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을 하고 난 후 마음이 심란했다. 괜히 몸을 부지런히 놀리느라 스커트 두 장을 만들어 입고, 함께 일하는 스탭의 돌 지난 아이 앞치마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토요일, 주섬주섬 이것저것 챙겨 경주로 갔다.
돗자리를 챙기고 따뜻한 커피를 담은 보온병을 들고, 마트에 들러 김밥과 맥주캔, 기타 등등 먹을거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깔고 바띡천을 덮고 드러누워 책을 읽었다. 유유자적 그냥 편히 있다 오고 싶었건만 무심히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냅다 걷기 시작했다. 괜히 이리저리 거닐다 경주박물관에 들어가서는 한참을 비내리는 모양을 지켜봤다. 그리고 다시 어둑어둑해지기 전에 부산으로 내려왔다.
긴 여행에서 돌아와 결국 깨달은 것은, 길은 딴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망은 스스로 세우고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일은 나의 과거를 딛고 더 단단한 길을 만들고 함께 할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암것에도 절망하거나 지치거나 꺾이지 말지어다. 아직은 그럴 때가 되지 않았다 되뇌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