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도란스 기획 총서 1
정희진 엮음, 정희진.권김현영.루인 외 지음 / 교양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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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의미가 무엇인가.

여대를 다닐 때, 한 때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했던 친구가 대학교의 여학생회에서 활동하면서 여성들의 독립적인 휴게 공간이나 화장실 설치 같은 것을 위해 애쓰는 것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었다. 내가 거기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사실 어찌해야 할지를 잘 몰랐던 것 같다. 남녀가 평등하지 않은 건 분명한데 남녀 평등을 위해서 여성들이 스크럼을 짜고 여성들만의 문제를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맞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여성 보다는 인간! 이어야 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나에게 여성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이야말로 여성보다는 인간, 으로 살고 싶은 때이고, 그렇게 사는 것도 같다. 나의 성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잘 모르겠다.

책의 제목 부터가 주의를 끌었다. 여태껏 페미니즘이 추구한게 양성평등 아니었나? 일단 평등의 의미부터 따지고 볼 일이다. 똑같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각자 자신의 처지와 맥락에서 인간적으로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상은 이미 양성이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성적인 특성이 각자의 삶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은 것은 가장 평등한 삶일 수도 있다. 타고난 성이 개인의 삶에서 이점도 제한도 아닌 그냥 하나의 인간적인 특성이 되면 그거야 말로 평등한 세상 아닌가.

미성년자 의제 강간이나 음란과 폭력에 대한 제고는 읽으면서 주장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헛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전제들에 대한 나의 이해가 부족한가? 아님 논리 전개가 산만해서 그런가? 휘리릭 읽히지는 않는다.

개신교의 동성애 혐오 부분이 나로서는 이해도 쉽고, 재미도 있었다. 그저 막연히 눈쌀을 찌푸리다가 그 역사와 배경을 이해하니 이제 좀 더 명료하게 그들의 논리에 반대할 수 있겠다, 싶다.

페미니즘,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 있겠다, 싶다. 전선을 어떻게 긋느냐에 따라, 싸움의 양상이 본질에서 멀어질 수 있는 위험이 상당하다. 공부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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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이권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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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칼럼니스트, 혹은 서평가. 라는 직업이 참 난해하다. 책이라는게 너무나 다양한데 그 많은 책을 아울러 책에 대해 제대로 말해줄 수 있는 전문가라는 게 처음부터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 전반의 공통적 속성이 있으니 그에 기초하여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저자의 경험에 기초하여 읽기와 관련된, 결국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글쓰기의 경우도 소설이나 시가 아닌 생각을 담은 글, 짧은 칼럼, 사설, 혹은 서평 같은 것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소개하고 있다. 읽고, 쓰는 삶. 읽으면서 기록하고, 쓰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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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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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연을 쫓는 아이>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의 속사정을 조금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새로운 나라에 정착을 했고, 고향에는 잠시 들르러 왔을 뿐이었다. 두번째 책 <천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두 여인들의 삶을 그린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알 수는 없으나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배신과 처형과 응징과 복수와 암투가 끊이지 않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은 갈갈이 찢기고 피폐해진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참혹하게 생존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한 어떤 결정권도 가지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팔려가 처음 본 남자의 아내가 되어야 하고, 남자의 모진 매질을 견뎌야 한다. 남자 없이는 외출도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수 밖에 없다.

 마리암과 라일라, 그들은 출발은 달랐으나 어쩌다 그렇게 한 남자의 폭력을 온전히 견뎌내며 살아야 했다. 그런데도 그들을 살게 한 건, 서로에 대한 연민과 공감,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사람은 그렇게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으로 사는 거다. 마리암은 라일라에 대한 사랑으로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했고, 라일라는 진정한 사랑 타리크를 만나 새 삶을 살아간다.

 전작의 생생한 묘사와 허를 찌르는 반전 같은 건 없다.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잔잔하게 전개된다. 그 이야기 속에서 알게 된,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여성들의 삶이 너무나 비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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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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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소설이다. 도대체 왜 뜬금없는 시간이동인가. 만약 다나가 과거로 가지 않았다면 다나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이런 질문을 하면서 한발 떨어져 있는 내가 어느 새 찌질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냥 이야기가 흐르는 대로.... 현대의 흑인 여성이 150년 전으로 돌아가 인종 차별을 경험한다는 설정 자체가 강렬하다. 그저, 예전엔 그랬지, 라는 서술만으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역사의 숨결이랄까, 행간이랄까, 그런 것이 너무나 생생해서 소스라치게 된다. 거기다 다나와 앨리스와 루퍼스 사이의 그 미묘한 감정이라니.... 작가의 기막힌 상상력에 시대적 한계와 역사적 배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안타까우면서도 아련한 모습에 뭔가 가슴이 저릿하다.

 인간은 이렇게 살아가나 보다. 역사 속에서 꼼지락 꼼지락 사브작 사브작 혹은 허우적 허우적. 흑백으로 나누어 말할 수 없는 아주 다층적이며 다채로운 그러면서도 공통적인 인간의 모습을 가슴 저리게 지켜 보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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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배신 - 믿음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
마이클 맥과이어 지음, 정은아 옮김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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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믿음들을 가지고 산다. 사람에 대해, 사회에 대해, 과거에 대해, 역사에 대해, 그리고 미래에 대해. 그 믿음이 과거를 만들고 그 믿음이 또 미래를 만든다. 그런데, 그 믿음이 때로는 정말이지 허황되고 어이없고 근거없는 것들일 때가 있다. 아니면 얼핏 볼 때는 괜찮은데 꼼꼼히 보면 허당이거나. 믿음이 삶에 대한 해석과 방향의 기초와 가이드가 된다면 어이없고 허황된 믿음은 근거없는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믿음의 근거를 끊임없이 검토하는 일, 에너지를 조금 쓰면서 그 편안함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각성된 상태로 자신의 믿음을 끊임없이 검토하는 일. 믿음에 스스로 배신당하지 않도록, 내가 나에게 속지 않도록,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며 자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나의 삶을 어이없고, 허항되고, 거짓되지 않게 만드는 유일한 길임을 이 책을 읽고 더욱 절실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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