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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맛과 추억
황석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다이어트를 위해 올여름은 한 열흘 단식을 해 볼까 생각만 하고 있었다.
맛과 추억을 읽으면서 먹는 일을 열흘동안 쉰다는 건, 어쩌면 먹는 일에 더 집중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흘동안 먹는 걸 쉬면 열흘동안 어쩐지 먹는 것만 생각하게 될 듯.... 그리고 그 이후로도.
참 많이도 다녔다. 고등학교 때 부터 아니 전쟁때부터 먹을 게 없던 그 시절 부터 먹을 것에 대한 추억은 어느 시절이나 있게 마련이다. 먹는 거야 매일 먹는 거니까.
그래서 황석영은 서문에 이런 말을 한다. "먹지 않는 시간은 시간이 아니다."
먹는 건 단지 먹어서 배 부른 게 아니라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가 먹는 행위에 따르는 맥락이 더욱 중요할 듯 하다.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의 삶에 대한 만족, 이 모든게 사실 먹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 않은가.
한편으론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내가 감내하기엔 너무 멀지만, 한편으론 부러운 생각도 든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음식들을 먹으며 살아왔다는 것이.
삶의 순간을 기록하고, 깨어있고, 생각하고, 각성하고, 그리고 즐기고.... 한다면야, 굳이 황석영의 삶과 비교하여 부러워할 일은 없지 않겠는가. 나는 나대로 오늘 점심, 누구와 어떻게 맛나게 나눌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겠다.