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라트비아인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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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레 시리즈가 나오기 전부터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면서도 '매그레'라는 이름이 만화 코난에 뚱뚱한 반장을 연상시켰던 나로서는 조르주 심농이라는 작가나 매그레 반장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차였다. 

도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발을 동동 구르다 손에 넣은 매그레 시리즈 1편! 

수상한 라트비아인은 말 그대로 국제적인 범죄자인 라트비아인 피에트르를 잡기 위한 매그레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박진감 넘치는 추리소설을 기대했는데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매그레 반장의 캐릭터는 묵묵하고 끈질긴 사내의 모습이다. 하드보일드의 주인공 답달까? 차이가 있다면 그는 냉소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부하 직원의 죽음을 보고 자신이 이곳에 있어야 했다는 자책을 하는 장면에서는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범죄자 역시 마음이 여리기 짝이 없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생략.  

다만 범죄자가 더 많은 활약을 펼치기를 바랬는데, 이미 쫓기고 있다는 전제라서 사건이 좀 적었던 게 아쉽다. 그래도 권을 더할 수록 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겠지?  지금으로선 더 읽을지 의문이지만. 

심농이 창조한 매그레라는 캐릭터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레이먼드 챈들러가 좀 더 내 스타일이다. 이 생각이 바뀔지는 다음 권을 읽어보고 판단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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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연습 - 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
서동욱 지음 / 반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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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뭘까? 고뇌하는 영혼, 이마에 깊게 새겨진 주름, 두꺼운 안경이나 담배 뭐 이런 게 전형적인 이미지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이 철학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부담스러움'이나 '어려움'이 먼저일 것이다. 나 역시 철학에 무지하기 때문에 아무리 군침도는 신간이 나왔다고 해도 쉽사리 도전하지 못한다. 뭔가 사전지식 없이 읽었다간 이해도 하지 못한채 머리만 싸매게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동시에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해 틀 밖에서 생각하는 것은 네오가 그랬듯이 친절한 가르침이기 보단 지금까지 확고했던 한 세계의 붕괴이고 고통이 수반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자의 이미지는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찡그린 얼굴과 고독한 그림자를 안고 있는 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은 아니다. 외려 지금까지의 세계를 깨부수는 것은 나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바깥에 뭐가 있든 모험은 시작되어야 하고 그 모험이 끝날 때 비로소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 사람이 철학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일상에 매몰된 채 간신히 인간 형상만 갖추고 살 것인가,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만족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 자신의 존재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세계에 대한 고민이 없는 한 나는 일하는 기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많이 나오는 철학 에세이 류는 한국말인데 이해를 못하겠다는 기존의 철학서를 탈피하여,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간다고 할 수 있다. 짧게 한 꼭지씩 철학자별 이론이나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테마로  여러 이론들을 소개하는 류의 책을 기초 체력 다지기용으로 삼고, 더 관심가는 주제나 철학자를 대상으로 독서를 이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서동욱 님의 신간 <철학 연습>은 여러 좋은 분들의 서재에서 추천 받은 책이고,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대에 부풀어 구입했는데 역시나 서문부터 느낌이 좋았다. 다만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했던 것을 묶어낸 거란 걸 모르고 산 점이 아쉽다. 왜 네이버 캐스트를 주의해서 보지 않았던가! 

책의 1부에서는 스피노자, 키르케고르, 니체, 프로이트로 현대적 사유를 위한 준비를 하고, 현상학과 그 너머, 구조주의와 그 너머를 살펴보며 현대 철학의 중요 흐름들을 훑는다. 2부에서는 오늘의 철학 연습으로 현대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테마들을 꼭지로 어떻게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1부에선 스피노자의 긍정성과 질 들뢰즈로 이어지는 생의 긍정이 매우 인상 깊은 구절이었다.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했던 현재의 가치를 복원한 긍정성에 감탄.

   
  삶은 단지 살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 가책과 죄의식과 부정을 통해서 단죄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며, 저편 어딘가에 있는 최종적인 완성된 단계를 목적 삼아, 훈육 받으며 머무르는 열등한 중간 기착지 같은 것도 아니다  
   

사르트르는 혁명 세대?라 그런지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의식은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하면서 '선택이라는 실천'을 통해 표현되는 의식, 개인의 의식이 공동체적 의식으로 확산됨을 말하였다. 

구조주의 부분은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과 함께 볼만하다. 푸코는 역시나 매혹적이고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흠흠 

2부 철학 연습에서는 시뮬라르크, 사랑, 노마디즘 등등이 재밌다. 특히 마지막 '책의 종언 뒤에는 어떤 읽기와 쓰기가 도래하는가'는 개인적으로 몹시 관심있는 이슈다.(있어야만 하고..) 

   
  그러나 결국 정보는 쓰기와 읽기의 혁명과 동떨어져서 항상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항상성을 보호하고 보편화하기 위해 기기의 혁명이 있는 것이다...... 진짜 사유의 내용을 담은 정보는 동굴벽화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요술이 아닌 지적 노동의 담당 영역이며, 오로지 테오리아와 프락시스, 즉 성찰과 연마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도구가 바뀌어도 그 도구를 사용하는 목적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도구의 발전은 목적을 더 적합하게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가치를 가지지, 모든 것을 바꿔놓을 만큼 위력이 강하진 못하다.   

책의 종말에 관한 많은 얘기들이 떠돌고(이미 오래되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확산이 아무리 대세가 되어도 결국 내가 책의 가치를 믿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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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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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를 분기로 한국인의 정신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흥미롭다. 사회 전반에 흘러넘치는 배금주의의 물결, 외모지상주의 등을 직접 체험하고 있던터라 한국사회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건 느꼈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 개인에게 많은 짐을 지운다. 개인의 성공담만해도 어떤 사회에서는 당연히 겪지 않아도 될 고통까지 자기극복의 미담으로 칭송받기도 하니까.  

이 사회에서는 내가 겪는 모든 일이 내 개인의 결함이라는 식으로 생각된다. 그러니까 젊은 세대는 세상이 바뀌면 내 사정도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거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 누군가 나를 위해 뭔가를 제공할 거라는 기대가 아예 없다. 나도 젊은 사람이긴 하지만 더 어린 대학생들을 대할 때면 언제부터 세상이 이렇게 인정머리 없어졌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뼛속까지 경쟁과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아이들이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 사회 전체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보고 이런 사회구조가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불안을 증폭시키는 9가지 심리코드는 각 챕터마다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기심과 고독, 무력감, 의존심, 억압, 자기혐오, 쾌락, 도피, 분노. 특히 나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심과 무한경쟁구도에서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는 현실, 어떻게 해도 어차피 '난 안될거야'인 세상.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선택하는 이민. 이건 말 그대로 요즘 내 정신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느낌이다.  정말로 이 속도전, 돈이면 다된다는 천박한 문화가 싫고 누군가에게 과시하기 위해 또는 사회적으로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벗어날 방법은 이민뿐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왜 한국사회는 이렇게 불안감을 조장하고 자살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그리고 그걸 바꾸려면, 적어도 나 자신부터 다르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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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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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다는 게 칭찬인지 욕인지 잘 모르겠지만, <밀실살인게임>은 기대에 좀 못 미치게 무난한 작품이었다. 탐정게임에 몰두하는 익명의 5인이 직접 살인을 저지르고 그 트릭을 서로 맞추는 게임이라는 설정은 상당히 신선했지만, 그 트릭이 내 정서에는 안맞았던 것일까?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살인이라는 엄격한? 한계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인지 트릭은 정말로 실행 가능할 것 같다. 약간 마술의 뒷모습을 훔쳐본 느낌도 들고. 신기하다던지 대단하다는 감정보다는 '아 그런 거였어?' 를 연발. 

주인공들이 돌아가며 사건을 저지르기 때문에 각 사건들은 짤막짤막하다. 요즘같이 묻지마 범죄가 성행하는 때에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내가 이 스토리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은 '동기'가 소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추리소설은 뒷통수를 치는 훌륭한 트릭도 중요하지만 그 범죄를 일으킨 동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특히 그 부분이 드라마를 이루는 주요 뼈대가 되기 때문에 이렇게 동기가 없이 사건 자체만 있는 게임범죄는 흥미가 좀 떨어졌다. 

그래도 신선한 설정과 날 깜짝 놀라게 한 반전!은 볼만했다. 심지어 2권을 예고하면서 1권이 끝나서 좀 허탈한 감도 있었지만 나름 재밌게 볼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 생각한다. 

2권은 일단 구해뒀으니 읽긴 하겠지만 우타노 쇼고의 다른 책을 읽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벚꽃 지는..> 이 책이 재밌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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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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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손이 가지 않아 여태까지 한권도 읽은 적이 없다. 게으른 자의 변명에 불과하겠지만. 어쨌든 요즘같이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사는 개성없는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내가 사는 이유, 살아야 할 이유를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선 세상에 휩쓸리기 마련이니까. 특히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는 가끔은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이 과연 내 생각일까 싶은 때가 있다. 트랜드라는 이름하에 얼마나 눈치를 보고 사는지.  

어쨌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책을 펴지 않더라도 이 책은 참 잘 읽어진다. 각 장은 철학자와 그들이 한 말을 재료 삼아 철학적인 주제들을 풀어가고 있고 길어도 4장 미만이다. 초반에는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는데 어쩐지 이야기를 시작하다 만 것 같은 아쉬움이 드는 점도 있다.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은 감도 있고. 나같이 철학에 무지한 입문자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 좀 알만한 분들은 약간 시시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러나 원 텍스트가 담고 있는 심오한 내용을 입문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솜씨는 훌륭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중을 위한 철학서라면 이래야겠지.

인상 깊었던 몇몇  꼭지 

 

   
  인간은 "자기 자신과 다른 이성적 존재자를 단순히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항상 동시에 목적 자체로 취급해야 한다" - 칸트  
   

<목적없는 수단>/조르주 아감벤 을 읽으면서(초반에 읽다 말았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제목에 담긴 뜻을 드디어 이해! 맞긴 하겠지? 그리고 가라타니 고진도 향후 읽어봐야겠다.

   
 

"지금 당신은 근면과 성실이란 미명 아래 사유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나 아렌트

 
   

 부록으로 <더 읽어볼 책들> 리스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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