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에서 가난한 가정에서 가난 말고는 물려줄 것이 없어서 입양을 보냈다고 한다.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입양을 현실적 대안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듯 하다.

그러나 사실일까?


1972년 음력 1월 한국에서 태어난 정경아는 그해 여름 백인 이성애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네소타주 할로우로 입양된다. 그녀를 입양한 백인 부모는 백인 남자아이를 입양하기를 원했지만,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어서 결국 그녀와 그녀의 친언니를 동시에 입양하게 되었다.

정경아는 제인 마리 브라우어가 되었다.


제인은 궁금하다. 

왜 그녀가 입양되어야 했는지, 

왜 그녀의 부모가 그녀를 버렸는지.

그녀의 친언니가 말하는 것처럼, '그녀가 너무 못생겼기 때문에 버려진 것인지'.

"왜 우릴 버렸을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묻는 어린 제인을 흔들의자에 내버려두고 양어머니는 사라진다.


"우리가 너희를 선택했어." 양어머니는 늘 말했다. 

제인은 그 말이 마치 가게에서 물건을 고를 때 쓰는 말처럼 들렸다.

다시 가게로 돌려보내 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더 이상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말자, 엄마를 화나게 하는 일은 하지 말자, 엄마에게 아주 착한 아이가, 완벽한 아이가 될 거야.


사랑하는 어머니,

오늘은 내 생일이에요. 지금도 날 생각하고 있나요? 나는 해마다 생일날에 어머니를 생각해요? 내가 태어났을 때를 기억하나요? 어머니를 위해서 편지를 쓰고 사진을 모아왔어요. 머지않아 상자 하나가 가득 찰 정도예요. 미국 엄마가 그러는데요, 언젠가 내가 죽으면 그때는 내가 어머니에게 그걸 전해줄 수 있을 거래요. 우리가 만나게 되면, 어머니,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좋아하는 색깔은 뭐예요? 어떤 음식을 좋아해요? 어머니에 관해 내가 만든 그림책이 있는데요, 그게 사실과 맞는지 알아볼 거예요. 그때까지 이 편지들과 내가 그린 그림들을 안전한 곳에 보관해 두겠어요. 우리가 하늘나라에서 만날 날을 간절히 기다릴게요.

사랑해요.

제인 올림.(53쪽)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