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황은 종잡을 수 없다.
원래 내 서재엔 10명도 채 드나들지 않던 한적하고 조용한 서재였다.
요즘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는 그게 조금 부담스럽다.
그러나 내가 슬쩍슬쩍 타인의 서재를 들여다보듯이 특별한 의도가 없이 드나드는 이들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하면서 약간은 불편한 마음을 누른다.

불매를 얘기한 사람들이 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매를 얘기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 편차가 있고,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으면 하는가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불매'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해서 모두 같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불매'외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불매를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매불참을 얘기한다고 해서 서운하다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 곳에 있는 분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내 서재질은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대개는 개인적인 한풀이(?)용으로 사용해왔던 전과 때문이다. 
또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나름의 사연이 있기 마련인데 똑같은 목소리로 똑같은 행동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하다. 

다만 다른 악덕기업도 많은데 유독 왜 알라딘이냐는 얘기에만은 할 말이 있다. 
내가 알라딘 소비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불매를 얘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억울하게 해고당한 이가 의지할 데가 알라딘에서 책을 구매하는 이들인데
나는 그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선뜻 그의 요구에 응했던 것이다.  
그가 싸우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다 생각했다.

이후에는 알라딘의 어딘가 미적지근한 답변과 불충실한 태도가 불신을 부채질했다. 
지금까지 알라딘에서는 그의 해고와 관련하여 인트잡에 책임을 떠넘긴 것을 제외하고 그가 제기했던 불법도급, 물류센터 직원 대부분이 파견업체 직원이라는 것 등에 대해 분명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파견업체에서 해고했다 해도 김종호씨가 일했던 곳은 알라딘 물류센터였다., 
물류센터 직원 대부분이 파견업체 직원들이라는 김종호씨의 말을 믿는다면, (그리고 지금까지 알라딘에서 김종호씨의 주장이 틀렸다고 주장한 적이 없으므로) 나는 알라딘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 만큼은 양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모든 운동은 성공을 예감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를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저항하고
더 나은 것을 바라기 때문에 시작하는 것이다.  

니편 내편을 가르지 말자는 바람구두님의 말이 있었지만
어느새 게시판은 니편 내편을 가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상황이 발전하게 된 것은 또, 알라딘의 책임이 크다. 

알라디너끼리 싸우고 뜯고 지치고 나가떨어지고...... 그러고 나면 이곳은 다시 평안해질까?
알라딘에서 그리는 그림이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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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9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9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9-12-0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느끼는 감정은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정신적 소양까지 높아지진 않는다 라는 것이라죠..^^

rosa 2009-12-09 11:31   좋아요 0 | URL
(손을 좌우로 흔들면서)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