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브루크너 : 교향곡 전집 [9CD]
브루크너 (Anton Bruckner) 작곡, 귄터 반트 (Gunter Wand) 지휘, / SONY CLASSICAL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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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덥고, 일많고, 관계 맺기 번잡한 날은 클래식 듣는 것도 사치다. 

특히 직장에서 갈굼 당하고, 발법이로 마음 졸이고,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욕먹을 땐. 클래식 따윈 그저 '유한계급'의 양식이다. 나같이 비루한 이에겐 조급증을 일으키는 느린 음악일 따름이다. 


브루크너다. 누구보다 느리다. 누군가는 구원의 음악이라 하지만, 제 아무리 위대한 음악도 사람을 구원하기엔 힘이 부치다. 특히 이 처럼 느린 음악이라면 '후크송'에 길들여진 이를 구원하리 만무하다. 오히려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됐음 됐겠다. 


그러나. 제 아무리 팍팍하다고. 제 아무리 버겁다고. 삶을 내팽개 칠 수는 없는 거다. 귄터반트의 브루크너를 다시 듣는다. 너무 집중해서 듣기보단 백그라운드뮤직(BGM) 정도로 가벼이 듣는다. 그닥 흉폭하지도 그닥 나른하지도 않는 음악이 묘한 안정을 준다. 콜라와 치킨에 쩔은 내 몸에 유기농 채소가 들어오는 느낌이다. 한때 그 맛을 알았던 터라 쉬이 받아 들인다. 좋다. 


이번주 금요일만 지나면 더위가 조금 가신다던데. 그러면 또 가을이 온다. 가을은 여름보다 덜 퍼석퍼석 할 터이니 기분 좋을 일이 많을 거라 믿는다. 

브루크너가 BGM처럼 삶을 어루만지는 저녁이, 일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여름.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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