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산업연수생제도는 현대판 노예제도로 악명높았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자기 몸에 쇠사슬을 감고, 산업재해로 사망한 동료들의 십자가를 붙들고 '인권보장'을 요구하며 부르짖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고용허가제가 도입되었을 때,(문제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최소한 노동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을 이주운동의 성과로, 이주노동자들과 관련단체들의 지난한 투쟁의 성과로 받아 안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은 회사를 옮기는 것이 어렵습니다.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거나 회사가 폐업하거나 임금체불이 있을 때만 회사 변경이 가능합니다. 그것도 계속 변경할 수 없습니다. 1년에 1회 정도, 3년간 합법적으로 머물 때 3회까지만 직장 변경이 가능합니다. 구타당한 노동자도 사장의 동의 없이 회사를 옮길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 인권 옹호 단체들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청을 찾아가고 항의하고 회사사장과 싸우며 직장을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해 왔습니다. 

1년을 한 직장에 꼬박다녀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주노동자도 똑같습니다. 또 구직기간은 3개월 밖에 주어지지 않고, 3개월을 넘기는 그는 자동적으로 미등록이 됩니다. 이런 마당에 누가 회사를 계속 옮기고 싶겠습니까. 그러나 누군가는 옮길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습니다. 


그동안 회사를 옮기려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고용지원센터에서는 <구인업체 명단>을 제공해 왔습니다. 이주노동자는 직접 회사에 연락하여 근무조건과 임금 등을 확인하고 새로운 회사를 구하고 이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를 브로커를 통한 직장 변경 유혹으로부터 차단하겠다"며 구인업체 명단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해온 지원단체는 졸지에 '브로커'로 전락했습니다. 대신 구인중인 회사에 구직중인 이주노동자 명단을 주겠답니다. 이주노동자는 구인하겠다는 회사의 연락을 '이유없이 거부'할 경우, 2주 동안 구인중인 회사의 연락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3달간 6번의 전화를 받을 권리만 주어지고, 이를 모두 거부할 경우 그는 자동적으로 미등록자가 되고 맙니다.


모든 임노동자들은 보다 나은 노동조건을 찾아 일자리를 구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조건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제한적이었던 정보조차 이제는 접근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질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가 회사를 바꾸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위험한 일을 하거나, 폭행, 월급이 밀리거나 등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회사를 바꿀 수 없으면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해야 돼요? 참아야 되나요? 만약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좋은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월급도 올리거나, 그리고 공장에서도 안전하게, 위험하지 않게 해주면 회사 바꾸고 싶은 노동자도 없을 거예요.”(버마이주노동자)


“나는 이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주노동자로서 나는 이주노동자에게 좋거나 나쁘게 대하는 회사를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나는 노예가 아닙니다. 나는 노동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권리가 있습니다. 내 경우에 내 이전 회사는 휴식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고, 식사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만약 이법이 시행된다면 내가 어떻게 좋은 회사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필리핀 이주노동자)


“아주 불공평합니다. 이 법을 듣고나서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이런 법이 앞으로 불법자 더 많이 생기겠다고, 만약에 사업자(사업주)들이 노동자들에게 잘 챙기주면(권리를 보장하면) 우리 노동자들이 회사를 바꾸고 싶지 않아요. (...) 제발 도와주십시오. 저희도 권리있는 법을 만들어 주세요.”(베트남 이주노동자)

 

우리가 과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걸까요?

이 더운 날, 우리는 거리로 나섭니다.

오늘 오후 2시 부산고용센터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고용지원센터에 항의서와 질의서를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은, 이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이라고, 함께 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전달할 질의서는 베트남공동체 약 50명이 작성한 것으로 이주단체들은 번역어를 따로 첨부하지 않고 고용노동부 부산고용센터와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에 발송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베트남노동자들이 자국어로 작성한 의견서를 직접 번역하여 청취한 후 답변하여 주기를 요구할 계획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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