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숲이 있다 -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
이미애 지음 / 서해문집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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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걸음만 내딛어도 푹푹 발이 빠지는 모래사막을 걷다가 이 곳을 발견했다고 생각해보자.  모래사막을 조금만 벗어나니 나무 한 두 그루가 심어져 있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종류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옆으로 난 길은 제법 가로수길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 정도이며 한 쪽에 마련된 밭에는 토마토, 오이 같은 채소도 자라고 있다.  

  책의 첫장을 넘기고 그닥 길지 않은 글을 읽어가며 모래사막에 숲이 우거지게 한 기적이 중국 네이멍구 자치주에 살고 있는 한 촌부의 무모한 도전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모래바람 부는 사막에 내던져지고 토굴을 신혼집 삼아야했던 인위쩐의 암담함은 이후에 이 여인이 겪게 될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식들만큼은 자신처럼 사막에 고립되지 않고 자신이 겪었던 고생을 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사막의 황량함을 온 몸으로 맞서며 사막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인위쩐의 삶 자체는 인간다움을 느끼며 생활하기엔 가혹한 사막에 나무가 자라고 그 나무들이 모여 숲이 된 그 과정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말로 하면 길지 않지만 십 수년의 분투를 묵묵히 감내해가는 인위쩐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때때로 뭉클해졌다. 나 같은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못했을 일을 그녀는 살아냈으니...  

지금은 언론에 의해 알려져 정부 또는 개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그녀의 업적이지만 무엇보다도 한 인간으로서 어떤 역경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포기하지 않고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삶을 살아낸 그녀 앞에서 때로 불평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인위쩐이 이룬 숲을 가슴속에 담고 있다 종종 꺼내보아야겠다.  그리고 나 또한 내 힘을 보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야겠다.

 "사막을 피해 돌아가서는 숲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었더니, 그것이 숲으로 가는 길이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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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dge-A-Mania (Paperback) Judy Blume : Fudge 5
주디 블룸 지음 / Puffin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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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Peter와 그의 다섯 살 동생 Fudge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잔잔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통해서 Judy Blume이란 작가가 Fudge 시리즈로 책을 여러 권 썼다는 사실을 알았다. Peter네 가족이 Peter가 싫어하는 동급생 Sheila의 가족과 여름휴가로 Maine에 가게 되며 벌어지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이 책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영어를 공부하려는 아이들이 언어감각을 익히기 위한 책으로 좋다고 느낀 이유는 Fudge가 무심코 하는 말이나 형을 놀리려고 하는 말들이 Rhyme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Fudge는 다섯 살 아이가 으레 그렇듯이 한 가지 단어를 듣고 그 것과 관련되는 여러가지 단어를 조합해서 노래를 부르거나 자신의 형 Peter의 말꼬리를 잡으며 아무생각 없이 말을 내뱉고는 하는데 그 문장 자체가 새로운 어휘를 습득하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언어교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식사로 먹는 씨리얼인 Cheerio의 개수를 하나, 두 개 심각하게 세고 있는 모습, 야구 글러브를 닦는다고 엄마의 화장용 오일을 다 써버려 엄마를 황당하게 만드는 모습, 정원에 식물대신 돌을 심는 등 기상천외한 Fudge의 밉지 않은 행동에서 왜 이 책의 제목이 Fudge-a-mania가 될 수 밖에 없는지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마치 Fudge의 가족과 함께 시원한 곳에서 한바탕 여름캠프를 즐기고 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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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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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작가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찾아 읽는 사람을 전작주의자라고 했던가? 그리고 유명가수를 향해 '오빠'를 함성하는 소녀들을 속된말로 빠순이라고 한다지,,,
그렇다면 나는 우리나라에 출간되어 나온 아멜리 노통 작품의 전작주의자인 동시에 아멜리 노통 빠순이다. 매력적인 눈웃음과 서정적인 연기로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는 '욘사마'를 따라 어디든 간다는 일본 아줌마들의 열정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맘만 먹으면 서점에 서서 2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그녀의 소설은 일단 덜컥 사놓기부터 하고 보니말이다.

 이전에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에서의 감수성과 예민한 관찰력, 두려움과 떨림에서 보여줬던 담담한 서술이 결합한 듯한 아멜리 노통의 이 책은 내가 그녀의 일개 팬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그리고 기뻐하게 했다.

 어린시절 살면서 찬양해 마지 않던 일본에 돌아온 그녀는 불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일본인 대학생과  연인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말이 대학생이지 아멜리 노통이 그에 대해 묘사한 것을 내 나름대로 정리하면 '한량'이란 단어로 정리된다. 유복한 가정에서 티없이 자란 그와 연애를 하며 아멜리 노통은 그가 그녀를 살아 움직이는 여신으로 칭송함에도 때때로 자신의 자의식이 침범당할까 두려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어느날은 눈덮인 후지산을 혼자 오르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그녀의 자아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해보려고 한다. 역시 아멜리 노통다운 깜찍한 행동이다. 끊임없이 사랑받기 원하면서도 자신이 사라질까봐 두려워 하는 것,,, 돌아보건데 그것은 첫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든 연인의 공통된 두려움이 아닐까?

 그녀는 일본 대기업에 취직을 하고 이때의 경험은 훗날 그녀의 작품 '두려움과 떨림'을 통해 그려진다. 그녀가 상사의 괴롭힘으로 힘들었던 이 시기에 남자친구는 청혼을 하고 일본인 남자친구와의 결혼으로 경제적으로 보장된 미래와 '그녀'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그녀는 덜컥 고국 벨기에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사고 남자친구 몰래 비행기에 탑승한 후 비로소 안도감을 느낀다. 비행기에 탄 후 안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마저 왠지 웃음이 나왔다.

 시간이 흘러 아멜리 노통은 일본에서 열린 그녀의 출판 기념회에 온 지금은 꽤 사회인의 티가 나는 옛 남자친구와 꼭 포옹을 하는 그녀만의 의식으로 그때의 사랑을 이렇게 정리한다. 나의 사랑은 '사무라이식 우정'이었다고,,,
 책장을 덮으면서 괜시리 뭉클해진 한명의 팬으로서 나는 이제 아멜리 노통이 또다른 그녀만의 멋진 사랑을 하고 또 한 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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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상자 베틀북 그림책 86
데이비드 위스너 지음 / 베틀북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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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전 지방에 살고 있는 친구가 보낸 생일선물 상자에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1999...로 시작되는 책 한 권과 이 책이 들어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야,,"란 친구의 말에 데이비드 위즈너란 이름을 내 무의식 어딘가에 던져놓고 보내던 어느날 지하철 무가지 위쪽 귀퉁이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알고보니 그의 원화전이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어서 마침 다녀오기도 했다. 데이비드 위즈너는 모든 어린이책 작가들이 평생 한 번 받고 싶어하는 칼데곳 상을 1등, 2등 통틀어 총 세번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 책을 폈을 때 책에 왜 글자가 하나도 없지? 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책장을 계속해서 넘기기를 여러번,,가족들과 놀러간 해변가에서 오래된 카메라를 발견한 소년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 호기심에 그 카메라에 있던 필름을 현상한 소년은 그 카메라에 찍힌 다른 아이들의 사진을 유심히 관찰하며 그가 알지 못했던 세계가 있었음을 발견한다. (일련의 사진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책은 사실 부모님이나 누가 읽어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 스스로 조용한 공간에서 찬찬히 들여다보게하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결되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책 한쪽에 있는 그림 하나하나만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작가 사진에는 그가 다섯살 때 해변에서 모래 바구니를 들고 웃고있는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아마 이 책의 주인공 소년은 끊임없이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모험을 찾아 나서던 데이비드 위즈너 자신이 아니었을까?  




데이비드 위즈너의 원화 전시회
http://www.sungkokmuseum.com/exhibit/exhibit_now.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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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디자인하라
카림 라시드 지음, 이종인 옮김 / 미메시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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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를 보고 더군다나 출근길 지하철 입구에서 나누어 주는 무가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였다. 한 달간 본의 아니게 지하철로 한시간 반씩 이동하는 생활을 하며 꼬박꼬박 챙겨봤던 무가지 광고에 실린 깔끔한 표지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따로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하는 본인의 배경에 대해  카림 라시드는 이집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알렉산드리아, 로마, 파리, 런던 등을 돌아다니다 파리에 살게 되었다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하는 일상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이 자신의 디자인 감각의 토양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그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몇시간이고 몰두할 수 있었던 일(스케치)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걷기로 한다.

 그가 나만의 인생을 디자인하라고 한다. 
 모 통신사 광고가 연상되는 그의 구호 'Live Love Work Play'에 따른 4-5가지의 주제에 따라 자신의 경험을 통한 철학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체크리스트로 나열하는 친절함을 발휘한다. 사실 여기 제시된 지침들은 여느 자기계발서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일수도 있지만 전세계 사람들의 일상에 파고들어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디자인 하는 '카림 라시드'가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 와닿았던 것 같다.

파슨스 디자인 대학원 (Parsons school of Design) 의 강사로 취칙했으나 대학당국의 요구대로 실제적인 디자인 방법이 아닌 이론과 철학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사흘만에 쫒겨났던 그의 이력이 이 책을 통해서 어김 없이 드러난다. 생활이 디자인이고 디자인이 곧 생활인 물심일여(物心一如) 의 세계에서 경계를 넘다들며 노니는 듯한 카림 라시드,,, 세상의 모든 것들이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보고 그를 통해 도(道)가 성립된다는 것을 주장한 만물일원론(萬物一元論)의 장자가 오버랩됬다는 것은 나만의 비약일까?  

 문득 그가 말하고 있는 '그의 철학이 집약된' 디자인 용품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서 그의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았다. (http://www.karimrashid.com/) 본문 중 각 챕터 사이에 들어가 있는 화려한 그림들 사이에 상징적으로 보여지는 아이콘들 또한 홈페이지에 그다운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열린 눈, 코, 귀, 가슴, 그리고 감각적인 손끝... 을 갖고 현재를 즐기는 태도야 말로 우리가 삶의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는 필수조건이라고 말하는 그로부터 생동하는 기운과 용기를 얻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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