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메일함에 한 인권활동가의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서울의 한 인권단체 사무실에서였다.
그가 어쩌다 인권운동으로 들어서게 되었는지를 들었을 때 마음이 먹먹해짐을 느꼈었다. 
그리고 그는 종종 온몸을 다바치는 활동으로 마음 한구석을 비집고 들어와 내 양심을 뒤흔들곤 했다. 

그리고 어제 다시 그의 편지를 꺼내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누구의 곁에 서 있는가? 
나는 곁에 서 있는 그들에게 정말 의지가 되는 도움이 되는 사람인가?
자신의 삶을 통째로 내걸고 살아가는 이들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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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박래군입니다. 

오늘로 저는 수배생활을 마감합니다. 지금부터 1시간 반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명동성당을 나갑니다.
 
용산참사 철거민 열사들의 장례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1년 동안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서 그리고 '가난하고 착한 마음의 연대'로 용산투쟁은 수많은 산 중에서 아주 첫 번째 산을 넘었습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살인적인 재개발 저지라는 목표는 여전히 우리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이 과제를 안고 많은 분들이 다시 연대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수배생활을 마무리하고 자심 큰집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여러분도 건강에 유의하면서 인권운동의 현장을 지켜주실 거라 믿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하나하나 보고싶은 얼굴들이지만 지금은 잠시 미룰 수밖에 없네요.
 
다녀올 때까지 인권현장을 누비실 여러분들,  바쁠수록 마음의 여유를 갖고 멀리 보면서 뜁시다.
 
모두 안녕히 계십시오.
 
2010. 1. 11.
 
박래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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