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우리를 25단어로 키우셨다
테리 라이언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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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이블린 라이언,,그녀의 이름은 하나가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남편과 살며 아이들 10명을 키워야 하는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는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각종 콘테스트에 응모해서 상금 또는 상품을 타는 일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콘테스트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이벌린 라이언이라는 자신의 이름외에도 이블린.A. 라이언, 이블린.B. 라이언...이블린.L. 라이언 등등 콘테스트에 여러번 응모하기 위한 여러개의 이름을 가져야만 했다.

나도 어린 시절, 과자를 먹고 그 과자의 상표와 간단한 답을 적어서 엽서를 보내면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혹해서 몇 번 상품 응모에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당첨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다지 실망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에겐 그녀만큼의 간절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놀이용 오락기 정도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아닌가,,

남들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냉장고를 샅샅이 뒤져 있는대로 쓸어 넣은 샌드위치, 닥터 페퍼가 있는 바로 지금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의 광고문구로 그녀는 12명의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했고 아이들이 치과에 갈 수 있게 했으며, 이틀이면 1.5리터의 우유 2명이 동나고 마는 대가족의 냉장고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10명의 아이들은 다리미판 옆에서 오른쪽 귀에는 연필을 꽂고 진지하게 콘테스트에 보낼 5행시와 25단어 이내의 광고문구를 공책에 적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콘테스트에 대한 열정은 집안의 생활을 돕기 위한 것이었기도 하지만 그녀가 접어야 했던 기자의 꿈과 그녀의 아이들에게 품고 있던 희망이기도 했다. 그녀가 쉴새없이 상상해내던 멋진 광고문구들이 비록 그녀의 가족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을지라도 그녀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기발한 언어와 시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녀는 평생을 스스로 만들어 낸 '징글맞게 행복한' 삶속에서 살다가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아이들은 그들이 자라던 집에 모여서 그녀의 엄마가 콘테스트 응모로 남긴 집안 곳곳의 물건들을 보며 과거를 추억한다. 그리고 그녀가 나무궤짝에 보관하고 있던 엄마의 수많은 응모작이 담겨 있는 십여 권의 공책들을 보며 또한번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는 그들을 25단어로 키우셨다-
그들을 키운 건 '25단어'라는 희망의 또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의 어머니들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그녀들만이 갖고 있는 방식으로 우리를 키우고 계시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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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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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을 읽을 때면 늘 깨어나라고 하는 말이 들린다. 그 물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내가 늘 그런 시선을 갖기는 힘들다는 핑계를 대본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한낱의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것을 주장하고 실천하는 것에 대해서도 큰 결심을 요구하는 사회에 대해 당당하게 맡설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닐까?

그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똘레랑스를 말한다. 그 또한, 밖으로부터의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냉철한 관점을 갖거나 행동하기에 더 수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어떤 식으로서의 사회귀족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한편, 진정한 관용의 자세를 요구한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다시금 그의 말에 귀기울여야만 하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뒤돌자마자 까맣게 잊어버리는 바보인양 탓하게 하면서 말이다.

그의 주장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데 아직도 제자리걸음인것 같은 세상을 보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것 같다. 그렇지만 뭐든지 갑자기 이룰 수 없는 일은 없기에 그가 너무 슬퍼하지 말고 악역을 계속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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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마음산책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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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단순히 코미디처럼 관객을 웃기기 위한 의도로 쓰여진 책이 아니건만 정말 많이 웃었다. 언젠가 사람들이 웃는 이유에 대해 연구한 내용에 관해 들은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자기의 예측과 빗나가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웃음을 터뜨린다는 것이다. 코미디 프로를 보는 사람들이 보통 같은, 시점에서 웃음을 터뜨린다는 점이 사람들의 그러한 점을 교묘히 계산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를 곳곳에 심어넣었음을 알 수있게 한다.

영화에 관한 책에 대해 웃긴다 뭐다 말하는 통에 조금 황당할 수 도 있지만 난 김영하의 영화보기나 이우일의 만화를 통해서 또 한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 책이 내내 웃기진 않지만 흐린 내 기억이 보유하고 있는 지배적인 느낌이 그러하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가 단지 영화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통해 세상, 혹은 자신의 드러나지 않은 면을 에둘러 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때 이 책은 매우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곳곳에 생뚱맞긴 하지만 나름대로 공감할 수 있는 그래서 웃음을 터뜨리거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것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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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므 씨의 마지막 향수
퍼시 캉프 지음, 용경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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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엠므씨와 같은 이유로 향수를 뿌리는 건 아니지만 성년식때 받은 향수를 1년 넘게 쓰고 있다. 달콤하지만 어떤 이는 담배냄새같다고도 하는 향.. 난 내가 이 향수를 더 이상 뿌리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할 때 조금은 섭섭할 것 같다. 사실 이 향수가 되도록 덜 알려져서 소수만 알고 공유하는 신비로운 향이 되길 바라고 있기는 하다.

엠므씨가 향수 때문에 겪는 일은 단순히 향수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나라도 누가 나한테 '너 변했어, 예전의 네가 아닌 것 같아.' 라고 한다면 그런 나의 변화를 내적으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집요하게 자신만의 향을 간직하고 싶어하는 엠므씨의 노력은 단지 겉으로 드러났기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뿐이다.

아껴보던 언더그라운드 잡지가 소위 말해 떠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잡지가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그 잡지에서 멀어지거나, 더 이상 나만의 ~~오빠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 가수를 홀로 떠나보내는(^^;) 내 맘 또한 엠므씨가 한 행동에 진배없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뻔한 결말임을 예상했지만 결코 예사롭게 넘길 소설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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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일기
빌리 푸흐너 글 그림, 조화영 옮김 / 심지북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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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 정도 크기의 펭귄(물론 진짜가 아니다)을 데리고 다니며 세계 곳곳의 명소에서 사진을 찍는 조금은 특이해 보이는 사진작가 빌리 푸흐너를 우연히 알게되었을 쯤에 이 책이 나왔다. 작가에 대한 궁금함에 두말 없이 이 책을 샀다.

이 책은 책 이름 그대로 작가가 주변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그것을 짤막한 단상이나 글과 함께 그림으로 남긴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의 사건으로 자신의 지난날을 기억한다면 작가는 자신이 살펴본 자연을 일기의 소재로 사용했다는 것이 큰 차이인것 같다. 난 이 작가가 초등학교 때 쓴 공책을 소개해놓은 것을 보고 혹시 발도르프 학교에 다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전에 발도르프 교육에 관한 짤막한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글씨 연습을 그런식으로 한다고 소개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의 소리를 듣는 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이렇게 작가가 주변의 하찮은 것에서도 교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내멋대로 단정해버렸다.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 주변의 자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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