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주가 흘렀다. 

근 3년을 따로 나가 살다보니 '부모님집'이라는 느낌이 확~ 다가왔다.

비록 전셋집이었으나 '내집'이란 느낌으로 살았는데...


집으로 이사오긴 했으나 내 거처는 1층 세입자가 떠난 방으로 정했다.

문제는 방 상태가 너무 엉망이라 도저히 수리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

수리업자를 부르기에는 너무나 가벼운 주머니에다 집 주인(=부모님)은 고쳐줄 용의가 없다는 것.

물론 집주인으로서는 그럴 만하다. "월세 안 받는 게 어딘데?". ㅡㅡ;;

결국 스스로 수리해서 살겠노라 말씀드리고 지난 2주 동안 천천히 하나하나 고치기 시작했다.


DIY 까페에 드나들다 보면 고질병이 하나 생긴다.

그건 바로 남들 하듯이 나도 스스로 뚝딱~ 해낼 것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다.

한번도 집수리를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어떤 망설임이나 두려움 없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칼 헤라, 플라스틱 헤라, 곰팡이제거제, 방진마스크, 방진복, 붓, 바인딩, 핸디코트, 우레탄 폼, 단열본드, 단열벽지, 장판......

이번 집 수리에 구입한 물품 목록들.

물론 이전에 한 번도 구입해 본 적 없는 물건들이다.


다섯겹이나 되는 벽지를 뜯어냈을 때, 곰팡이로 뒤덮인 시멘트벽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쉬운 일이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작업은 더 더디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일단 방 하나 공사를 끝냈고, 2주 동안 주방과 창고로 쓰이는 다른 방 하나에 쌓였던 짐을 일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방 하나를 혼자 도배하는 일이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지만 뭔가 완성해냈다는 뿌듯함이 맘에 든다.

물론.. 평소에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들이 아프다며 저마다 난리를 피우는 통에 계단 하나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비명을 지르는 중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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