아이는 내 인생의 족쇄가 되고 말거야'라고,,, 지금은 그런 나의 맹랑했던 모습에 설핏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그때, 내가 일찍이 간파했던 사회의 현실은 지금쯤 달라졌는가? 이 땅의 일하고 싶어하는 엄마와 아이가 살아가는 모습 말이다.

이 책은 일하는 여성이(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이나 전문직 종사자 축에 드는) 자신의 직업을 갖고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워나가는 모습에 대해 솔직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몇 몇의 글에서는 위에서 내가 큰소리치며 말했던 아이에 대한 완고한 생각들 때문에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자기 일하랴, 애들 챙겨 학교 보내랴, 정신없는 우리나라 일하는 어머니들의 애처로움, 분노가 곳곳에 묻어난다. 조급하고 속상한 마음에 애꿎은 아이에게 자기 처지에 대한 화풀이가 돌아가기도 한다.

엄마와 하루종일 같이 지내는 아이에 비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정서가 더 불안정하다는 등의 연구결과와 주위의 시선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들이다. 그래도 자아실현과 자신의 공부를 위해 일하는 이들은 그나마 위로라도 되겠지만,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이 땅의 수많은 일하는 어머니들 역시 아이들 보육문제로 말못하는 고통을 견디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안은 국가차원에서의 정책마련이다. 그리고 아이의 양육책임을 부모가 공동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의 인식도 포함시켜야 할것이다. 이들의 하소연이 적어도 공허하게 들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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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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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교때 감히 소설가를 꿈꾸었다. 그 시절의 꿈이야 늘상 바뀌는 것이었지만 소설가로서의 미래에 대해 조금은 진지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전업작가로 산다는 것이 생활의 쪼들림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난 아마도 금새 눈앞이 깜깜해지는 아이였을 것이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작가로서 살아갈 재능이 없었다. 폴 오스터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고 작가가 되었다.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이 책은 폴 오스터의 젊은 시절의 경험이과 작가로 살아가며 입에 풀칠하기 위해 했던 일들에 대한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는 작가로서 가져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작가로서 필요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시간의 이상을 투자하여 일을 해야했다. 생계를 위해 그는 서평을 쓰거나 도록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으며 그가 말하는 '잡문'을 팔았다. 그의 생존을 위한 사투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그가 액션베이스볼이란 카드 게임을 만들어서 팔려고 햇던 부분이다. 그의 게임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게입업계 관계자들의 예상 때문에 그의 바람대로 상품화되지 못했지만 그의 책 뒷부분에 게임방법과 함께 카드가 실려있다.

그의 카드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 때문에 그가 실망하게 되었을 때, 그의 액션베이스볼 게임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와 함께 분개하고 슬퍼했는데 사실 나역시 카드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 그가 만든 카드놀이를 하려면 카드를 컬러로 복사하고 수십 장의 카드를 일일이 오려서 게임방법까지 숙지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 그의 팬이 아니라서 그만한 정성을 쏟을 마음이 생기지 않나보다. 아니면 게임 관련 업자들의 말처럼 스포츠 게임은 한물 갔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말이 샜지만 작가의 꿈을 꾸며 그의 숭고한 이상과는 다른 여러가지 일들을 하는 그가 진정 소명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너무 비약이 심할까도 생각해보지만 그가 정말 작가가 되고 싶었기에 그런 일들을 했던 것이고 이렇게 그 때의 일을 회고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가 썼던 세 편의 희곡 말고 그가 경험한 일에 관해 쓴 것만큼 그의 소설이 흥미롭다면 앞으로 그의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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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우리를 25단어로 키우셨다
테리 라이언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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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이블린 라이언,,그녀의 이름은 하나가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남편과 살며 아이들 10명을 키워야 하는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는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각종 콘테스트에 응모해서 상금 또는 상품을 타는 일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콘테스트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이벌린 라이언이라는 자신의 이름외에도 이블린.A. 라이언, 이블린.B. 라이언...이블린.L. 라이언 등등 콘테스트에 여러번 응모하기 위한 여러개의 이름을 가져야만 했다.

나도 어린 시절, 과자를 먹고 그 과자의 상표와 간단한 답을 적어서 엽서를 보내면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혹해서 몇 번 상품 응모에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당첨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다지 실망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에겐 그녀만큼의 간절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놀이용 오락기 정도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아닌가,,

남들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냉장고를 샅샅이 뒤져 있는대로 쓸어 넣은 샌드위치, 닥터 페퍼가 있는 바로 지금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의 광고문구로 그녀는 12명의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했고 아이들이 치과에 갈 수 있게 했으며, 이틀이면 1.5리터의 우유 2명이 동나고 마는 대가족의 냉장고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10명의 아이들은 다리미판 옆에서 오른쪽 귀에는 연필을 꽂고 진지하게 콘테스트에 보낼 5행시와 25단어 이내의 광고문구를 공책에 적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콘테스트에 대한 열정은 집안의 생활을 돕기 위한 것이었기도 하지만 그녀가 접어야 했던 기자의 꿈과 그녀의 아이들에게 품고 있던 희망이기도 했다. 그녀가 쉴새없이 상상해내던 멋진 광고문구들이 비록 그녀의 가족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을지라도 그녀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기발한 언어와 시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녀는 평생을 스스로 만들어 낸 '징글맞게 행복한' 삶속에서 살다가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아이들은 그들이 자라던 집에 모여서 그녀의 엄마가 콘테스트 응모로 남긴 집안 곳곳의 물건들을 보며 과거를 추억한다. 그리고 그녀가 나무궤짝에 보관하고 있던 엄마의 수많은 응모작이 담겨 있는 십여 권의 공책들을 보며 또한번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는 그들을 25단어로 키우셨다-
그들을 키운 건 '25단어'라는 희망의 또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의 어머니들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그녀들만이 갖고 있는 방식으로 우리를 키우고 계시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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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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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을 읽을 때면 늘 깨어나라고 하는 말이 들린다. 그 물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내가 늘 그런 시선을 갖기는 힘들다는 핑계를 대본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한낱의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것을 주장하고 실천하는 것에 대해서도 큰 결심을 요구하는 사회에 대해 당당하게 맡설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닐까?

그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똘레랑스를 말한다. 그 또한, 밖으로부터의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냉철한 관점을 갖거나 행동하기에 더 수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어떤 식으로서의 사회귀족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한편, 진정한 관용의 자세를 요구한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다시금 그의 말에 귀기울여야만 하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뒤돌자마자 까맣게 잊어버리는 바보인양 탓하게 하면서 말이다.

그의 주장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데 아직도 제자리걸음인것 같은 세상을 보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것 같다. 그렇지만 뭐든지 갑자기 이룰 수 없는 일은 없기에 그가 너무 슬퍼하지 말고 악역을 계속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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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마음산책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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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단순히 코미디처럼 관객을 웃기기 위한 의도로 쓰여진 책이 아니건만 정말 많이 웃었다. 언젠가 사람들이 웃는 이유에 대해 연구한 내용에 관해 들은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자기의 예측과 빗나가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웃음을 터뜨린다는 것이다. 코미디 프로를 보는 사람들이 보통 같은, 시점에서 웃음을 터뜨린다는 점이 사람들의 그러한 점을 교묘히 계산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를 곳곳에 심어넣었음을 알 수있게 한다.

영화에 관한 책에 대해 웃긴다 뭐다 말하는 통에 조금 황당할 수 도 있지만 난 김영하의 영화보기나 이우일의 만화를 통해서 또 한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 책이 내내 웃기진 않지만 흐린 내 기억이 보유하고 있는 지배적인 느낌이 그러하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가 단지 영화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통해 세상, 혹은 자신의 드러나지 않은 면을 에둘러 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때 이 책은 매우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곳곳에 생뚱맞긴 하지만 나름대로 공감할 수 있는 그래서 웃음을 터뜨리거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것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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