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까?

최소한 원단 구경하고 사러 다닐때는 신나는 게 사실.


생일에도 정신없이 바빴다.

동생의 축하문자를 받고서야 '아.. 생일이구나' 했다. 이런 날은 처음.

어려서부터 생일이 늘 작은언니와 막내 생일에 끼여서 엄마는 내 생일을 잊어버리곤 했다.

엄마를 탓할 수는 없다. 쉼없이 일했고, 그래도 늘 가난했다. 그러나 열심히 살았고 나는 섭섭함을 느끼면 안된다 생각했다.

생일날 아침에 미역국을 먹은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내 생일날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 섭섭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만 챙겨주던 생일을 나조차 잊어버리다니.. 참 이상했다. 


올해는 이상하게 언니랑 동생들이 다 내 생일을 챙겨준다. 좋아하는 거 사라며 현금으로 쏘아줬다. 정작 나는 동생들 생일을 그냥 축하한다는 말로만 넘겼다. 

가난하게 산다는 건 별거 아니지만 종종 사람을 볼품없게 만든다. 

참석못할 결혼식에 부조금을 얼마 내야하나 망설이는 순간이 좀쓰럽다.5만원은 부담스럽다. 3만원은 너무한가 싶다가 내 처지를 생각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란 현실이 씁쓸하다. 이래저래 인사치레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 느낌이다. 


그동안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담아두었던 책들을 드뎌 사는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갑갑한 현실과 암담한 내 미래와 불혹의 나이에 미친듯이 흔들리는 오늘의 나는 일단 제껴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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