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날 아침인데 무료하다. 아침부터 시디 플레이어는 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직 거렸다. 간만에 음반을 새로 샀는데 심히 언짢았다. 학교에 일찍 가면 무료로 나눠주던 한국일보와 서울경제신문도 오늘은 없다. 다들 바쁜가 보다. 싸이엔 생일 축하한다는 글 하나가 있고 자정엔 생일 축하 한단 문자가 하나 왔다. 절실히 아끼는 지인들이라 그 정겨움이 고맙다.
모레 면접이 있어 오늘 술자리를 갖기도 좀 그렇다. 그렇다고 책과 신문만 보자니 그 적적함이 그닥 옳아 보이진 않는다. 일상에 매진할 따름이다. 글라주노프의 음악을 듣다 시디가 멈추는 탓에 근사한 아침이 뭉개졌다. 28번 째 생일은 조용히 보내야겠다. 간헐적으로 고장나는 시디 플레이어 때문에 핍진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좀 더 푼푼히 살고자했거늘 이런 사소한 틀어짐에도 나는 휘청된다. 세월과 단단함은 정비례하는 줄 알았거늘 딱히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그 미욱함이 가엾지만 자기 연민만은 하지 않으련다. 비루한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해선 그리해야 한다. 해피 버스데이 투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