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을 취미삼아 시작했을 때 구입했던 책이 있었다. 그 저자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눈팅이 시작되었을 때 (입문자였을 뿐 아니라 재봉틀도 사용할줄 모르던 처지라 열심히 옷 패턴을 사모으고도 옷 한 벌 완성하지 못하던 시기였다.ㅡㅡ) 눈에 띄는 분이 있었다.

새로운 패턴이 판매될 때마다 곱게 완성해서 직접 입고 사진을 올려주는데 만드신 옷마다 참 예뻤다. 옷을 잘 만드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질문에도 댓글을 참 정성스럽고 예쁘게 다는 분이었다. 심성이 고운 분이란 인상을 받았다. 나와는 게시판 댓글만 몇 번 주고받은 미미한 인연이었다.

한밤중에 통증 때문에 깨었다가 좀처럼 다시 잠들 수 없었다. 휴대폰을 들고 여기저기 들락거리다 몇 년 만에 그분의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남편분이 올리신 부고를 보았다.
지병으로 오래 아파하시다 돌아가신 그 분을 위해 기도했다. 남편은 아내의 블로그를 계속 유지하겠다 했다. 아내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한번씩 다녀갈 수 있도록.
1주기에는 아내가 좋아하던 인형들과 함께 아내가 좋아했던 집 근처 공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이런 남편이라서.. 아픈 중에도 바지 패턴을 몇 벌이나 오려두셨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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