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양장) - 성년의 나날들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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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박완서의 소설들을 읽고 있다. 여기저기 정말 겪지 않고서는 이리 생생하고 절절하게 묘사할 수 없었으리라 그렇게 짐작되는 대목을 읽으면서 정말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력이라면 그야말로 인간 심리의 이중성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해 왔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참, 살기가 힘들었으리라 그렇게 짐작이 된다.

 <그 산이 정말 거기게 있었을까>는 정말 그 힘든 삶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를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서술하고 있다. 그에게는 어찌보면 가족의 울타리가 참으로 든든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초등학교 입학해서는 강하고, 현명한 어머니와 든든한 오빠가, 그리고 커서는 올케가 그리고 전쟁이 모두 끝난 뒤에는 남편이....

 전쟁이라는 시대적 비극 때문에 벌어지는 고통이었지 인간 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아니었음을 성년의 나날들에서 확인해서 오히려 그 전의 다른 소설들에서 느꼈던 작가의 고통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에게는 고통을, 인간의 이중성을, 참혹함을 직면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냥 읽기만 해도 가슴 절절하고, 뒷목이 뜨끈거리는 그 내면들을 세세히 낱낱이 파헤쳤던 것이다.

 다행이다. 안심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보는 것, 맞닥뜨리는 것, 직면하는 것, 그래서 보이는 것 그 이면을 본질을 알게 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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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1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2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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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내내 묘한 긴장감과 불안감에 가슴을 졸였다.

이기적이고 영악하고 인정머리 없는 수지에게 정말 난 순결한 채 돌을 던질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탓이다.

누구나 한번쯤 가져봄직한, 누구나 지금도 여전히 지님직한 그런 욕망과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드러내는 것이 박완서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냥 빠져들기에는 껄쩍지근한 나 역시 나쁜 편들의 공범인양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 뭔가 때문에 가슴 졸이며 책장을 넘겼다. 어서 빨리 모든 걸 고백하고 동생을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끌어내 주었으면, 네가 가진 것이 온전히 다 네것이 아님을 공표하고 불행과 아픔을 서로 도닥이며 행복한 결말로 이르렀으면 하는 바램과 동시에 그 모든 게 어서 빨리 이루어졌더라면 소설이 또 얼마나 헤프게 보였을까, 삶이 또 얼마나 단순하게 여겨졌을까.

좀 헤프고, 단순하면 안되나? 속고 속이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외롭게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전쟁때문에, 가난했고, 자기 것을 뺏기며 아귀같은 동생을 먹여야 했던 언니는 동생이 사라지길 마음 속 깊이 염원했고, 피난통에 사라진 동생을 찾기에는 너무 버거웠고, 돌아와서 안정을 찾고 살 때는 또 안정되었기에 동생을 찾기가 힘들었다.

어려울 때는 어려울 때대로, 안정되어 잘 살 때는 잘 살 때 대로, 지금 없는, 그러나 사랑해야 할, 보살펴야 할 누군가를 찾고 보살피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건 겉으로의 사정이다. 어렵거나 안정되거나 마음 속 깊이 있는 그래, 양심이라고 하자, 걸리는 그 무언가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영원한 평화와 안식은 오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럼 어떡해야 하나. 수지와 수철이가 해야 했던 건 자기와의 직면이다. 자기 안의 욕망과 이기심의 실체를 스스로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아야 했던 것이다. 자신에게 솔직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모습과 직면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부끄러움을 부끄럽다고 인정할, 그래도 무너지지 않을, 넘어져서 쪽팔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 용기는 어디서 오는가? 용기는 어디서 오지? 어떻게 하면 용기가 생길까? 아마도 사랑 아닐까. 수지가 오목이의 아이들을 보았을 때 느꼈던 애정과 관심, 어린아이들이었기에 조금 더 쉽게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란 그렇게 쉽게 사랑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야 아이들도 살고, 그래야 인류가 종속된다.

아, 내가 수지를 보며 내내 생각했던 것, 난, 내 자신에게 솔직한 채,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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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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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쭉 읽어 내려 갔다. 구절구절마다 마음 절절이 다가오는 느낌을 받으며, 그래 나도 이제부터 뭔가를 해야겠어, 결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니, 내가 무엇을 결심했더라? 기억이 아련하다.

죽음을 늘 생각하자.

그리고 내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걸, 지금 나는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좋아, 지금 넌 죽어가고 있어. 죽어가는 너에게 물어보자. 어떻게 살고 싶니?

글세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딱히 접고 뭔가 새로운 걸 찾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그러기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잖아. 이런 대답이 나온다면 지금 난 잘 살고 있는 거겠지....

현재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 수용이다.

분노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용하는 것과 만족하는 것, 그것은 어떻게 다른가?

모든 사람의 삶의 끝이 죽음이라고 하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어차피 죽을 일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현재의 나를 수용한다는 것의 의미는? 나의 부족함(뭐에 대해?), 나의 연약함, 나의 이기심을 인정하는 걸까? 수용한 거기에서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까? 어떤 방향으로? 나아진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인가?

결핍에서 생기는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의 추구.

<범죄와의 전쟁>에서 깡패들은 싸움을 준비하고 싸움을 하는 그 와중에 그런 이야기들을 뱉는다.

살아있어.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어떤 순간일까?

심장의 쿵쾅거림을 느끼는 순간? 고요한 평화와 안식을 느끼는 순간?

싸움에서 느끼는 살아있음이 진정한 살아있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내가 지금의 나를 수용하고, 나의 ...싶음을 인정하고 현실적으로 용인가능한 형태로 평화롭고 진정성있게 나의 욕망을 추구해야 할 터인데.,...

내가 바라는 건, 오늘 아침 바람에 눈처럼 날리는 벚꽃잎들을 보며 벚꽃 자욱한 경포대 길을 흐느적 거리며 걷는 것. 이지만, 칙칙한 도서관으로 가야 하는 현실을 수용해야 한다?!

읽을 땐 정말 맞아! 그랬는데, 읽고 나서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니 다시 처음처럼 막막해진다. 잘못 읽은 게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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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맛과 추억
황석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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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위해 올여름은 한 열흘 단식을 해 볼까 생각만 하고 있었다.

맛과 추억을 읽으면서 먹는 일을 열흘동안 쉰다는 건, 어쩌면 먹는 일에 더 집중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흘동안 먹는 걸 쉬면 열흘동안 어쩐지 먹는 것만 생각하게 될 듯.... 그리고 그 이후로도.

참 많이도 다녔다. 고등학교 때 부터 아니 전쟁때부터 먹을 게 없던 그 시절 부터 먹을 것에 대한 추억은 어느 시절이나 있게 마련이다. 먹는 거야 매일 먹는 거니까.

그래서 황석영은 서문에 이런 말을 한다. "먹지 않는 시간은 시간이 아니다."

먹는 건 단지 먹어서 배 부른 게 아니라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가 먹는 행위에 따르는 맥락이 더욱 중요할 듯 하다.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의 삶에 대한 만족, 이 모든게 사실 먹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 않은가.

한편으론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내가 감내하기엔 너무 멀지만, 한편으론 부러운 생각도 든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음식들을 먹으며 살아왔다는 것이.

삶의 순간을 기록하고, 깨어있고, 생각하고, 각성하고, 그리고 즐기고.... 한다면야, 굳이 황석영의 삶과 비교하여 부러워할 일은 없지 않겠는가. 나는 나대로 오늘 점심, 누구와 어떻게 맛나게 나눌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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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네 집 - 개정판,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박완서 지음, 윤덕환 그림, 방민호,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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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네 집

 

 참 안타까운 이야기다. 생각할 수록 우리의 현대사는 이토록 가슴 아픈 사랑과 이별과 그리고 오랜 증오와 한을 만들어냈다. 인류의 역사가 그러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안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지렁이 울음소리

 

 다 좋은데 왜 심드렁한거냐고. 다 좋은데 그럴 수 있다. 그러니까, 좋다는게 무얼 보고 누가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너무 좋아도 심드렁할 수 있다. 좋은 게 더 이상 좋은 게 아닐 수 있다. 돈 많고, 돈만 많고, 특별한 걱정 거리 없으면 그게 좋은 거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난 아닐 수 있다. 잔잔한 일상의 순간에 스멀거리며 퍼지는 일탈과 파괴에 대한 욕망들. 그 욕망은 아마도 자아찾기로 승화되어야 할 듯.

 

그 가을의 사흘동안

 

 평생낙태수술만 해왔던 산부인과 의사. 그에게 의자는 의술이 인술이라고 이야기 했던 아버지가 앉아 있던 그 곳이며, 의자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의술을 인술로 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마지막 양심의 저항이었다. 원하는 것, 의미있는 것을 찾아 살지 못하고, 그저 과거의 아픔, 슬픔, 그리고 분노에 휩쓸려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저당잡혀 사는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형님에게 하는 전화로 하는 긴 하소연이다. 제삿날을 미리 챙기지 못한 동서가 형님에게 전화를 하여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한다. 그 동서란 민주화 운동을 하다 죽은 아들을 두고 있는 사람이다. 자식을 먼저 보내는 것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수있는 이토록 아픈 일인데. 그 슬픔을, 어떻게해야 살아있는 자들의 삶이 왜곡되지 않고 저마다 각자의 삶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작가가 말한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 뭐였지? 자신의 껍데기. 만들어왔던 나. 

 

 이 네 작품.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는 다는 것, 그저 내가 나인 채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껍데기 뿐인 삶을 살면서 허망함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항변하고 있는 듯 하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나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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