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엘가 & 드보르작 : 첼로 협주곡
드보르작 (Dvorak) 외 작곡, 다니엘 바렌보임 (Daniel Barenboim) 외 / 이엠아이(EMI)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뒤프레의 보잉은 그녀의 인생을 알고 들었을 때와 모르고 들었을 때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우선 엘가의 첼로 협주곡 같은 경우 곡의 애상적 성격도 있지만 뒤프레의 삶과 연계시켜 그의 연주를 듣는다면 더욱더 가슴에 사무치는 애상감을 느낄 수 있다. 서서히 죽어가던 이 천재 첼리스트의 젊은 날의 이 연주는 그래서 더욱 가슴에 사무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영국이 낳은 최고의 작곡가라 할 수 있는 에드워드 엘가의 연주에서 같은 영국계인 뒤프레가 보여주는 연주는 엘가가 나타내려 했던 곡의 느낌을 너무나 잘 살린것 같다. 그 의도야 작곡가가 제일 잘 알테지만 여전히 불멸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 앨범을 보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은 그닥 연주되지 않는 곡인데 이 뒤프레의 연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남편인 바렌보임이 지휘했었는데.. 바렌보임과는 뒤프레의 병환 후 부부가 아닌 친구처럼 되어버려 뒤프레의 삶이 더욱 고적했으리라는 느낌을 준다. 바렌보임에게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상처가 있었을테고 그 둘만의 일이니 세상이 뭐라 하기는 그렇다 하지만 영국의 국민 여동생이 였던 뒤프레의 쇠해가는 육체를 모든 영국인들은 안타까이 보고 있었다. 그와 함께 전남편이였던 바렌보임에 대한 분노도 커지고.. 바렌보임이 에드워드 사이드와의 대화를 나눈 것을 추린 평행과 역설이란 책을 읽어 보면(이 책은 오역이 심하게 돼 있다. 원서로 사서 읽길 권한다.) 바렌보임 또한 따스한 사람이고 탈권위적인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에서 홀로코스트 이후 처음으로 바그너를 연주한 이 진보적 성향의 유태인에게 세상의 평가는 너무나 박한것이 아닐까 한다. 뒤프레가 17살에 녹음했다는 이 앨범.. 가끔은 연주 그 자체보다 연주를 한 연주가의 삶과 인생이 더욱 큰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카니발이 불렀을때는 고만고만 회자 되었던 '거위의 꿈' 이라는 노래가 인순이가 리메이크 하자 거의 인순이의 자서전으로 들렸던 것 만큼.. 진실은 예술에 면죄부는 제공하진 못하더라도 더욱 진한 감동을 제공하는 것 만큼은 진실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우울한 삶이 찾아오기 전에 연주하였던 이 젊은 천재의 첼로 선율은 손이 갈 수 밖에 없는 애잔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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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wig Van Beethoven - Symphnies Nos.5,6,9 : Herbert Von Karajan - Karajan The Collection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Herber / 유니버설(Universal)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카라얀 에디션으로 나온 앨범이다. 카라얀이 지휘한 곡들을 들어보면 대부분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 모든 불순문을 다 제거한 듯한 아름다움이 거부감을 준다는 사람도 많지만 이런 느끼한 아름다움이 더 편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5번 교향곡에서 들려주는 탄탄한 구성과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음색은 운명 교향곡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한다. 6번 교향곡에서 보이는 조급한 듯한 지휘는 마실나온 듯이 듣고픈 이 전원교향곡의 아름다움을 많이 퇴색 시킨다. 하지만 음색만은 여전히 좋다.

합창 교향곡은 거의 본좌급이다. 과히 중요적이지만 극도의 탐미적 성향을 보여주는 이 대 지휘자의 최고의 합창 교향곡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게다가 씨디 가격도 저렴하다. 당장 사라고 권하고 싶다. 베토벤 만큼 접근하기 용이하면서도 헤어나기 어려운 작곡가가 또 어딨단 말인가.. 헤어날때의 그 복잡함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빠져 들고 볼일이다. 이 저렴하고 썌끈한 음반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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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 레퀴엠 KV626 - 이 한 장의 역사적 명반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작곡, 뵘 (Karl Bohm) 지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칼뵘의 레퀴엠은 진지하다. 혼을 달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음악 그자체를 달래기 위한

끊임없는 장송곡이 연주된다. 흔히들 눈물을 떨군다는 라크리모사에 있어서도 눈물보다는

장중한 분위기에 숙연함이 우선이다. 명반의 기준도 시대에 따라 바뀐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판본도 여러개 있거니와 합창단의 역할이 워낙 강하여 섣부른 판단을 내리긴 어렵다.

하지만 번스타인의 레퀴엠을 듣고난 뒤 이 앨범을 들으면 정서의 과잉이란 생각이 들 것이다.

가슴을 후벼파는 정서가 아니라 장중한 정서. 하지만 단단한 빈필의 연주와 모차르트 스페셜

리스트라는 칼뵘의 지휘는 이 음반이 명반의 자리에 오르기 충분하게끔 한다.

조금 더 울 수 있는 공간을 남겨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여전히 명반은 명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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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전 아람 누나와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탈레반 사태에서 부터 심형래 감독의 영화 이야기. 그리고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 가끔은 현실적 이야기. 지도자의 덕목.. 등. 많은 이야기. 나는 누나에게 삼국지에 나오는 서서와 유비의 일화를 이야기 하여 주었다. 유비의 적로를 처음 본 서서는 아직 일면식도 하지 않은 유비에게 대뜸 이야기 한다. "이 말을 주인을 해칠 것이오, 그러니 타인에게 양도하여 이 말이 새 주인을 해하고 난뒤 다시 유황숙께서 타시면 평생 유황숙을 보필하는 명마로 남을 것이오", 그러자 우리의 유비는 아니나 다를까 그 제안을 거절한다. "나를 살리자고 타인을 해칠순 없소!" 라는 말과 함께.. 그러자 서서는 생각한다. '이자가 내가 그의 사람됨을 떠보기 위해 질문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런 대답을 하였다면 무서운 사람이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마음에서 나온 진정한 답변이라면 더욱 무서운 사람이다.' 결국 유비의 그냥 무서운 사람인지 정말 무서운 사람인지는 논의가 분분 하기에 나 또한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긴 힘들다. 하지만 서서의 이 말에서 나는 이성보다는 감성의 힘을 느낄 수 있었고 진정한 도는 아는 것이 아니라 깨우친 것이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데로 하여도 사람을 절로 감명케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 말을 듣고난후 아람 누나는 내게 유비와 같은 자질이 있다며 덕으로서 사람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되라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나라 말기와 같이 유학사상이 민중의 기저에 전반적으로 갖추어져 있거나 의협심과 같은 도덕적 가치가 숭상받지 못하는 시기. 법에 의한 지배와 사회적인 계약에 의한 인간관계가 난립하는 시가. 고로 나는 그러한 덕 만으로는 현실의 세계에서는 지도자의 위치에 서기 어렵다 하였다. 하지만 누나는 그 덕의 힘을 계속 믿고 싶어 하였고 나는 그 덕이라는 힘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역설하기에 바빳다.

 나또한 서서가 이야기한 더 무서운 사람이 되고파 한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이며 또 경이로운가. 하지만 그런 천성을 가진 사람들은 집단 행동 규율을 강요하는 정규학교 과정을 마치고 난 후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조금씩 계산적으로 변하게 된다. 이런 세태속에 나는 그런 계산 보다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하려 애쓴다. 더욱 큰것을 노리기 위한 작은것에 대한 무관심이 아닌 진정 마음이 그리 행하기에 더욱 큰것을 얻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내 주윗사람들 중 일부는 나의 이상하게끔 뛰어난 기억력과 빠른 암산 능력 내지는 약간 궤변적인 말투 때문에 엄밀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의 결과로 나의 행동방식을 규정하곤 한다. 가끔 그럴때도 있지만 항상 그것을 망각하려 하고 또 그 망각하려는 생각 또한 그냥 넘겨버리려 애쓰기 때문에 그런 비판을 들을때 마다 나의 수양이 부족함을 느낀다. 나의 수양이 어느정도 완성이 되고 나서야 나는 현실에 뛰어 들고 싶지만 예상외로 수양의 진척은 느리고 시간의 흐름을 가파라 진다. 짧은 수양으로는 그러한 도를 완성할 수 없기에.. 내가 경멸하였던 세속적 무리의 일원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수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는 가치이기에.. 조금 마음을 바꾸어 더 편한길을 택할지도 모르겠다. No risk, No return이 적용되기에 아마 내가 꿈꿔왔던 삶과는 멀어질 것이다.

 지금의 나는 고민이 많을 시기. 타인들의 고민을 주로 상담해 주고 또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나의 시각을 물어보는 지인들이 많아 지면서 나의 의견이 지인들에게 가지는 힘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런 강함을 유지하기 위한 지적 분석작업과 다각적 시각에 대한 고찰은 나를 조금씩 힘들게 하고 정신적으로 고갈되게 하고 있다.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을 아르농쿠르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의 연주로 듣고 있는데 글쓴다고 귀에 하나도 안들어 온다. 음악을 들으면 혹자들이 이야기 하는 우주의 진리와 극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솔직히 회의적이다. 그들이 느꼈던 아름다움은 다른 가치에서 느낄 수 있는 쾌락을 포기하면서 선택한 가치이기에.. 일반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주장이다. 내일은 덕규랑 디워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영화를 상품으로만 보고 영화의 미덕은 기술적 진보가 보여주는 스펙터클이라고 믿는 심형래 감독의 영화는 탐탁지 않다. 영화의 성공이 창출할 부가가치를 역설하고 한국 기술의 진보를 역설하지만 그것은 영화가 지니는 부수적 가치일 뿐 영화의 절대적 가치라 할 수 없다. 트랜스 포머라는 영화 또한 그 재기발랄한 시나리오에 맞추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동원한 것이지 첨단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시나리오를 쓴 것이 아니다. 본말이 전도된 시각을 갖고있는 그의 영화에 대한 사상은 이틀에 한번꼴로 영화를 보는 나의 입장에서 보기에 무지몽매하여 보인다. 예전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횡횡하는 애국주의적 마케팅과 영화라는 장르가 예술이라는 장르의 일부라는 것을 망각한 듯한 영화의 줄거리. 탐탁지 않다. 디워가 잘 되어야지만 국가적 신인도도 높아지고 이 후에 추진될 영화 산업 또한 탄력을 받아서 잘 될것이라는 말들.. 참 이런 당위적인 말을 하는 이들을 볼때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당위성 앞에서 매국노가 될 수 밖에 없는 일부 비평가들은 보이지 않는 위험을 지적하는 선지자가 되지 못한다. 기껏해야 지적 우월성과 고상함을 내새워 딴지나 거는 저급한 지식인의 하나로 매도될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심형래 감독의 영화가 망했으면 한다. 영화의 양념격인 컴퓨터 그래픽을 주재료로 써버린 이 빈곤한 식단이 많은 이의 호응을 얻게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우리는 양념으로 가득한 밥상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양념은 맛있다. 하지만 양념만으로는 배를 채우기도 알싸하게 씹어먹는 느낌도 그리고 식사의 즐거움도 가질 수 없다. 특히 미각이 발달된 사람일 수록 이 밥상을 먹고 더욱 허기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냉정해지자. 조금 더 나은 밥상을 위해서 지금의 이 비싼 밥상을 아깝다 하지말고 걷어 차버리자. 이 밥상이 많은 호응을 얻을 수록 우리는 계속 이러한 밥상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미각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기는 커녕 양념맛에 찌들어 기존의 미각마저 상실해 버릴 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밥상을 엎어버리자. 그리고 단식투쟁을 하자. 비록 그 배고픔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할 테지만 그 후의 빛나는 밥상을 위해선 지금의 배고픔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진통이다. 참 매몰비용이 크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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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학교. 많은 사람들이 무언갈 꾸준히 열심히 한다. 열람실을 가보면 전부다 전공서적 내지는 어학관련 공부..혹은 자격증 공부. 교양서적을 읽는 나 같은 사람은 스스로를 어색하게 여기는게 당연할 정도로 열람실은 상아탑보다는 사회와 맞닿은 공간이다. 전체적으로 부분 군집을 이루는 군상들이 많은 우리 학교의 특성상 군중속의 고독 현상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삼성이라는 기업의 모토와 걸맞게 대부분이 효율성과 특성화에 걸맞게 움직이는 학교의 체제를 보면 몇몇 아해들이 부르짖는 '민족성대 대동단결'이란 구호가 어색해 보인다. 아니 들린다. 그리고 학교 올라오는 길에 보이는 이랜드 노조 탄압에 대한 문과대 학생들의 투쟁적인 글귀가 왠지 맘에 들지 않는다. 조금은 대중친화적인 투쟁을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투쟁의 진정한 목표가 승리라면 방법론에 있어선 조금 더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다고 본다. 물론 그 방법론적 유연함에서 파생되는 내부적 균열이나 운동권 특유의 저항정신이 쇠퇴할 수도 있지만 조금은 예술적 형태의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 대중들의 시각적 이미지지에 민감히기 때문이다. 내가보는 운동권의 특징 중 하나는 '나는 옳고 그대는 그르다..' 뭐 이런 이분법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열렬한 투사로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제 황석영씨 원작의 영화 오래된 정원을 보았는데 운동권 내에 보이는 파시즘에 관한 성찰이 보인다. 386세대라 불리우는 그세대들에 대한 나름 3자적 시각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혁명의 끝자락에 남아 불같이 타올랐던 순박한 영혼들에게 조그마한 진혹곡을 연주해 준다. 울지말라고.. 울지말라고.. 관객을 다독거리는 듯한 감독의 영상화된 말들은 결국 김지하와 황석영의 주된 테마가 삶이라는 걸 그리고 단순한 개혁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다.

 탈레반에 잡혀간 사람들에 대해 악플이 난무하는 시기. 법 아래에 자고 있는 자들을 법은 지켜주지 않는다고 말하였던 법학개론 시간의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조금 더 많은 것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다루어져야할 시기에 20여명의 목숨에 4천만이 모두 노이로제에 걸린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직접적으로 목숨이 달린 그들의 삶보다 간접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다가오는 괴물에 대한 실체는 몇몇 선각자들이 대처해야 할 몫으로 남아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하여 도저히 좋은 시각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로마가 남긴 3대 유산(로마 법, 로마 길)중에 하나라는 기독교라는 종교의 독선과 아집에 대해서는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고 본다.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유태인의 것은 유태인에게.. 라고 역설하였던 예수의 말처럼 각자의 다양성 존중이야 말로 종교의 참 의미가 아닐까 한다. 로마의 붕괴가 기독교와 관련이 있다는 몇몇 사가들의 주장이나 시오노 나나미의 생각은 기독교가 지배하는 서구사회의 주류패러다임에 저항하는 참신한 시각이라 본다. 김밥천국 예수지옥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져가는 이 시점에 단지 대중의 가학성과 비인도적 자세를 탓하며 피랍자들을 옹호하는건 설득력이 약하다. 기독교 내부에 있었던 독선과 아집을 반성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던 그들의 세계를 비판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에 대한 대중 여론은 꾸준히 비난을 강화하는 쪽으로 치달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절대적 명제와 국익과 비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의 충돌에서 보이는 주류 언론과 네티즌 언론과의 괴리는 이번 사태 속에 내재된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사회적 모순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겠다. 평소에는 다양한 의견을 나타내지만 생명이란 절대적 명제앞에서는 일관된 의견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주류언론의 경직성과 마녀사냥의 모습이든 개인의 의견피력의 모습이든 자기검열이 없는 네티즌 과의 충돌은 기술의 발달이 낳은 언중의 힘을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 주류언론이 하는 작태는 지록위마의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도 수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땅에서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쏟아질 관심이 20여명의 피랍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은 한정된 재화를 분배할 수 밖에 없는 경제학의 논점에서 보면 힘의 낭비이다. 경제학은 이렇게 비인간적이지만 벤담의 공리주의적 사상에 비추어보면 명쾌한 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뜨거운 사람이였던 적이 있었느냐'는 싯귀가 떠오른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는가.. 누군갈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자아비판을 하다 보면 취직에 매달리는 주위 사람들이 보인다. 뜨거울 수 있는 마음조차 사치라 여기는 저 노동예비군들 앞에서 홀로 고상한척 하는 나의 모습 또한 연탄재 보다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괴리는 그렇게 넓고 또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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