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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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작가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찾아 읽는 사람을 전작주의자라고 했던가? 그리고 유명가수를 향해 '오빠'를 함성하는 소녀들을 속된말로 빠순이라고 한다지,,,
그렇다면 나는 우리나라에 출간되어 나온 아멜리 노통 작품의 전작주의자인 동시에 아멜리 노통 빠순이다. 매력적인 눈웃음과 서정적인 연기로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는 '욘사마'를 따라 어디든 간다는 일본 아줌마들의 열정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맘만 먹으면 서점에 서서 2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그녀의 소설은 일단 덜컥 사놓기부터 하고 보니말이다.

 이전에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에서의 감수성과 예민한 관찰력, 두려움과 떨림에서 보여줬던 담담한 서술이 결합한 듯한 아멜리 노통의 이 책은 내가 그녀의 일개 팬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그리고 기뻐하게 했다.

 어린시절 살면서 찬양해 마지 않던 일본에 돌아온 그녀는 불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일본인 대학생과  연인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말이 대학생이지 아멜리 노통이 그에 대해 묘사한 것을 내 나름대로 정리하면 '한량'이란 단어로 정리된다. 유복한 가정에서 티없이 자란 그와 연애를 하며 아멜리 노통은 그가 그녀를 살아 움직이는 여신으로 칭송함에도 때때로 자신의 자의식이 침범당할까 두려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어느날은 눈덮인 후지산을 혼자 오르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그녀의 자아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해보려고 한다. 역시 아멜리 노통다운 깜찍한 행동이다. 끊임없이 사랑받기 원하면서도 자신이 사라질까봐 두려워 하는 것,,, 돌아보건데 그것은 첫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든 연인의 공통된 두려움이 아닐까?

 그녀는 일본 대기업에 취직을 하고 이때의 경험은 훗날 그녀의 작품 '두려움과 떨림'을 통해 그려진다. 그녀가 상사의 괴롭힘으로 힘들었던 이 시기에 남자친구는 청혼을 하고 일본인 남자친구와의 결혼으로 경제적으로 보장된 미래와 '그녀'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그녀는 덜컥 고국 벨기에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사고 남자친구 몰래 비행기에 탑승한 후 비로소 안도감을 느낀다. 비행기에 탄 후 안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마저 왠지 웃음이 나왔다.

 시간이 흘러 아멜리 노통은 일본에서 열린 그녀의 출판 기념회에 온 지금은 꽤 사회인의 티가 나는 옛 남자친구와 꼭 포옹을 하는 그녀만의 의식으로 그때의 사랑을 이렇게 정리한다. 나의 사랑은 '사무라이식 우정'이었다고,,,
 책장을 덮으면서 괜시리 뭉클해진 한명의 팬으로서 나는 이제 아멜리 노통이 또다른 그녀만의 멋진 사랑을 하고 또 한 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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