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전작 <연을 쫓는 아이>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의 속사정을 조금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새로운 나라에 정착을 했고, 고향에는 잠시 들르러 왔을 뿐이었다. 두번째 책 <천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두 여인들의 삶을 그린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알 수는 없으나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배신과 처형과 응징과 복수와 암투가 끊이지 않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은 갈갈이 찢기고 피폐해진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참혹하게 생존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한 어떤 결정권도 가지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팔려가 처음 본 남자의 아내가 되어야 하고, 남자의 모진 매질을 견뎌야 한다. 남자 없이는 외출도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수 밖에 없다.

 마리암과 라일라, 그들은 출발은 달랐으나 어쩌다 그렇게 한 남자의 폭력을 온전히 견뎌내며 살아야 했다. 그런데도 그들을 살게 한 건, 서로에 대한 연민과 공감,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사람은 그렇게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으로 사는 거다. 마리암은 라일라에 대한 사랑으로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했고, 라일라는 진정한 사랑 타리크를 만나 새 삶을 살아간다.

 전작의 생생한 묘사와 허를 찌르는 반전 같은 건 없다.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잔잔하게 전개된다. 그 이야기 속에서 알게 된,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여성들의 삶이 너무나 비통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소설이다. 도대체 왜 뜬금없는 시간이동인가. 만약 다나가 과거로 가지 않았다면 다나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이런 질문을 하면서 한발 떨어져 있는 내가 어느 새 찌질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냥 이야기가 흐르는 대로.... 현대의 흑인 여성이 150년 전으로 돌아가 인종 차별을 경험한다는 설정 자체가 강렬하다. 그저, 예전엔 그랬지, 라는 서술만으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역사의 숨결이랄까, 행간이랄까, 그런 것이 너무나 생생해서 소스라치게 된다. 거기다 다나와 앨리스와 루퍼스 사이의 그 미묘한 감정이라니.... 작가의 기막힌 상상력에 시대적 한계와 역사적 배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안타까우면서도 아련한 모습에 뭔가 가슴이 저릿하다.

 인간은 이렇게 살아가나 보다. 역사 속에서 꼼지락 꼼지락 사브작 사브작 혹은 허우적 허우적. 흑백으로 나누어 말할 수 없는 아주 다층적이며 다채로운 그러면서도 공통적인 인간의 모습을 가슴 저리게 지켜 보았던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미 1 (양장)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개미가 나온지 얼마나 되었던가....

분명 읽긴 읽었는데, 뭔가 플롯이 복잡한듯 간단했고, 반전이 기가 막힌듯 했었다.

느낌이 나쁘진 않았는데....

하여간 몇십년 만에 딸에게 읽히기 위해 다시 보았다.

기막힌 반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게 그거였나....

세월이 흘러 나의 감각이 좋아진 건지, 그때의 참신함이 이제는 구닥다리가 된건지 잘모르겠는데 예전같이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는 걸로 플롯을 신선하게 짠 것 같긴 한데, 뭔가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백과사전이 읽는 흐름을 방해하는 듯 했지만, 사실 5권 전체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백과사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백과사전의 개미편의 소설판이라고 해야 하나. 예전엔 참 재미나게 보았던 것 같은데 예전에 느꼈던 그 재미의 실체가 뭐였지.... 예전의 나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1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색다르고 흥미진진하지만 천천히 숨이 차오르는 소설이다.

로빈슨의 변화와 방드르디의 인간적 매력이 마치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노예 방드르디, 총독 로빈슨, 그들의 역할 놀이가 폭발로 끝나고 진짜 자유인으로 서로를 만나되, 그 만남의 의미는 무엇었던가. 나와 너, 나와 그것의 관계가 모두 한명의 타자에 집중되었을 때 오는 혼동과 부담들.

 로빈슨은 외로웠다. 혼자라서.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스페란차를 지배했다. 그러나 그 지배는 계속되는 좌절과 허무로 이어졌다. 외로움은 주어지는 거다. 부여되는 거다. 수동적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로움에 적응되었을 때 로빈슨은 고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영원한 고독은 형벌이다. 관계가 고독보다 훨 낫다. 그렇게 로빈슨은 방드르디와 관계 맺게 된다. 주인과 노예가 아닌, 인간대 인간의 관계 만이 서로를 행복하게 한다.

 고독의 문제를 한 인간이 타인과 맺는 관계의 문제를 무인도에 정착한 로빈슨의 입으로 풀어나가는 데, 문학과 철학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서술하고 있다. 스페란차의 환상적인 모습을 상상하랴, 나와 타자사이에 대한 철학적 서술을 곰곰 따라가랴 읽다보면 저절로 숨이 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감완역 난중일기 - 개정판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난중일기를 읽었다.

이순신의 뇌구조를 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걱정되는 어머니, 웃기는 원균, 술, 활, 그리고 처형.

한결같은 꾸준함으로 전쟁상황에서도 일기를 빼먹지 않고, 활도 꾸준히 쏘고, 술도 꾸준히 마셨다.

일상적인 행위들이 그를 구성한다.

나 역시 나의 일상적인 행위들이 나를 구성한다.

내가 매일 하고 있는 일들은 무엇인가.... 매일 꾸준히 반복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려고 애쓰는 일들은 무엇인가.....살아온 시간들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 줄곧 애쓰면서 해온 일들이 무엇인가.....

그것이 나를 구성한다.

그래서 이순신처럼, 좀 더 일상적인 일들에 힘을 써 볼 작정이다. 무엇보다 읽고, 쓰기에.

숙취에 고통스러워하고, 머리를 빗고, 계집종과 시간을 보내고, 원균을 흉보고 하는 이순신의 모습이 인간적이라 안타까우며 사랑스러우며, 존경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